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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타기인생 Jun 12. 2021

차브-영국식 잉여 유발사건

<차브-영국식 잉여 유발사건>.  책은 영국에 현재 만연해 있는 노동계급/가난 혐오 문화를 파헤친 책이다. 한국에 대입해서 생각해볼 만한 요소가 무척 많다.

 빈곤지역에서 일어난 보험금 사기 사건을 빈곤인 모두의 문제인 것처럼 몰아가고 언론들이 이를 확대 재생산 하는 . '모두가 중산층이   있는 사회'라는 미명 아래 '노력하지 않는다'라며 노력할 수단이 없는 이들을 무시하고 적대하는 . 삶의 희망을 잃고 방황하는 젊은이들의 반항적 행위들에 대해 근본을 진단하지 않고 배척하고 두려워 하는 . 가난따위는 이제 없으며 가난이 있다면 그건 사회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게으름이라고 비난하는 . 부유층의 탈세규모가 훨씬 크고, 부당수급의 비율은 왜곡됐음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이들을 '복지수당에 기생하는 자들'이라고 질타하는 .

이민자에 대한 분노와 공포가 가난과 미래 없음에서 발현됐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일단 인종차별주의자로 묶고 계급의 문제를 사고하지 않는 . 노동자를 대표해야  정당이 중산층의 핑계를 대며 이러한 문화와 정책에 편승하여 계속해서 실패하는 .  모든 것이 저자가 말하는 가난/ 노동계급 혐오 문화의 발현 모습이다. 저자는 이런 현상의 근원으로 대처 시절 이뤄졌던 사회복지 파괴(대표적으로 공공주택 정책) 제조업 퇴출을 지목한다.

 무슨 이야기인가? 마가릿 대처의 반동으로부터 시작된 일련의 액션들 - 제조업으로 대표되는 일자리를 없애고 공공주택으로 대표되는 소셜 믹스 정책과 복지를 없애고 노조를 분쇄한 결과 노동계급은 고립되고 사회적 지위를 잃는다. 모두가 성공 가능하다는 환상 아래 노동계급은 자부심을 가질만한 정체성이 아니라 탈출해야 하는 수렁이 된다. 물론  탈출은 각자도생을 통해서 이뤄진다.

  결과는 무엇인가.  고립되고 가난해진 노동계급을 복지수당으로 사회에 기생하는, 무례하고 무책임하고 상승욕구 없는 쓰레기, '차브'라는 명칭으로 조롱하는 일이다. 그리하여 인종차별자는 용납하지 못해도 공공연한 가난/노동계급 혐오는 모두가 박수를 보내는 상황까지 왔다. 실제 영국의 중위소득은 소위 '중산층'이라고 불리는 이들의 소득에 턱없이 부족한데도 상류층의 입장이 중산층이라는 표피를 쓰고 과대대표 된다.  영국의회에 노동자 계급은 이제 손에 꼽을 만큼 적어졌고 노동계급의 대표성은 급격히 약화됐다.

 읽다 보면 한국사회 생각을 하지 않을  없다. 다른 점도 있지만 같은 점이  많다. 한국 특유의 서민 정서상 한국에서의 가난 혐오는 책에 나타난 형태로 나타나는  같진 않다. 그러나 훨씬 강력하게 내재되어 있지 않은가? 중산층 (으로 위장한 상류층) 과대대표 경향, 가난에 대한 혐오 문화와 물신주의, 사회적으로 주류 세력을 형성해본  없는 노동계급의 취약한 위치와 너무나 오래된 각자도생의 흐름 등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는다는 생각에 암담해질 뿐이다.

저자의 해결책들 또한 한국사회에서 이야기 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새로운 형태의 비정규직 노동에 대한 조직화, 일자리와 주택문제의 해결로 대표되는 복지정책의 회복 등이다. 영국은  옛날의 시절이 있었다지만 한국이 다시 참고해야  레퍼런스는 무엇일까?  뉴스를 검색해보니 얼마전 영국 총선에서 노동당은  패했고, 노동당 내부에서는  중도 논쟁이 진행중이다. 그리고 한국의 여당이 대선 승리라는 핑계로 종부세 완화 카드를 밀어붙이고 있는 동안, 1야당의 대표로 평등을 위한 정책을 불공정이라 주장하고 각자도생과 무한경쟁을 찬양하는 30 후보가 당선됐다. 차브의 분석보다 현실이  뼈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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