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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타기인생 Jun 17. 2021

커머스 브랜드의 브랜딩

좋은 물건을 많이 파는 것

 지난 3년간 나와 회사 사람들을 계속해서 괴롭힌 질문은 '브랜딩'에 대한 질문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정말 무수히 많은 답변들이 존재한다. 약속을 일관되게 지키는 것.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것. 리텐션을 높이는 것. 이름만 들어도 사게 하는 것...등등. 아마 많은 마케터들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브랜딩에 관련한 커머스 지표를 찾아보고자 했지만 지금까지는 다 실패했다. 


 다만 나름대로 아 이게 브랜딩의 효과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요 근래 몇가지 있었다. 내가 담당하는 브랜드의 제품 중 강아지 방석 제품이 있다. 2019년에 출시해서 매우 높은 판매량을 기록한 뒤, 2020년에는 무난한 판매량을 기록했던 제품이다. 그래서 기획에서 리뉴얼 제품을 낸다고 했을 때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는데, 막상 출시하고 보니 이전 버젼 이상의 성과를 기록해 적잖이 놀랐다. 

 광고비를 더 쓰거나 광고가 뭔가 혁신적으로 바뀐 것도 아닌데 훨씬 적은 비용에 높은 성과를 기록한 이유는 뭘까? 그건 아마도 이전 버젼의 높은 판매량을 통해 제품을 실제로 경험한 사람들이 많았고. 이를 통해 구축된 신뢰를 기반으로 리뉴얼 제품에 대해서도 호의적인 반응을 보여준 것이지 않을까. 그 이유 말고는 설명이 불가능할 정도의 실적이었다.


 그렇다면 커머스에서의 브랜딩이란 결국 아래와 같이 정리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1.타깃에 맞는 좋은 품질의 제품을 

2.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메세지와 

3.설득력 있고 일관된 상세페이지와 가격으로

4.많이 판매하는 행위


이 정의는 사실 이전에 코카콜라 CMO 서지오 지먼이라는 사람이 내린 마케팅의 정의와도 비슷하다.  "마케팅이란 더 많은 물건을 더 많은 사람에게 더 자주 더 많은 돈을 받고 더 효율적으로 판매하는 것' 내가 정리한 내용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 것 같다.


 이렇게 정리해놓고 보면, 브랜딩이 정말로 어느 한 파트만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무작정 많이 파는 것과도 거리가 멀다는 걸 알 수 있게 된다. 각 요소에서 고려되는 것들을 정리해보면 이렇다.

1.타깃에 맞는 좋은 품질의 제품을- 기획&디자인 : 어떤 타깃과 목적을 가진 상품을 기획할 것인가. 어떤 페인포인트에 소구할 것인가. 시장에서 정말 필요로 하는 물건인가. 소구점이 많은 제품인가. 재구매를 고려할 것인가 객단가를 높일 것인가. 포기하더라도 소비자와 브랜드 둘 다 납득한만한 요소는 무엇인가. 반드시 살려야 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심미성을 어디까지 갖출 것인가.


2.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메세지, - 마케팅 & 콘텐츠 : 어느 채널을 통해 어떤 비용 목표를 가지고 소구할 것인가. 제품의 어떤 소구점을 중점적으로 제시할 것인가. 제품 자체의 힘을 믿을 것인가 셀럽이나 인플루언서를 통해 내러티브를 만들 것인가. 광고물의 톤앤매너를 최대한 다양하게 가져갈 것인가 일관된 하나로 집중할 것인가.

3.설득력 있고 일관된 상세페이지와 가격으로 - 기획&마케팅&디자인 : 유입된 소비자를 어떤 순서로 설득할 것인가. 전체의 일관된 흐름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원가를 고려한 가격을 책정할 것인가 초기 시장 점유를 위한 가격을 세팅할 것인가. 어떤 주기로 상세와 가격을 테스트할 것인가.

4.많이 판매하는 행위 -마케팅&디자인&CS&물류 - 많이 팔려면 빠르게 구매하게 해야 한다. 구매를 마음먹고 나서 장바구니->결제까지 이어지는 흐름을 어떻게 걸림없이 구현할 것인가. 구매에 대해서 베네핏을 어떻게 줄 것인가. 다시 사고 싶은 사람이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는 혜택 (할인을 포함해)을 제공해줄 것인가. 문제가 있을 때 잘 대처할 수 있는가. 주문한 물건은 제때에 도착하거나, 늦어질 경우 합당한 이유가 있는가.




 이 과정을 계속 반복하며 신제품을 내고, 기존 제품은 관리하면서 불려나가는 것. 이게 실제 물건을 팔아야 하는 커머스 브랜드의 브랜딩 프로세스가 아닐까? 경험 상 이 네가지가 충족될 경우 물건이 잘 팔리고, 좋은 후기가 쌓이고, 선순환을 만들어내며 돌아가기 시작한다. 그렇게 팔린 물건은 신기하게도 내부 기준 상 적정 수준의 리텐션도 형성하는 경향을 보였다. 


 다만 여기서 또 하나 생각해봐야 할 것은, 브랜딩이라는 게 어떤 목표지점이 있어서 거기에 도달하는 순간 끝나는 게임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브랜드에서 보기에 우리가 하고 있는 브랜드는 브랜딩이 잘돼있다고 보여지지만, 또 내부에서는 이보다 더 브랜딩을 강화해야 한다고 느낄 수도 있다. 요컨대 이 과정은 상대평가이며, 스스로에게는 박할 수밖에 없는 끝없는 반복이라는 것이다. 이 점이 브랜딩 작업의 가장 어려운 포인트가 아닐까.


 기술적으로는 브랜드 전략 상황에서는 이러한 반복 프로세스에서 특정 부분에 리소스를 부어 전체를 가다듬는 판단도 가능할 것이다. 2번에 ATL을 붙여서 덩치를 키우겠다는 판단을 할 수도 있을 것이고, 1번과 4번을 강화해서 평가를 개선하겠다는 판단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이렇게 리스트업 해 놓고 체크해보며 지금 막힌 부분이 뭔지 정리해볼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어찌됐건, 브랜딩의 과정을 어떤 프로세스로 생각하더라도 변하지 않는 사실은 이 작업은 결코 특정 파트나 인력이 하는 작업이 아니란 것이다. 명확한 내부의 합의가 있어야 하고 (ex. 우리는 앞으로 컬러를 위주로 갈거야. 우리는 저렴한 제품 위주로 갈꺼야) 그 합의에서 출발된 프로세스의 운영이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소위 '내부 브랜딩' 이라는 것이 중요한데, 나는 내부 브랜딩이라는 부담스러운 말 보다는 좀 더 심플하게 '방향성 합의' 정도의 워딩으로 가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서비스나 어플리케이션, 무형자산의 브랜딩은 이와는 좀 다른 요소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물건을 파는 업은 그 물건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물건을 사서 받아보고 써본 경험이 그 좋은 말에 준하지 않으면 브랜딩은 거기서 실패한다. 아무리 박한 말을 해도 물건이 좋다면, 브랜딩은 성공한다. 때문에 다른 업태보다 ROAS나 매출의 중요성이 훨씬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얼마나 적은 돈으로 많은 이들에게 물건을 경험하게 했는지 (ROAS) / 얼마나 많은 이들이 물건을 경험했는지 (매출) 이니까. 이 생각이 언젠가는 또 바뀌겠지만 지금까지 내린 커머스 브랜드의 브랜딩에 대한 정의는 이렇다. 윗사람들이 원하는 브랜드 액션과는 좀 거리가 멀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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