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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타기인생 Aug 01. 2020

전작의 장점은 다 어디다 팔아먹고

강철비 2 

강철비 2. 뭔가 아리까리 하지만 그래도 매력있던 야당 정치인이 여당 정치인이 됐는데. 본색을 드러내 알고보니 별거 없더라-라는 걸 보는 느낌.


 돌이켜 보면 강철비 1편은 그럴싸한 판타지여서 재밌었다. 한국 사람이 기본적으로 깔고 있는 정세인식을 바탕으로 주인공 개개인 단위부터 미친듯이 빌드업을 해 나간 다음, 개성공단 불바다의 충격적 비주얼을 시작으로 감독 나름의 정세판단 + 정치관+ 저거저거 실제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의 디테일이 더해지며 사람을 훅 빨아들였다. 이를 테면 좀 소소한 장치긴 하지만 "중국이 송유관 잠그면 당신 책임이야!" 라던가 "우리 통해서 미국 쪽줄려면서 공치사는..."같은 소소한 대사가 그 디테일의 맛을 살려줬고. 그렇게 쌓은 배경에서 최대의 긴장감을 고조시켰던 순간 중 하나가 바로 정우성의 독백씬 '핵은 쓰면 망한다지만 이렇게 말라죽느니 차라리 쓰고 죽는게 낫지 않겠나'이 아니었나 싶은데...작전의 실제 가능성이 엄청났다기 보다는 그런 '미친짓'의 동기와 목적이 그럴싸했다는 점이 매력이었지. 


 그 덕에 막판의 그 퐝당한 마무리도 보면서 '양우석 이 아저씨 완전 포스트 김진명이자나~그치만 너무 재밌다' 란 느낌을 줬던 것이 큰 포인트였다. 그리고 그런 요소들이 있어서 아재 둘이서 펼치는 개그도 납득이 됐던 것이고 100% 동의할 순 없지만 양우석 감독이 생각하는 정세판단과 대안도 나름 납득이 됐던 것이지.


 근데 2편은 정말 그게 하나도 없다. 하나도....디테일은 하나도 없고 강철비 1에서 확립됐던 긴장의 공식은 드문드문 나오는데 그나마도 이상한 개그를 붙여놔서 맥이 확 풀려버린다. 왠 재미없는 독도는 우리땅 아저씨가 나와서 어찌나 말이 많은가...어떻게 여자 아이돌이 안중근 의사를 모를수 있어 라고 화내는 사람이 영화를 만들면 이런 느낌인가?...이런 생각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도대체 왜 이렇게 뭘 못가르쳐서 안달이지? 하는 생각도 정말 많이 했다. 이야기만으로 자신의 세계관을 납득시켰던 강철비 1편의 그 감독이 맞나? 근데 일본 후두려 패는 이야기라서 사람들이 더 좋아할까? 글쎄...사람들이 그렇게 바보같을리가.

 이래저래 너무 아쉽다. 1편의 장점을 다른 방식으로 살릴 수는 없었을까. 차라리 아싸리 더 판타지로 갔다면 이렇게까지 노잼이진 않았을 텐데. 너무나 현실을 의식하면서 만든 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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