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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타기인생 Aug 03. 2020

읽고 나면 행복해지는 <다시, 피아노>

가디언지 편집장의 쇼팽 발라드 1번 연습기

<다시, 피아노> 아. 정말 좋은 책이다. 보고 나니 여운도 많이 남고 느낀 점도 배운 점도 많다. 이 책은 가디언의 전설적인 편집국장이자 아마추어 피아니스트인 앨런 리스브리저가 쓴 일기를 모아서 낸 책이다. 그는 모종의 계기로 <쇼팽 발라드 1번>을 연주하고 말겠다는 결심을 세우고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온갖 사건을 겪으면서 피아노를 연습하고, 결국 연주를 해낸다. 세상에서 가장 바쁜 사람이었을 그가 죽어라고 짬을 내서 피아노를 연습하고 결국 연주까지 성공해내는 과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정말 대단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뭔가 가슴이 끓어오르고 내 삶을 좀 더 낙관적으로, 혹은 너그럽게 볼 수 있게 된다. 인간 승리를 목격하는 데서 오는 그런 기쁨이 아니다. 균형잡힌 삶이 얼마나 치열하게, 지속적으로 노력해야만 이뤄질 수 있는지 봤다는 점에서 오는 기쁨이다.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의 쇼팽 발라드 1번 실황 영상


 아마추어의 성취와 삶에 대한 태도, 아무리 바뻐도 어떻게든 짬을 내는 용기, 일과 생활의 균형, 나이가 들어가면서 찾아야 할 것들 등등...정말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됐다. 좋아하는 활동이 있다는 건 정말 너무너무 좋은 일이다. 내가 그런 삶을 살 수 있어 다행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수확은. 우리 삶을 풍요롭게 꾸리는 데에 있어 늦은 시점은 없다는 점. 우리는 언제나 어제보다 오늘 더 잘할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는 점이다. 박민규의 대표적인 표절작(ㅋㅋ)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읽었을 때의 느낌과도 비슷한데, 두 작품 다 달관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칠 수 없는 공은 치지 않는다' 가 어떤 체념에서 우러나온 달관이라면, <다시, 피아노>에는 성취와 균형을 통해 만들어낸 달관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읽고 그 달관과 함께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우리 삶에서 쓸모없고 비실용적인 시간들을 꼭 지켜내며 살아야지.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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