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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타기인생 Oct 31. 2020

노욕과 젊음의 차이

2008년부터 항상 우승후보인 어떤 선수를 보며.

 레이 이와쿠라 선수가 JN 3위를 했다.진짜 대단한 사람이다. 이 분이 세계대회를 첫 우승한게 2008년이다. 그런데 2019년 세계대회도 우승했다. 2008년부터 2019년까지 연속 우승이냐? 아니다. 중간에 살짝 부침도 있었지만 좀 부진하다 싶으면 새로운 걸 들고 나왔다. 그렇게 세계대회 챔피언을 7번을 차지했다. 그리고 아직도 매년 4A 부문 우승후보다. 올해 영상을 보니 부쩍 나이가 들어보여 괜히 맘이 짠한데, 그래도 플레이 하는 걸 보니 아직도 이팔청춘이다.



 이 짠함의 히스토리를 좀 볼 필요가 있다. 레이 이와쿠라 이전의 4A 최강자가 누구냐! 하면 지금은 mowl 브랜드를 하고 있는 에이지 오쿠야마를 꼽을 수 있다. 4A를 만든 사람은 히로노리 미 (현재 리와인드 사장 겸 JN 대표 하는 그 분 맞다. 사실관계는 확인 필요) 란 얘기가 있는데, 나는 사실상 에이지 오쿠야마가 4A를 재발명했다고 생각한다. 


 빠른 휩, 원핸드 스트링트릭을 응용한 움직임, 리제네레이션, 인플루언트(몸에 감는 기술)의 기초적인 형태를 이 선수가 거의 완성했고 그걸로 세계챔피언을 먹었다. 

모두를 충격에 빠뜨렸던 2003년 세계대회 우승 프리스타일

  오쿠야마 선수가 2003년에 세계대회에서 우승하면서 4A의 모든 게 바뀌었다. 원핸드 만큼의 밀도있는 플레이와 속도감이 가능하다는 게 입증되면서 엄청난 선수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레이 이와쿠라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현역으로 짱짱한 츠바사 오니시나 세상 고급진 동작으로 일본 우승을 여러번 먹었던 카즈야키 스기무라 같은 선수들도 이 시기에 사람들 마음 여럿 설레게 한 레전드들이다. 그러나 결국 꾸준함과 압도감에서 레이 이와쿠라가 가장 압도적인 선수였다는 점에는 큰 이견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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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A 부문에 끼친 레이 이와쿠라의 가장 큰 영향이라면 인플루언트 계열 기술을 거의 완성하고 그걸로 세계 3회 가량 재패한 선수라는 점이다. 이 정도만 해도 이미 역사에 남을 만한 인물이지만. 이 선수의 진짜 레전드는 이 뒤에 발휘된다.


 솔로함이라는 기술이 있다. 요요를 두개 사용해서 줄 1개 위에서 회전시키는 기술이다. 현재 스핀기어 사장을 하고 있는 타카히코 하세가와씨가 처음 만들었다. 아마 기술의 기원은 디아볼로 쪽일 것이라고 짐작한다. 


 레이 이와쿠라 전에는 솔로함은 단일 기술로만 의미가 있었고, 미스율 + 기술밀도 문제로 상용화(?)는 어렵다고 다들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2012~13년 경에 다들 '역시 4A의 대세는 리제네레이션 계열인가?' 할 때 솔로함 콤보들을 들고 나와서는 '이게 되네?'라는 걸 보여주더니. 혼자 또 계속 솔로함을 발전시켜서 2014년에는 결국 세계대회에서 후반 1분가량을 솔로함으로 휩쓸어버리며 우승을 차지한다. 그 뒤로도 체인리액션이나 소드댄스 같은 걸 솔로함 판으로 응용해가지고는 또 세계대회 우승을 먹고, 작년에도 우승을 해버렸다. 


 요요판에 이런 경우가 있나? 생각해보니 거의 유일하다. 원래 짱 먹던 사람이 그 스타일에 매몰되서 함락되는 경우는 많이 봤지만, 짱 먹던 중에 판을 갈아버리는 건 참 드물다. 오래 살아남았으니까 강자가 아니라, 강자였는데 + 오래 살아남고 + 트렌드를 리딩해서 + 또 강자가 된 케이스...


 덕분에 이제는 오프의 대세 중 하나가 솔로함이라는 점에 아무도 이견이 없다. 심지어는 그냥 종목을 분리시키자는 말까지 나올 정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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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가 30대 중반을 넘어간 자식 있는 아부지로 알고 있는데 발전이 끝나질 않는다. 한때는 너무 영리해서 그의 프리가 다른 선수들이 가진 역동감이나 폭발력 같은 면들이 오히려 부족하다는 생각도 했었다. 실제로도 프리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정말...점수를 기가 막히게 딴다. 그러나 이제는 그저 존경스럽다. 대회가 끝난 후 올린 글을 보니 여유를 잃지 않으면서도 투쟁심은 그대로다. 무대를 본 사람이 즐겁게 느끼는 공연을 하고 싶었고, 10년이나 차이 나는 선수들과 무대를 즐겨서 영광이지만 다음 대회에서 시도할 게 아직도 있단다. 멋있다.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궁금하고, 우승을 하건 안하건 계속 보고 싶다. 나같은 고인물에겐 참 많은 시사점을 던지는 롤모델이다. 어떤 이들은 노욕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온몸을 던져서 경쟁하는 이는 언제나 젊은이라고 생각한다. 부딪히지 않고 나이 먹었으니 그냥 리워드 달라고 하면 그게 노욕인거지. 나도 그래. 난 아직 더 연습하고 부딪혀서 또 한번 더 우승해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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