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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사는 이유

10대의 취향은 사라지지 않고

프리즘웍스 두루마기 퀄팅자켓

by 줄타기인생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누구나 다 아이스브레이킹을 위한 자신만의 광기 포인트를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예를 들면 나에겐 요요. 발 300. 그리고 한복 이야기가 있다.


중학교 시절에 국뽕과 신비주의에 미쳐가지고 주역공부해서 점치고 고구려 신라 백제는 중국에 있었고 수메르는 사실 한민족이고 민족문화에 감복하여 방과 후에는 생활한복을 입었다는 뭐 그런 이야기 말이다. 아하하 누구나 다 사춘기는 있잖아요-라며. 이 이야기에 모두가 다 웃었지만 아무도 맞아요 누구나 그런 때가 있죠 라고 동의해주지 않았다. 요요를 하지 않았다면 아마 나는 지금도 환단고기 홍보팀에 들어가서 열렬히 한민족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써놓으니 마치 사춘기의 광기를 졸업한 거 같지만 산자들의 머리를 짓누르는 것은 죽은 자들만이 아니다. 과거의 나도 불쑥 불쑥 튀어나와서 사람을 덜컥 하게 만드는 게 현대인의 숙명이다. 그래서 내가 작년에 리슬에서 한복코트를 샀고. 올해는 프리즘웍스에서 durumagi 퀄팅 자켓을 산 것이겠지. 너무 맘에 들어 가을 내내 입었고 그러고도 또 너무 마음에 들어 단종 전에 여벌을 하나 더 사놔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 핏도 너무 좋고 편하고 튼튼하다.


위안이 된다면 두벌 다 생활한복 같이 생기진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복같지 않은 ‘한복’이기에 끌렸다면 중2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과연 다른 것인가? 샤이트럼프처럼 아직 샤이환빠 뭐 그런 걸까. 참고로 직장 동료는 두개 다 도깨비 같은 옷이라고 했다. 도깨비 같이 홀려서 산 듯도 하다. 그냥 어렸을 때 못 먹은 쫀드기나 밭두렁을 커서 사먹는 마음이라고 하기에는 나는 10대때 생활한복을 너무 자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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