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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타기인생 Jan 04. 2023

원래 고귀한 사람은 어딜 가나 적다

가난한 동네 살면 안되는 이유라며 도는 글. 사실 이런 류의 발상과 발화가 낯선 건 아니다. 다들 공공연하게 쉬쉬 하면서 조심스럽게 말해 왔는데 최근에 더 노골적으로 변했지. 


아비투스까지 가져와서 부의 아름다움을 논하는 이런 사람들의 순진함에는 매우 웃음이 나는데…마치 인간사의 모든 악덕이 가난한 이들 속에서만 있는 것 처럼 말한다는 것이다. 악다구니는 가난과 부와는 상관이 없다. 돈이 있으면 그걸 좀 가리고 아닌 척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이 한국인을 고상하게 만들어주는 건 아니다. 달동네에서도 부촌에서도 원래 타인이란 답답하고 말 안통하고 무례한 존재이다. 다만 부촌에는 그것을 가려줄 두꺼운 벽과 안락한 집이 있을 뿐이지. 


뉴스를 키면 허다하게 쏟아지는 상류층의 패악질. 정치인들의 졸렬함과 비겁함이 이렇게 숨막힐 정도로 많은데 이들은 도대체 무슨 세계를 보고 있는 것일까. 그들이 세상에 끼치는 해악에 비하면 시장통의 무례함은 그저 내 kibun의 문제일 뿐이지. 같은 무례여도 강한 자의 무례가 주는 파급력은 훨씬 더 해롭다. 진상을 부리면 사람이 해고당하고 그 진상을 알리기 위해 다른 자원이 고갈된다. 


어차피 인간이 악다구니라면 달동네의 편에 있어야지. 거기에는 최소한 개선해야 할 조건들이 존재하고 그로 인해 달성되는 공익이 있다. 부촌에는 무엇이 있나? 주어지지 못한 권리들을 부유해야만 하는 것으로 여기고 좁히고 좁힌 사람들에게 무슨 평안이 있겠나. 인타깝다. 세상은 좋아지고 있나? 어떤 면에서는 그렇지만 가지지 못한 사람에게 악덕의 굴레를 씌우는 것은 옛날보다 더 악랄해졌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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