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무용지물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줄타기인생 Aug 05. 2020

쿠팡도 마켓컬리도 싫어.

 많이 삐뚤어진 생각이란 건 알지만...어느 시점부터 쿠팡도 마켓컬리도 사용하지 않는다. 콜센터와 이야기 할때는 꼭 차분하고 다정하게 말하고자 노력하고 칭찬을 남길 수 있다면 남기려고 한다. 굳이 무언가에 클레임을 걸지 않으려고 하며 산다. 피곤해도 또박또박 주문하려고 한다. 감사합니다. 잘먹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이 말은 꼭 하려고 한다. 분리수거건 청소건 정리건 바깥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면 그냥 시간을 조금 더 내서라도 내가 하려고 한다. 무거운 택배는 1층에 가서 받아오고 보낼 일이 있으면 같이 나를려고 한다. 그냥 적당히 피해보면서 사는 게 낫다는 생각으로 매사를 살려고 한다. 그런데 그런 게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참 자주 한다.



 쿠팡 배달노동자 사망사건도 그렇고, 나는 자꾸 사회의 인내심이 편리니 레버리지니 용역이니 하는 이름으로 닳아가고 소비자나 기업이 서로 그것을 추동하는 과정이 너무 괴롭게 느껴진다. 누구 탓도 하고 싶지 않다. 사람들이 원하니까 생겨난다. 생겨나고 나면 막을 수 없다. 이것이 주는 사회의 순기능도 존재하겠지. 그러나 다만 그 과정에 굳이 나까지 들어가고 싶지가 않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물론 나도 그런 면에서 거기에 복무하고 또 그 단물을 얻어먹고 살고 있지. 그래서 더더욱 내 개인의 영역에서는 편리한 것들을 하나씩 버려나가야겠다는 생각을 참 많이 하게 된다. 문명의 발전이라는 것이 7일짜리 인내를 2일로 줄이고, 2일짜리 인내를 12시간으로 줄이는 거라면 인간이란 과연 무엇일까? 잘 모르겠다.


 쿠팡을 사용하면서, 쿠팡의 저런 근무환경은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 어불성설이다. 만원도 안되는 택배비에 몇십키로의 택배를 고층까지 가져다주고, 그게 당연하게 여겨지는 세상에서 우리는 너무나 쉽게 임계장이 된다. 그게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를 키우는 거라고 그러니까 좋은 거 아니냐고 말하는 과정이 그로테스크하게 느껴지는 것. 코로나 시대에 치솟은 사용률이 저런 환경을 만드는 거라고 생각하는 것. 이런 나는 이상한 사람일까? 한국의 K-방역이 대단하다고, 쿠팡 같은 서비스가 잘되어있고 의료진이 헌신적이어서 한국이 무사하다는 류의 이야기를 하는 걸 들으면 욕지기가 치미는 것은 내가 한심한 사람이라서 그런 것일 테다. 


  더 쓰고 더 키우면 더 파이가 커져서 이 환경이 나아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나는 그런 모델을 상상할 수 없다. 이런 말을 하는 나도 여러 모순을 가지고 살아간다.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하나하나 생각해보고 포기해볼 필요도 있다. 그냥 이런 기사들을 볼 때마다 너무 우울해진다. 오늘은 크릴 오일 유행으로 북극의 크릴새우가 엄청나게 줄어서 생태계가 붕괴 수준이라는 뉴스를 봤다. 더 빨리 더 많이 편해야 한다는 생각과 아이디어들은 크릴오일을 먹는것보다 더 해로울까 아니면 차라리 나을까? 세상 대다수의 이들을 혐오하는 쓸데없는 정서인가? 이런 생각들 조차도 결국은 어떤 면에서 한심하고 먹물스럽고 특정 배경에서나 가능한 생각일 것이다. 나는 결국 잘 되지 못할 것이다. 이런 것들 말고는 뭐 생각 할 게 없어진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는 도대체 왜 자꾸 나오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