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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타기인생 Aug 02. 2021

10년차 직장인 업무 원칙

남의 시간을 소중히 하자. 구체적으로 설명하자. 실무를 놓지 말자.

  회사 생활을 이제 10년 정도 한 상황에서 내게도 이제서야 나름의 업무 원칙이 생긴 것 같다. 언젠가 바뀔 수도 있지만, 돌이켜 보면 항상 이 원칙들에 따라서 일을 해 온 것 같고, 그래서 앞으로도 아마 유지되지 않을까? 하는 확신이 들었다.
 

 어떤 이는 이런 제 원칙을 두고 너무 시간낭비다. 앞으로 매니져가 되면 어려울 것이다..등등 얘기도 했는데, 될수 있으면 꼭 지켜나가고 싶고. 그런 마음에서 한번 정리해보았다.

1.업무의 맥락을 상대에게 제공하여 납득시키고 과정과 결과를 반드시 공유한다.


아무리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있더라도 각자의 시간은 소중하다. 내 스스로가 워라밸을 중시하는 사람이라서 더 그럴 수도 있겠다. 아무리 목표가 거창하더라도 직장인은 똑같이 자신의 사생활과 자기만의 24시간의 시간을 가진 개개인이다. 때문에 상대의 24시간을 잘 배려해주는 것이 효율적인 업무의 시작이다.

 예를 들면 마케팅 액션은 마케팅 파트의 문제가 아니라 디자인/기획에도 다 영향을 끼친다. 내가 혼자 아이디어를 내서 만든 쿠폰 프로모션 하나로 인해 CS의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쿠폰 제작을 혼자서 할 수는 없으니 디자이너의 공수가 필요하며, 팀의 성과가 연결되어 있으니 다른 파트에게도 남 일이 아니게 된다.

일의 개요와 목적,근거 등을 명확히 하고 업무협조를 요청하고자 했다.


 그래서 CRM 메세지 하나를 보낼때에도 이걸 왜 해야 하는지, 어떤 리소스가 필요하고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를 아이디어 단계에서부터 공유하고,납기일을 명확히 하고, 설득하고 진행해왔다. 물론 이 과정을 통해 신뢰가 쌓이게 되면, 선 진행 후 공유도 가능한 단계가 오지만 그런 경우에도 결과의 공유 만큼은 반드시 지키려고 했다.

 물론 일을 하다보면 단순 수명업무라는 것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다만 수명업무도 결국 맥락이 존재한다. 나 혼자 그것을 감내할 때라면 모르겠지만 타인의 리소스를 쓸 때는 어떻게든 그 맥락을 발굴하고 설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맥락 없는 방식으로 일이 돌아가기 시작하면 직장인의 동기부여와 창의성은 끝이다. 왜냐면 우리는 결국 크게 보면 타인의 사업에 고용되어 일을 하는 사람들이니까.


 마찬가지로 다른 파트의 일에 대해서도 제가 궁금하거나 필요하다면 같은 것들을 요청했다. 이 과정을 통해서 회사 내에서 여러 브랜드를 담당하면서도 충분한 신뢰를 쌓아가며 일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2. 작은 실무들을 놓지 않는다.

 시니어건 주니어건, 같이 업무를 진행할때도 전반적 기획은 같이 논의하고 공유한 뒤, 세부 실행은 상대가 누구건 같이 나눠서 진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예를 들면 광고소재를 어떤 소구포인트에서, 어떤 스타일로 진행할 것인가 하는 기획 업무를 같이 하더라도 콘텐츠 마케터에게 소재 제작을 다 맡겨놓는 것이 아니라 나는 나 나름대로의 영역을 설정해서 직접 제작하고 세팅했다. 

 이것은 인력 부족의 문제이기도 했지만, 근본적으로는 내가 몸담은 직장의 특성이기도 했다. 기획-실행이 분리되면 빠른 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 기획과 실행을 한 사람이 할 수 있다면 생산성을 극도로 높일 수 있다. 물론 어느 시점에는 이 둘을 분리해서 가야겠지만, 적어도 내 판단에는 내가 담당하는 업무의 규모가 그정도까지 고도화 됐다고 생각치 않았거니와, 설사 고도화 됐더라도 실무를 놓지는 않았을 것이다.

비루할지라도 나름 손수 다 놓지 않았던 광고제작 업무...다행히 효과는 엄청났다!

 그리고  앞에 언급한 맥락과 마찬가지로, 상대의 리소스를 나의 업무에 쓰는 이상 이러한 태도는 기본이 아닐까? 그게 비록 자잘한 일일지라도 손수 챙기는 것은 일의 감각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것이 마이크로 매니징으로 번지면 곤란하겠지만.


3. 투입 대비 산출의 효율을 계속 체크하고 예측 시도를 계속 한다.
 

 우리는 내 아이디어건 타인의 아이디어건 계속해서 수많은 발상들에 휩쓸리며 업무를 한다. 내가 보수적인 사람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항상 효율의 관점에서 아이디어를 판단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효율이 안나오니까 포기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이것을 해야 하는 이유를 합리적으로 찾아내는 노력을 했다는 얘기다.

 매력적인 아이디어라 할 지라도 투입 대비 결과의 효율이 잘 잡히지 않거나 / 다른 이의 리소스를 계속 써야 하거나 /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면 계속해서 논리를 개발하고 효과를 산정하여 검토하고 설득, 진행했다.  


이러한 3가지 원칙 하에 업무를 진행하면서, 쌓인 신뢰를 바탕으로 작은 아이디어부터 큰 아이디어까지 일상적으로 대화하고 디벨롭하여 실행하는 구조를 같이 만들어왔던 것 같다. 타인의 리소스를 소중히 여기고 최대한의 공감대를 형성하여 업무를 진행하는 것. 이게 회사의 문화이기도 했거니와 내가 몸 담은 팀과 내가 회사 내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핵심 포인트가 아니었나 싶다.


 물론 이러한 원칙들은 다른 문화 속에서 무조건 실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좋은 업무를 만들어 나가는 이들이라면, 형태가 다를 뿐 비슷한 방식으로 일을 해온 사람들이기에 또 크게 다른 이야기도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이러한 업무 방식은 초반에는 다소 성가시고 느리더라도 신뢰라는 근육이 붙으면 정말로 효율이 올라간다. 업무의 동기나 진행에 있어서 상호간 신뢰가 쌓여있으니 오히려 불필요한 과정들을 더 생략하고 달려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나 스스로도 이러한 업무 원칙들을 어떤 환경에서건 지켜나갈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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