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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타기인생 Aug 05. 2020

그는 도대체 왜 자꾸 나오는가

20.05.31 나혼산 기안 84 출연분에 관해 쓴 글

이번 나혼산 기안84 에피소드 캡쳐 내용.  정리 안된 방. 막행막식. 밥그릇 소주 드링킹 등을 보면서 '아 공감된다~ㅠㅠ'라는 댓글들을 보고 있으니 다시 한번 기안 84에 대한 남성들의 팬심을 확인. 사실 기안84가 그냥 위생관념이 없거나 더럽거나...그런 것만이라면 부정적인 사람들이 이렇게 많을 리는 없다.


 기안이 그려온 만화가 현실의 어떤 디테일들을 잘 포착하는 장점이 있다 해도 여성이나 소수자 비하를 전면에 깔고 있는 게 사실이고, 그의 만화의 동력은 실제로도 그런 정제되지 않은 생각을 마치 관찰력으로 포장하여 보여준 다음  '이게 현실이지' '나도 이런 생각 하는데' 라며 남성들 지지를 끌어내는 데에 있지 않은가? 기안 84라는 작가의 생각은 만화 속에서 대체로 잘 표현되지 않는데, 그건 이미 그는 그림으로, 대사로, 묘사라고 퉁치는 모든 컷들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식으로 명성을 쌓아온 작가가, 지상파 유명 프로그램에 나와 여전히 그런 인식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제작진은 그것을 아무 문제의식 없이 보여준다. 근데 심지어 연출이라 할 지라도, 생활태도조차 그다지 좋지 않다. 비호감을 살 수밖에 없는 요소가 한가득인데 수많은 사람들이 기안의 작품에, 생활 태도에 '아 공감된다 ㅠㅠ' ' 매력적이다' '웃긴다' 라고 호응한다. 


이게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경악한다. 기안84의 작품에 호응하고, 그의 생활습관과 무례함에 공감하는 이들이 이렇게 많다고? 기안 84의 지속적인 출연 자체가 남성들 특유의 그 쉰내나는 자기연민과 그에 대한 동조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퍼져있는지 보여주는 증거, 혹은 역시 세상에서 내 생각은 아주 한줌일 뿐이지! 라는 걸 보여주는 증거라고 하면 너무 과도한 말일까. 네이버 웹툰 1위에서 박태준 작품들이 안내려가는 걸 보면 드는 감정이랑 비슷하지.


 물론 우리 모두가 다니엘 헤니나, 장도연이나, 박세리처럼 살 수는 없다. 그렇게 살지 못한다고 못 사는 것도 아니다. 그런 사람만 나오면 공감대란게 있을 수가 있나? 그러면 또 프로그램은 상류층 미화한다고 비난에 부딪힐 것이다. 그러나 기안 84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들은 기안 84가 더럽고 습관이 안좋다고 싫어하는 게 아니다. 심지어 좋지 않은 생각을 가진 이가 막행막식이기까지 해서 싫어한다. 여건이 남들보다 좋을 자가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려는 게 아니라 계속 그렇게 살려고 하는 것에 짜증이 나는 것도 있을 테다. 육중완이 나혼산에서 떴을때 이렇게까지 반응이 극과 극이었나? 시기의 문제도 있겠지만 나는 두 사람은 완전 다른 경우라고 생각한다. 


 나는 나혼산 제작진들은 (당연히) 매우 영리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무엇을 보여줘야 지지를 획득할 수 있는지 너무나 잘 꿰고 있고, 이 게시물 댓글에서 '연출기 싹 빼고 리얼로 갔나 보군요 크-'라는 댓글을 보면 앞으로도 기안84는 계속 남성팬들의 인기를 업고 살겠네 하는 생각. 그리고 당연히, 여성 출연자가 기안84와 같은 캐릭터였다면 과연 반응은 어땠을까를 생각해 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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