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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사는 이유

모두가 사라질 동안 홀로 남아

상수역 하카다분코

by 줄타기인생

2000년대 중반의 홍대를 이야기하면서 하카다분코를 빼놓을 수는 없다. 이 라멘집이 생긴 후 15년의 시간 동안 홍대,합정,상수는 정말 많이 변했다. 라멘집은 수없이 생겼다 사라졌고 삼삼오오 모여 놀던 비닐바도 맥파이도 코다차야도, 그리고 이제는 이름도 가물가물한 수많은 펍과 바들이 왔다가 사라졌다. 한창 붐이었던 중국요리 3세대 집과 알음알음 소문났던 겐로쿠 우동도 언제 그랬냐는 듯 시들해졌지만 하카다분코만큼은 살아남았다.


메뉴도 여전히 인라멘 청라멘이 메인. 그 흔한 교자도 주먹밥도 여전히 없다. 이젠 그 어느 라멘집보다 압도적으로 뛰어난 맛이라고 할 수 없지만 라멘이 이런 맛이구나. 혼자서 맛집에 와도 되는구나 하고 생각하게 해준 그 맛은 여전히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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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이 집을 통해 일본 라멘의 맛을 알게 됐을 것이고 많은 친구들을 데려왔을 테고 혼자서도 자주 왔을 것이다. 하카다분코의 인라멘이 라멘 맛을 판별하는 하나의 기준이 됐으니 최초라는 것. 꾸준함이라는 것이 이렇게 참 정겹고 대단하다.


이제는 줄서서 먹는 집이 아니라 한달에 한두번 근처를 지날때 들리는 집이 되었지만, 아마 앞으로도 하카다분코는 내게 처음으로 만난 제대로 된 맛집. 상수의 즐거운 밤으로 계속 남아있겠지. 앞으로도 그랬으면. 입구에 걸려있는 현수막이 괜시리 맘이 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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