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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타기인생 Jan 04. 2023

이해할 수 밖에 없는 일들

이태원 참사 유족들의 이 발언을 두고 복잡한 심정을 느끼는 분들이 종종 보인다. 그런 정치성향을 탓하는 발언들도 있고...세월호를 겪으면서도, 국힘의 역사가 학살자의 역사인데도 1번을 찍을 수 있었냐며 이런 상황을 개탄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한국사회의 평균 수준과 사람들의 투표 동기에 대해서 크게 기대를 하지 않는다. 그 수준을 끌어올리고자 노력하는 수많은 이들에게 그저 존경과 감사를 다 하고 그들의 편에 설 뿐이다. 그래서 유권자는 옳다 따위의 소비자 중심스러운 말을 할 생각도 없다. 무엇보다 선거국면은 감정의 격동에 가깝다고 생각하기에 합리적 선택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복잡하지 않다고 해서 모순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세월호에 슬픔을 느끼지만 1번을 찍은 사람은 내 주변에도 많다. 경제적 이해관계가 결부되지 않았어도 1번을 찍은 사람도 많다. 이재명에게 느껴지는 어떤 잔인함과 무도함 (그것이 편견이었냐와는 별개로)이 오히려 한국사회에 악영향이라 생각해서 차악을 선택했다는 분들도 많다. 투표행위가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설명해주는 게 아니다. 


나는 그들이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는 맥락이 충분히 있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나 같은 사람 입장에서는 지난 10년의 세월을 지나며 1번이나 2번을 찍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더 이상해 보인다. 도대체 왜?? 차라리 기권을 하세요. 그러나 이런 얘기를 대놓고 하며 타인의 투표를 문제삼고 싶지 않다. 왜냐면 이건 그냥 나의 세계관이기 때문이다. 이런 입장이 한두개겠는가. 


윤석열이 선거운동때 보여준 황당한 모습을 보고도 어떻게 지금 같은 상황을 예상 못했냐고 하는 것도 난 무책임한 소리라고 생각한다. 지나치게 결과론적인 이야기다. 시스템이 있고 당이 있고 절차가 있으니 그냥 수습 되겠지. 정치 초보니까 나아지겠지 했던 것 아닌가? 자기네 대통령 탄핵시킨 검사를 대선후보로 만들 정도니 앞으로 뻘짓은 덜하겠구나 생각했을 수도 있지. 사람들은 선거에 대해서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안이하다고? 민주당이나 정의당을 뽑는 건 안이하지 않고 철저한가? 나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민주당이 재집권했으면 지금보다는 나을 수 있었겠지만 윤석열은 여전히 미래의 가능성으로 어필하고 있었을 것이다. 민주당의 답답한 정치력에 다들 두손 두발 들고 있었을 것이다. 말은 좀 더 이쁘게 했겠지만…앞서 말했 듯 나 같은 이들이 볼 땐 1찍이건 2찍이건 황당하긴 매한가지다. 그러나 사람들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과거의 우리편 세상만이 좋은 세상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원래 결과가 나오기 전에 자신의 선택을 합리화 할수 있는 맥락은 언제나 풍부하고, 개별 인간이 가진 모순과 한계를 이해하고 그것이 자신과 자신의 세력에도 적용됨을 이해하지 않으면 홍준표가 경남의료원을 폐업했을 때 경남 유권자들을 비웃던 모습, 코로나 국면에서 대구 시민들을 비웃던 모습이 튀어나오게 된다. 


나는 유족들의 정치적 성향에서 한국사회 일반의 수준을 묶어서 비판하는 발언들이 그와 다르지 않은 태도라고 생각하고, 그런 태도들이 일베식 폭식투쟁과 사실상 같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부응에 기대하지 못한 세력의 문제이지 그들의 투표가 문제일까. 


사람은 욕심많고 이기적이고 한심한 존재고, 유권자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해할 수밖에 없는 것들이 있는 것이다. 누군가의 합리적 투표도 누군가의 눈에서는 한없이 한심하고 그 역도 마찬가지...누군가가 겪어서는 안되는 고통을 겪고 있을때는 그가 1번을 찍었건 진보당을 찍었건 빨치산이건 악인이건 선인이건 상관 없이 고통으로서 다뤄져야 한다는 게 내 믿음이다. 


그나저나 이런 이야기를 하는 분들은 자신의 후보들이 왜 저런 황당한 후보를 이기지 못해서 이 사단을 만들었는지에 대한 생각을 좀 더 하셨으면 한다. 한국사회의 평균수준을 낮추는 건 그냥 국힘과 국힘 지지자들만의 문제가 아니고 손뼉도 부딪혀야 소리가 나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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