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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타기인생 Aug 05. 2020

쓸쓸함을 대비하기 위해 읽는다

일곱해의 마지막

김연수 장편소설 <일곱해의 마지막> 여운이 많이 남네. 일곱해의 마지막은 백석이 모종의 이유로 북한에서 시를 절필하고, 다시 그의 마지막 시를 쓰기까지의 일곱해를 다룬 소설이다. 소설이기 때문에 그 시간은 몇가지 사실에 기반한 김연수 작가의 상상으로 쓰여져 있다. 나는 소설을 읽는 내내 오랜만에 만나는 김연수 작가의 문장에 가슴이 몽글해졌다가 다시 쓸쓸해졌고 또 스윽 웃다가 다시 결국 쓸쓸해졌다. 그렇게 다 읽고 나서는 소설로 인한 쓸쓸함이라는 사실에 안도했다. 물론 이 쓸쓸함도 약간 김연수 작가 특유의 아재스러움을 벗어나지 못하는 거 같지만...ㅎㅎ


그러나 이 세상에는 밤에 아무에게도 보여줄 수 없는 시를 쓰고 태우는 백석처럼 사무치는 감정에 괴로운 사람이 수두룩 할 것이고 나도 언젠가는 그렇게 될 테다. 소설을 읽는 것은 그런 감정들이 어느날 내 안이나 눈 앞에 닥쳤을 때 같이 마음 쓸 수 있는 준비를 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그렇게 마음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지 못한다면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소설을 수십 수백권을 읽어도 한치라도 좋은 사람 되기가 어렵다. 하기사 읽어서 좋은 이가 될 수 있다면 매일 자신이 역겨운 소리를 한다는 것 조차 깨닫지 못하는 저 중년의 이들 또한 저리 되진 않았겠지. 그렇다면 그들은 이미 성인군자가 되었어야 하는데. 적어놓고 보니 이것은 우주의 신비를 다루는 과학기사에도 탄핵을 외치는 이들의 댓글 같지 않은가? 너무 쓸쓸해져서 별 생각이 다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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