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장소,환대>
사람이 되는 조건은 무엇인가. 호모 사피엔스 종? 두다리로 걷고 팔을 쓰는 것? <사람. 장소. 환대>가 말하는 사람의 조건은 사회의 인정이다. 그 인정(환대)를 통해 자신의 자리(장소)를 마련한 존재이다. 뜬구름잡는 소리처럼 느껴진다면, 사회에서 배척받으며 '니네 집으로 가'라고 공격받는 이주노동자, 전쟁에서 사물로 취급되는 군인, 아무도 편을 들어주지 않는 범죄자, 적으로 간주되는 사회적 소수자들, 여성. 환대받지 못하는 장애인들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우리 개개인이 그들을 한 사람으로서 존중하느냐와 별개로, 사회는 그들을 배척하고 온전한 사람으로 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무조건적인 환대란 무엇일까? 과거 로마에서는 신생아 탄생 이후 아비가 아이의 생사여탈권을 가졌다. 부모가 불확실하거나, 문제가 있는 아이는 사회에 받아들여주지 않았고 이런 아이들은 즉시 살해당하거나, 노예로써 키워졌다. 아마 전근대사회가 아이를 대하는 방식은 다 비슷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아이가 출생하는 순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 아이에게 '사람'의 자격을 부여한다. 아이를 두고 '사람이 될지 지켜보자'라던가, '이러저러한 문제가 있으니 편히 보내주자'라는 말을 극단주의자들 몇명 빼고는 아무도 얘기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렇게 사회의 무조건적인 환대를 통해 사람으로서 사회에 진입한다. 사회의 조직 원리 자체가, 그러한 무조건적 환대에 기반한 것이다.
하지만 삶의 흐름에 따라 이주하거나, 타고난 지향을 드러내거나, 특정 계급에 속하는 순간이 오게 되면 사회는 우리에게 사람이 될지 말지를 끊임없이 강요하고 갈라친다. <사람. 장소. 환대>는 모든 사람에게 자신의 장소가 주어져야 하고, 그것은 무조건적인 사회의 환대를 통해 가능하다는 주장과 동시에, 차별적 환대가 어떻게 사람-비 사람을 갈라놓고 적대로 몰아넣는지를 상세히 분석하는 책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적용하는 여러 개념들은 우리에게 사회와 적대, 차별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준을 제시한다. 이를 테면 뒤르켐이 말한 개념. 인격이란 개성이 아니라 '사회적 마나의 할당'으로서, 우리 안에 깃든 사회로부터 나온 공통의 요소라는 것 (즉, 우리는 상대가 우리와 같은 사회를 공유한다고 믿기에 그의 인격을 존중한다) 사회는 이해관계와 감정을 구별함으로써 계급이 달라도 우정이 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그러한 감정조차 이해관계의 문제를 품고 있기에 우리는 진정한 우정과 환대를 위해 물질적 자원의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것 등등. 우정과 환대로 모든 이가 '사람'이 되는 세상은 어떻게 가능할까. 그 고민을 이어나가기 좋은 책.
"그러므로 환대에 대한 질문은 필연적으로 공공성에 대한 논의로 나아간다. 환대는 공공성을 창출하는 것이다. 아동학대 방지법을 만드는 일. 거리를 떠도는 청소년들을 위해 쉼터를 마련하는 일. 집 없는 사람에게 주거수당을 주고 일자리가 없는 사람에게 실업수당을 주는 일은 모두 환대의 다양한 형식이다. 자유로운 인간들의 공동체라는 현대적 이상은, 생산력이든 자본주의의 모순이든 역사의 수레바퀴가 어떤 자동적인 힘에 의해 앞으로 굴러감에 따라서가 아니라, 이러한 공공의 노력을 통해 실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