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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타기인생 Aug 05. 2020

이렇게까지 유려하게 쓴 까닭이?

죽은 자의 집 청소

<죽은 자의 집청소>. 고독사, 자살 등의 죽음의 현장과, 쓰레기로 넘쳐나는 집을 청소하는 특수청소부 김완 씨가 쓴 에세이집이다. 시사인 인터뷰를 보고 흥미가 생겨 읽게 되었다.  책을 읽기 전에는 건조한 르포물을 기대했다. 그러나 정작 책을 펼치니 기대와는 다른 양상이다. 위화감이 든다. 문장이 너무 매끈하고 수려하다. 무언가를 계속 가리는 느낌이 든다. 


 책이 주는 위화감의 정체를 곰곰히 생각해봤다. 나름 추측해본 불편함의 정체는 이렇다. 고독사 현장과 청소의 경험은 그저 소재일 뿐, 이 책은 결국 자기자신의 구도나 깨달음의 여정을 다룬 책에 가깝다. 에피소드들도 자극적인 부분이 있다. 의도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직업이 그럴 수밖에 없으니까. 저자가 깨달은 바도 그 수준이 낮진 않다. 


 문제는...이 현장과 죽음들이 이렇게 다뤄질 일인가 하는 것이다. 작가의 고인에 대한 추측들도 많이 불편했다. 나는 결코 매끈하고 수려하게 다뤄져서는 안되는 주제들이, 거친 현실을 솔직하게 제시하는 게 미덕인 주제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어떤 면에서는 모 의사의 베스트셀러와 비슷한 면들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특수청소업체에 의료인에 준하는 윤리의식을 요구해야 하는가? (정작 그들도 안지키는데) 그리고 또 이 책이 얼마전 쓰레기집을 비웃는 유튜버들처럼 무례하고 폭력적인 것도 아니지만...


 그렇지만 상술한 이유에서 나는 이 책을 곱게 보기가....뭔가 어렵다. <고기로 태어나서>나 <임계장 이야기>를 기대했으나 그 두 책이 이룬 성취에 비할 수 없다. 


 이 책이 인기를 끄는 풍경을 보는 일 또한 맘이 복잡하다. 비슷한 소재를 다룬, 무연고자들의 죽음을 취재한 <남자 혼자 죽다>의 해시태그는 고작 100개 미만이지만 <죽은 자의 집 청소>는 1천개가 넘는다. 사람들은 고독사의 원인과 그 삭막한 현황에 대해서는 알고 싶어하지 않지만, 어떤 이가 그 현장을 통해 얻은 깨달음은 궁금해한다. 당연한 일이지. 그런데 싫다. 내가 너무 예민한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니 또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고독사의 주제도 힐링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생각을 버리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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