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를 생각하다가 요요로 먹고사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다시 생각해봤다. 모든 일이 다 어려운 상황이고,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은 아마 더 큰 고민을 하고 있겠지. 그런데 그저 취미로 요요를 하는 나 조차도 요즘은 이 시장 자체가 없어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계속 한다.
시장의 규모가 작으면 이를 가지고 먹고 살 수 있는 방법이 지극히 작아진다. 만약 이를 직업으로 할 것을 생각한다면 시장을 아예 키우는 방법이 필요하다. 취미나 나 혼자 먹고 살 게 아니라 계속 돈을 벌고 확대되는 사업모델을 짜고 그것을 굴려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지 않으면 자급자족조차 불가능해진다. 근 20년 동안 한국 요요씬 내에서 이걸 성공한 사례가 와이제이 하나밖에 없다. 심지어 그 성공의 기초도 외부 자본이 들어온 프로모션이었다. 얼마나 팍팍한 환경인지...
그렇다면 지금 시장의 규모는 어느정도일까? 산업이 아니니까 규모를 정확하게 알 방법은 없다. 다만 SNS나 유튜브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추산을 해보자. 조금 올드할 수 있지만, 일단 몇가지 취미생활과 간접 비교해보는 방법이 있겠다.
지금은 고전 중의 고전이지만, 대도서관의 유튜브 구독자수가 180만명 정도다. 게임은 너무 크다고? 그럼 한국에서도 마이너한 취미인 스케이트보드를 열어보자. 보드 관련 유튜버들을 찾아보니 1만 내외 정도의 사람들이 대~여섯명 있다. 작다. 그러나 보드 콘텐츠만으로는 몇십만 조회수 기록한 것들이 있다. 반전은? 이 판은 고효주라는 걸출한 스타가 있다. 고효주의 현재 유튜브 구독자는 20만명이 넘는다. 심지어 그는 보드 전업으로 시작을 한 것도 아니다.
요요로 돌아오자. 어떨까? 한국에서 가장 큰 요요채널인 와이제이요요의 구독자수가 2.8만명이다. 이건 엄청나게 큰 수다. 월드챔프를 5번이나 하고, 각종 콜라보를 하는 (최근엔 소니 익스페리아 홍보도 하는데 공식 대사라기보다는 일종의 마이크로 인플루언서 홍보 같다)슈 타카다는? 유튜브는 3천명, 인스타그램은 3만명 정도다. 롤 방송 하는 애들도 10만 20만이 넘는데 이건 좀 너무하다 싶을 정도다.
미국으로 눈을 돌려보자. 미국은 대회 우승자가 나오면 지역언론이 그들을 뉴스에도 내보내주고 하는 흐름이 있어서 매니아들 사이에서 쌓은 명성이 일반인들로도 흘러가는 면이 있다. 그런데...작년에 월드챔피언을 차지한 젠트리 스테인의 구독자수가 3.65만명. 2018년도 월드챔피언 에반 나가오가 구독자수 6천명이 좀 안된다. 가장 큰 요요 제작사 중 하나인 요요팩토리의 유튜브 팔로워 수가 3.29만명이다.
하지메 미우라의 2015년 대회 영상 같은건 100만 뷰 찍지 않았냐고? 그건 그냥 바람을 타고 '아니 세상에 이런일이' 같은 화제성으로 소비가 된 것이지 이 산업의 규모가 정말 콘텐츠 100만뷰 규모라면 그런 영상이 월~주마다 한개씩은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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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수치는 없을까? 유튜브는 전부가 아니니까...네이버 쇼핑검색으로 추산해보자. 판매자 수로 대략의 시장 비교가 가능할 것이다. 네이버 쇼핑에 요요를 치면 총 63,958개의 검색결과가 뜬다. 많네? 라고 생각한 것도 잠시.
우리가 생각할 때 마이너라고 생각되는 취미를 쳐보자. 스케이트 보드? 31만건이다. 십자수?...무시하지 말자. 51만건이다. RC카는 8만 5천건이지만 비싼 취미다. 한번 구매할때 기본 몇십만원이다. 보드게임은 130만건이 넘고 나노블럭도 7만 2천건이다. 이 말은 뭘까. 당연히 게임에 비하면 턱없이 작고, 한국의 스케이트 보드시장보다도 더 작은 게 전 세계 요요시장이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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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간접 추산했다시피 이 시장은 시장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작은 규모다. 무리한 억측일 수 있지만아마 한국의 연간 시장 규모는 한창 잘 팔릴때도 이런저런 것들 다 끌어모아 연 3억-5억 사이를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안 풀릴 때는 당연히 1억 미만이었을 것이다. 보통 이걸 시장 규모라고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게임은 연간 14조원이고. 프라모델은 연간 500억이다.
연 5억은 한 사람의 장사나 연봉 소득이라고 생각하면 엄청 큰 돈이지만, 수백 수천의 사람이 참여하는 시장이라고 보기에는 턱없이 적은 규모이다. 심지어 이 돈의 1/3 이상은 해외 샵에 흘러가는 돈일 것이다...아마도.
왜냐하면 요요 시장은 사실상 관세가 없는 거나 다름없는 국제경쟁시장이기 때문이다. 구매당 규모가 작아 개인이 해외 샵에서 직구를 하는 것에 대해 허들이 거의 없다. 외국에 월드클래스 선수들이 많아 이들을 기반으로 내는 외국 메이커들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국내 요요 메이커들은 이런 경쟁환경에서 요요를 제작하고 판매하고 프로모션한다. 규모를 늘릴려면 해외로 나가야 하는데 그 장벽을 뚫는 것이 쉽지 않다.
5억이면 5만원 짜리 요요를 27~30개씩 매일 팔아야 가능한 수치고, 그렇게 팔면 1년에 5천명 정도가 요요를 갖게 되는데, 우리가 보다시피 다시 다시 돌아오는 인구는 1/10도 되질 않는다.
무슨 뜻일까? 1년 장사해서 앞으로 계속 요요를 사줄 사람을 50명 정도 확보할 수 있는데. 이 사람 1명에게 기대할 수 있는 추가 수익은 연 20-30만원 정도가 안되고, 그나마도 30%에서 50%는 해외로 빠져나가는 돈이란 이야기다.
제품은 어느정도 수익성이 있을까? 생산구조를 잘 모르겠지만...그다지 수익성이 높은 제품은 아닐 것이다. 왜냐면 소수를 제외하고는 재구매율이 높지 않을 것이고, 소모품들도 다른 취미 대비 비교적 단가가 싸다. 요요에 들어가는 비용을 이야기하면 20대 중반-30대 이상은 '비교적 저렴한 취미'라고 이야기한다.
자...이런 상황에서 시장을 확대하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내가 사업가가 아니기 때문에 잘 모르겠다. 그냥 단순하게 생각해봤다.
일단 지금처럼 철저히 실력-매니아 위주인 판이 깨져야 한다. 지금은 규모를 늘리기에는 너무 난이도가 높다. 쉽게 배울 수 있는 길이 열리던지 대회의 룰이 아예 바뀌어야 한다. 내부 인원의 밀집도가 높고 레벨차가 심할수록 신규 유입은 어려워진다. 더 쉽고 재밌어져야 하는데, 지금은 씬 전체가 너무 지나치게 어렵다. 앞으로 아마 쉬운 방향으로 요요를 풀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나올 것이다. 그때 기존 매니아들이 이 시도들을 비웃어버리면 안된다. 그때는 진짜 모두가 망한다고 생각해도 좋다.
위의 방향보다는 기대값이 훨씬 작지만, 해외 선수를 적극적으로 스폰서하는 것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국내 선수에 대한 지원도 물론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더 큰 시장을 노리기 위해서 해외 선수를 적극 스캔해서 지원하고 성과를 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말이 쉽지 꽤 어려운 작업일 것이다.
콘텐츠의 측면에서는 틱톡을 공략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유튜브는 요요의 매력을 보여주기에는 판이 너무 방대하고, 길다. 인스타는 틱톡만큼 다양하게 콘텐츠 만들기는 어렵다.. 지금보다 좀 더 많이 틱톡에 기술과 콘텐츠들이 공유되어야 한다. 여전히 다른 것 대비해 작은 규모이지만 슈 타카다가 4만 8천명 정도 틱톡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건 매우 고무적인 얘기다. 요요콘텐츠를 만드는 리소스는 다른 분야 대비해서 비교적 적게 드는 편이고 잘 활용하면 많은 노출 -> 많은 호기심 -> 구매와 인입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만들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물론 확대를 위해 어려운 부분도 많다. 이 취미는 20대 넘어서 혹하기는 쉽지 않다. 10대 때 끌어와야 한다. 그런데 바깥의 경쟁자가 많은 건 둘째치고, 아이들의 시간 자체가 잘 없다. 가용자원도, 10대의 수도 점점 줄고 있다. 요요 바깥에서도 요요를 바라보는 수준이 달라졌다. 인구는 더 줄었는데 사람들은 이제 대략 요요로 누군가가 어떤 묘기를 한다는 걸 알고는 있다. 요요는 여전히 신기한 취미이지만 사람들이 인식하는 수준은 높아졌다. 예전처럼 독특한 취미로 어필하기가 점점 더 어렵다는 이야기다.
정말 운이 좋으면 반다이 프로모션이나 블레이징 틴스 프로모션처럼 외부자본이 유입되어서 강제로 판이 커지거나, 요요판의 고효주가 등장할 수도 있다. 근데 내가 생각할때 앞으로 그런 일은 향후 10년 내에는 거의 없을 것 같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더 그렇다. 그리고 고효주도...한국에서나 보드가 인기가 없었지 외국은 이미 시장이 컸다는 게 함정.
또 하나. 지금은 너무 남성 위주다. 여성 인구가 더 많이 유입되어야 한다. 그게 시장을 키울 수 있는 길이다. 여성들이 이 취미를 왜 부담스러워 할까. 요요가 여성에게 재미 없는 취미라서? 세상에 그런 건 없다. 지금 있는 몇 안되는 여성 선수들이 증명하고 있다. 10대 여성의 유입을 가로막는 무언가가 분명히 있다. 요요동에 깔려 있는 남자아이들 위주의 문화도 한 몫 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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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 이야기를 길게 하는가 하면 이런 위기가 닥치고 나니 이 시장이 얼마나 취약하고 쉽게 무너지는 시장인지를 다시금 깨닫게 됐기 때문이다. 이 작은 시장은 생각보다 많은 선의와 호의에 기대고 있다. 한국도 외국도 그런 부분이 강하다.
사업을 하는 이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규모를 늘리고 확대해야 하는 방법을 찾을 수 밖에 없지만, 한동안 이는 쉽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그렇지 않은 우리 같은 사람들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취미 씬을 좀 더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 이 씬은 어떻게 변할 지 모른다. 우리가 원하거나 생각했던 방향으로는 가지 않을 것이다. 근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유지 자체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한국에서 요요로 먹고사는 것, 아니 세계에서도 요요로 먹고사는 것은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높은 난이도를 요구하는 일이다.
이 취미는 어려운 주제에 진입장벽도 높고, 누가봐도 세련되거나 멋진 취미도 아니다. 그러나 확실한 자기만족이 있다. 그리고 우리 눈에는 얼마나 멋진가? 이럴 때일수록 이 취미의 본질적인 면을 좀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나치게 이 씬을 높게 평가할 필요도 없지만, 경제성이 없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도 없다는 얘기다. 이 위태롭고도 작은 판에서 왜 그렇게 싸우고 물고 뜯고 했는지 생각해보면 좀 의아하기도 하지.
그리고 어쨌건 작은 시장 내에서 그걸 업으로 택한 이들이 있다. 요요를 하는 이들만큼이나, 그들 때문에 이 시장은 어찌어찌 유지되어 왔다. 한국은 유독 그들에게 박하고 - 나 또한 옛날엔 참 박했다- 강팍하게 구는 경향이 있다.
지금은 우리 스스로만큼이나, 이들을 응원하고 너그러이 봐 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업을 하고자 하는 이들의 호의를 무조건 믿으라는 애기도 아니고, 사업자들이 무조건 헌신해야 된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작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수행하는 공익이 있다. 지난 날이 증명해준다.
어떤 아저씨가 대학원을 때려치고 요요에 빠져 프로모션을 시작해, 98년의 청소년들이 요요를 알게 됐고, 또 어떤 아저씨가 낙성대에 요요샵을 열 생각을 하고 다른 아저씨가 그걸 인수하여 유지했기 때문에 99년의 청소년들과 2010년의 청소년들이 요요줄을 사고 요요를 계속 할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고. 그들이 오로지 공익만 생각하고 그 선택을 했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그게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 계기들을 만들어줬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그러나 이 씬이 살아남기 위해 사업가들도, 매니아들도 이런저런 시도들을 많이 하게 될 것이다 분명. 그 때가 왔을때 우리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더라도 매니아들이 그것을 인정하고 앞으로의 시도들에 대해서 마음을 열고 대하자는 이야기이다. 진짜 나는 이 판이 없어지면 어떡하나 이런 생각이 자주 든다. 아마 살아남는다면. 정말 많이 바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