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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타기인생 Aug 05. 2020

한국에서는 투핸드 세계챔피언을 낼 수 없다

아직까지도.

요요를 계속 하다 보면 요요 커뮤니티 내에서나 혹은 요요를 하지 않는 분들이 내게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한국은 세계챔피언이 없나요? 거기에 대한 내 대답은 항상 NO 이다. 특히 내가 하는 투핸드 부문은 더더욱 그렇다.


 작년 우승자 영상을 다시 보면서 느끼는 것이지만....특히나 이 부문에서 세계의 벽은 어마무지하게 높다. 적어도 투핸드는 클리커 룰만의 문제가 아니다. 룰이 어떻게 바뀌어도 한국 선수들이 세계챔피언 내지는 순위권 내에 들 가능성은 매우 적다.(당연히 나나 종기는 이미 그 가능성에서는 영원히 멀어졌고) 


 일단은 기술의 레벨과 완성도 차이가 너무 심하다. 원인이 뭔지를 한때 생각해 본 적도 있으나 결국은 잘하는 이들이 모여있는 커뮤니티가 계속 잘하는 사람을 배출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만 내렸다. 경쟁압력도 당연히 심하니까 각자 실력이 늘 수밖에 없고. 투핸드는 특히 그게 심하다.  


 국제레벨 선수들을 보면 기술을 폭넓게 기본적으로 하되 이 기술들을 밀도높게 배치하고, 중간중간 각자의 오리지널 필살기들이 있다. 탱그라,우키, 룹, 파운틴, 크리오네, 몸 쓰는 기술 (언더레그 / 백룹) 등 뭐 하나 빠짐 없이 기본 소양으로 다 장착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나라도 빠지면 애시당초 점수를 딸 수가 없고 딱 한 계열의 스페셜리스트로 국제대회 우승을 거머쥔 선수는 역사적으로 한명도 없다. 룹이랑 몸쓰는 기술로 승부를 보던 코지 요코야마가 2002년 경에 기술 스타일을 대폭 개선한게 다 이유가 있다...한국에서 이걸 다 갖춘 선수가 몇이나 있을까 생각해보니 내 기준에서는 지금까지 딱 두명밖에 없었다. 현서랑 진규. 다른 선수들은 뭔가 하나씩 다 덜 하거나 너무 기술이 편중되어 있다. 


 물론 군대 문제도 있지 ㅠ 20대 초반이면 한창 늘 땐데 이때 연습량이 주는 게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다. 그렇다 쳐도 더 문제인 것은 지금 상위권인 선수들은 10년 이상을 해온 사람들, 혹은 과거 THP 프로모션 출신들인데 이들의 연습량+재능이 따라갈 수 없는 수준이고 지금도 계속 연습량을 유지하고 있어 후발주자들이 간격을 좁히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왜 투핸드가 고인물 대전이겠는가. 사실 그렇게 변화의 폭이 크질 않아서 새로운 트렌드를 신인이 만들기 어려운 부문이라는 점도 있다. 




 예전에 진규처럼 아시아대회의 순위권 선수가 나올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 투핸드 선수들의 레벨이 일본 - 홍콩 - 중국- 미국 - 그외 나머지 커뮤니티고. 나머지 중에서는 그나마 한국과 대만 정도가 제일 잘 한다. 하지만 AP 우승과 세계대회 순위권은 꽤 큰 차이가 있다는 걸 생각해보자. 아시아대회 우승자가 세계대회 3위권 진입에 성공한 경우가 잘 없다. 


 좀 더 노골적으로 비교를 해 보자. 요즘 옛날 영상을 보면서 느끼는 거지만 나는 한국 투핸드 레벨이 2004년 세계대회 레벨도 아직 아니라고생각한다. 여기서 아쉬워 할 필요가 없는 게...한국만 그런게 아니다. 일본 빼고 모든 커뮤니티가 못따라가고 있다. 그래도 한국은 매년 레벨이 착실히 올라가지만 미국은 계속 기복이 심하고 홍콩이나 대만은 다음 세대가 나타나질 않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투핸드 요요를 할 필요가 없는가? 이겨야만 할 만한 것인가? 나 같은 사람은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그건 개인의 선택에 따르는 거겠지만..


 그러나 경쟁의 구도로 이 취미를 바라보겠다는 사람들이 있다면 상황을 냉정하게 직시하는 게 필요하다. 한국인 세계챔피언은 불가능하다. 심지어 그건 실력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다.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선수가 속한 커뮤니티가 어느정도 인싸 커뮤니티여야 한다. 영어권이거나, 일본이거나. ㅎㅎ 그리고 규모도 받쳐줘야 한다. 운도 필요하다. 




히라쿠 후지나 코지 요코야마 같은 선수들도 결국 우승을 하지 못했다. 이 말이 무슨 말이냐 하면, 세계챔피언이 되려면 그들보다는 잘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선수들이 우승을 못했다 뿐이지 아예 당대에 기술 트렌드를 새로 만든 선수들인데 그 정도가 되도 우승을 할 수가 없다는 얘기다.  


 한국에서 그들 전성기, 혹은 3~4년차때만큼 할 수 있었던 선수는 지금까지 없다. 누가 봐도 1등인 타쿠마 야마모토나 슈 타카다가 대회에 안나온다고 치면 그 다음 레벨은 히라쿠 후지 같은 선수의 차례다. 그들도 안나오면 아라타 이마이나 하지메 사카우치, 천천희나 류만기, 이청하오가 있다. 또 그 다음은? 야마토 후지와라나 아키라 카토가 있다. 이 선수들도 정말 토나오게 잘한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계속 루키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고...이게 장난감일지라도 몸을 쓰는 취미이기 때문에 성장판은 결국 언젠가는 닫힌다. 그리고 하이엔드 레벨에서는 재능이 많은 것들을 결정한다. 


 세계대회 5위권이 프리미어 리그라면 한국 레벨은 높게 봐서는 K리그 2부 정도, 냉정하게 보면 조기축구 상위레벨 정도다. 정말 기적에 기적이 거듭된다면 2부리그 선수가 프리미어 리그 진출도 하겠지만 그걸 기대하고 축구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 썸월이나 AP에서 일본선수들과 직접 경쟁을 해본 선수들은 이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을 것이다. 




 내 생각에는 지금 세대가 아시아대회 순위권 + 세계대회 본선진출 정도 레벨까지 올라가고, 그걸 보며 투핸드를 시작한 다음 세대 정도가 되야 해볼만한 게 아닐까. 그걸 한다고 해도 이 판은 너무너무 작고 좁은 판이라는 - 즉, 요요 밖의 세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기가 어렵다는 사실이 사라지지 않는다. 왜 취미생활을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걸까? 자신과 경쟁한다는 말의 의미를 조금 더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요요 커뮤니티가 전세계적으로 좁기 때문에 마치 챔피언이라는 자리가 노력하면 손에 닿는 자리처럼 느껴지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세계레벨 정도가 되면 전체 판의 크기와 상관없이 이미 왠만한 수준을 넘어갔다고 봐야 한다. 요요판이 지금보다 두배로 커져도 지금 투핸드 우승자들은 계속 우승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하이엔드는 하이엔드로 좀 놓아주고 보는 것으로 즐기는 방법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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