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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타기인생 Sep 21. 2020

'끕'에 맞게 굴라는 정당한 요구

시민독재 해프닝을 보며

9/18 작성한 글.


 이런 그림체는 먹히지 않습니다. 라며 실용적으로 지망생 안내해주시고, 다른 웹툰작가들이 페미냐고 욕먹고 네이버 댓글창 디비질때 암말도 없던 분이 요즘 경향은 ‘독재’라고 하니 이것도 내로남불이라고 해야 할지 참. 별개 다 독재라는 생각이 드는데, 독재면 기안84는 이미 논란 나온 순간 감빵가거나 거리에 끌려나와서 제트기 자세로 자아비판을 갔어야 할 테다.

하지만 이 시민독재는 프로그램에도 영향을 못미친다.


 원수연이나 강도하 같은 작가들만 이런 생각 하는 줄 알았더니 주호민 작가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구나. 실망스럽지만 또 곰곰히 생각해보면 아주 이해가 안되는 행적도 아니구나 싶고. 불공정 계약서 문제 터졌을때도 기업독재 뭐 이런 얘기는 안하셨어서 침묵의 미덕 정도는 아는 분인 줄 알았다. 자기들이 시장에서 선택받아서 잘 된거는 자유의 시대 독자 만세 웹툰 만세고 이제 사람들이 목소리 좀 내니까 검열의 시대!



 다른 무엇보다,  웹툰은 이제 8,90년대 출판물 시장의 규모나 만화에 대한 인식 수준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매체가 아니다. 기안84나 복학왕의 영향은 그냥 우리 세대가 만화읽으면서 컸던 시기의 아이큐점프 인기작가 수준과는 그 크기가 다르다.


 물론 나는 이런 인식의 괴리가 예나 지금이나 만화는 여전히 작가 1인 중심의 창작물 (어시라던가 이런 노동을 고려하더라도)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괴리라고 생각한다. 플랫폼과 영향력은 커졌는데 만화에 들어가는 노동의 형태는 그다지 바뀌지 않았다. 작품에 대한 자아의 투영도 그만큼 더 클 수밖에 없고. 공격당했을때의 데미지도 당연히 엄청나다.


 시스템 단위에서도 그럴 것이다. 제한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쓰는 게 중요하기에 편집의 힘이 강할 수밖에 없었던 잡지출판과 달리 온라인 플랫폼 사업은 편집과 가이드의 힘이 훨씬 적을 수밖에 없겠지. 일단 반응 일어나는 건 다 끌어와서 던지고 측정할 수 있으니까. 인쇄비용이 들길 하나 유통이나 영업을 해야 하나. 그런 것도 없다. 이게 좋게 풀린 게 한국웹툰의 다양한 작품성이고 나쁘게 풀리면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이겠지. 똑같은 문제를 온라인 광고시장에서도 볼 수 있고.



 하지만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이런 상황들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 욕하는 사람도, 비판하는 사람도 늘어난다. 기안84나 삭에 대해서도 결국 사람들의 이런저런 말들을 걷어내면 본질적인 반감은 '급에 맞게 좀 굴어라' 라는 것이다.


 거기에 대해서 어떤 반응은 시장이고 어떤 반응은 독재라고 말하는 것이 과연 좋은 현실인식인가? 나는 아니라고 본다. 본인들의 의식은 아직 거기에 머물러있는지 모르겠지만. 사업하는 사람이 자기 물건 문제 있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사람들이 공산주의자라서 내 물건 안산다'라고 하는 수준과 그리 다르지 않아보인다.


*이후 주호민 작가는 아래와 같이 입장을 표명. 그러나 여기서도 '작가'가 자신의 의도를 일일히 설명하는 것은 자유의 침해라고 생각하는 기조를 유지하고, 작가로서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고는 이해한다.

  하지만 내 의견으로는 이제는 그런 게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예나 지금이나 높은 수준의 창작자들이 갖춘 필수 조건 중 하나는, 비윤리적이거나 비상식적인 표현을 강행했을 때 그것에 대한 명확한 목표와 근거를 가지고 논쟁을 정면돌파하는 태도였던 것 같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대중이 창작을 이해해주길 바라는 태도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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