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시땅 필로우 미스트
혹시? 하지만 역시...인 물건 리스트에 록시땅 필로우 미스트를 추가했다. 딱히 불면증이 있는 건 아닌데 그냥 뭔가 잘 때 좋은 향을 맡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향을 자주 피우는 건 삐루에게도 나에게도 좋지 않고 원래 쓰는 향수들은 외출할 때 쓰는 거니까 왠지 잠 안올거(...)같았다. 뿌린 뒤 향이 나쁜 건 아닌데 이거 너무 활기찬 향 아니야? 라는 생각을 하며 10분 안에 잠이 들었으니 효과는 있는 것인가?
언제나 돈 쓸때가 제일 즐겁지. 혹시가 역시로 바뀌는 건 언제나 돈을 쓴 뒤에 찾아온다. 그런데 필수가 아닌 상품을 기대감만으로 팔 수 있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필로우 미스트가 그렇다. 이 제품의 소구포인트는 숙면 유도가 아니라 (불면증이 있다면 병원을 가야한다) 자기 전까지도 이렇게 자신의 주변을 신경 쓰는, 세련된 잠옷과 향을 입는 섬세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다.
내가 좋아하는 라미 만년필도 그렇다. 그걸 쓴다고 글을 잘 쓰거나 업무를 잘 하게 되는 건 아니다. 그저 라미의 너무 잘 만들어진 단단한 플라스틱의 촉감과 필기감이 좋으니까. 회사 선배들이 유독 다 라미를 썼으니까. 라미를 쥐면 뭔가 모호했던 내 머릿속도 이 펜처럼 단단해지는 거 같으니까. 내 머릿속에 마케터,실용인들의 필기구로 박힌 것이다. 물론 나는 아직 선배들만큼 능력있는 사회인이 되지 못했고, 잘 때는 그냥 무릎 나온 츄리닝과 작년에 사고 올해는 안입는 티를 입고 잔다.
이런 이미지는 그냥 광고들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시간도 많이 필요하다. 그런데 광고로 만들어질수 없는 이미지. 시간이 많이 필요한 작업들을 상상하는 일이 내게 점점 더 어렵게 느껴진다. 실용적인 것만을 생각하는 일을 좀 줄여야 하겠다. 이왕 산 거 필로우 미스트도 좀 뿌리고 하면서. 아, 근데 라미 만년필 또 사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