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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타기인생 Oct 18. 2021

사람들은 브랜드에 그렇게까지 관심 없다

바이런 샤프, 에렌버그 배스 연구소 <브랜딩의 과학>

1.서구권 국가에서의 여러 브랜드 마케팅 활동 결과와 리서치를 토대로 쓰여진 책. 지금까지의 브랜딩/마케팅 전략은 비과학적인 전제를 가지고 움직였고, 제대로 된 결과를 내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브랜드가 성장하는 조건과 방법에 대해 기술해놨다.


2. 퍼포먼스 광고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마케팅이 자리 잡아 많은 지표를 확인할 수 있게 된 지금엔 당연한 주장도 많다. 책이 쓰여진 시점이 2010년 전이니 어느정도 정상참작하고 봐줄 만하다. 그리고 여전히 유효하고, 새롭게 느껴지는 주장도 많다. 단 치명적 단점이 있는데....번역이 너무 난해하게 되어있다. 이 리뷰도 책을 두번 정도 읽고서야 좀 정리되어서 쓰게 된 것.


3. 책의 전제는 꽤 명확하다. 브랜딩이란 결국 브랜드가 매출을 늘리고 수익을 늘리는 과정이며 그걸 위한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렇게까지 브랜드에 관심이 없다'는 게 내가 보는 이 책의 핵심 주장이다. 인상적인 내용을 내 나름대로 다시 해석해서 적어봤다.


4.

-좋은 브랜딩에 요구되는 차별화된 이미지, 구매 편의성, 익숙함 등은 마치 '인기가 있는 것으로 인기가 있는' 것과 같아서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브랜드일수록 이를 얻고 구현할 수 있는 가능성도 커진다. 그리고 그 요소가 다시 성장을 만들어 낸다. 결국 모든 브랜드는 더 높은 시장 점유율을 목표로 해야 한다.


-높은 시장 점유율을 위해서 항상 우선순위에 둬야 하는 대상은 신규고객, 어쩌다 한번 우리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이다. 브랜드를 성장시키는 것은 고객의 충성도가 아니라 이러한 고객을 얼마나 잘 데려오느냐에 있다. 점유율이 높은 브랜드일수록 신규고객을 유치할 가능성도 높다.


-경쟁 브랜드 별로 페르소나를 다르게 하려고 노력하지만, 실제 조사해보면 매우 비슷한 고객층을 상대로 판매한다. 각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도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한 브랜드의 고객층은 시장 점유율에 따라 경쟁 브랜드의 고객층과 겹칠 수밖에 없고, 대형 브랜드일 수록 구매자를 더 많이 공유한다.


-소비자는 여러 브랜드를 구매하고, 브랜드는 소비자를 공유한다. 사람들은 브랜드와 그렇게 쉽게 사랑에 빠지지 않는다. 또 굳이 사랑에 빠지게 할 이유도 없다. 소비자는 사랑에 빠지기엔 너무 바쁘다 (...) 이탈없는 브랜드, 완벽한 충성도의 브랜드 같은 건 세상에 없다. 가능하지도 않다. 충성도가 허구는 아니지만 그런 독점적 형태로 형성되지 않는다. 브랜드 간 차이에 대한 인지도 부족하다. 구매의 순간이 왔을 때 우리 브랜드를 구매 고려 대상으로 여기느냐가 중요하다.


-사람들은 광고의 대부분을 보고 까먹는 게 아니다. 애시당초 고려 대상으로조차 여기지 않는다. 구매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전혀 눈에 띄지 않고 발생하는데, 이 부분은 구매자가 의식적으로 어떤 브랜드를 고를지 평가하기 전에 발생한다. 구매자는 시장에서 대부분의 브랜드를 고려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그 다음 남은 범주 내에서 뭘 고를지 결정한다. 즉, 선택보다 '차단'이 더 우선한다. 때문에 1차적으로는 그 범위 안에 들어가야 하고, 그 다음엔 구매 순간의 결정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통한 여러가지 장치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그 코카콜라조차 1년에 몇번 사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매 캠페인마다 코카콜라가 더울 때 마시는 상쾌한 음료라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상기시킨다. 모든 광고 캠페인은 제품의 기본 정보와 아이덴티티에 대해 같은 이야기를 포함해야 한다. 수십년 간 우위를 차지해온 브랜드의 저력은 일관성에 있다.


-CRM프로그램,  가격 프로모션 등은 이미 브랜드를 잘 인지하고 있고 대량으로 구매하는 고객들이 더 주목하고, 이익을 가져다주는 방법론이다. 이런 방법으로는 브랜드의 성장을 끌어낼 수 없다.


-브랜드의 규모가 커질수록 반드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구매 가용성을 높여야 한다. 위에 말한 '구매의 순간에 고려하는 것'을 위한 마케팅 캠페인, 오프라인 유통 등이 이런 활동에 포함된다. 구매 가용성에 대한 투자는 '시장 기반 자산'에 투자하는 것과 같다. 이것이 미래의 효율을 늘려준다.


-구매해야 할 이유를 전달하기 위해서 기울이는 노력만큼 '구매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차단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대부분의 마케팅 경쟁은 일반적으로 매우 작은 고려 대상 속에 들어가기 위함이다. 그 안에 일단 들어가면, '너무 비싸, 너무 짜, 너무 멀어'등의 사지 않을 이슈가 구매 여부를 결정한다. 이 부분을 해결하는 것 만으로도 유의미한 성장을 끌어낼 수 있다. 맥도날드가 건강 이슈가 있었을 때 취한 액션 (샌드위치/커피 판매)은 전혀 혁신도 아니고 모방에 가까웠지만 '사지 말아야 할 이유'를 없앤 액션이고 성공적인 브랜딩이다.

 

-광고는 (의외로) 어떻게든 매출을 발생시킨다. 노출 빈도보다 도달 범위가 더 중요하고 지속력도 중요하다. 광고와 매출간의 상관관계는 언제나 약하게 나타나지만, 광고에 노출된 소비자와 그렇지 않은 소비자를 나누면 광고의 매출 효과는 명확하게 나타난다. 대부분의 광고 지출이 바이럴, 오프라인/온라인의 한계, 소비자 머릿속 이미지 등과 같은 마케팅 비용을 뒤엎을 만큼 많은 지출을 하는 것이 아니기에 매출에 직결되는 것 처럼 보이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광고의 매출 효과는 오랜 기간에 걸쳐 매출액에 아주 얕게 펼쳐진다. 때문에 잘 알려진 브랜드일수록 많은 광고비를 지출해야 하고, 광고의 목적은 크리에이티브와 식별력 강화를 토대로, 단기매출이 아니라 위에 말한 것 처럼 '구매의 순간에 우리를 선택'하게 하는 장치를 심는 데 있어야 한다.


-마케터는 '마케팅 대차대조표'를 작성하고, 심리적/물질적 가용성(위에 말한 시장 기반 자산)을 구축/강화할 가능성이 큰 액션에 좀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가능성이 큰 액션은 유통확장/신규채널 확보/일관된 광고/높은 도달의 미디어/다양한 제품 개발 등이며 가능성이 낮은 액션은 가격 프로모션/패키지 변경/로열티 프로그램/일시적인 제품변형(한정판)/비교 광고 등이다.


6. 이 책이 마음에 들었던 이유가 뭘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엄청나게 새로운 이야기를 한다기 보다는 내가 실무를 하면서 어렴풋이 느꼈던 부분을 찝어줬기 때문인 거 같다. 신규고객의 중요성, 로열티 프로그램의 유효성 등등.


7. 이렇게 본다면 최근의 이커머스 소규모 브랜드의 흥행은 크게 두가지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다. 인지->구매의 동선을 매우 짧게 만들어서 기존의 브랜딩/마케팅에서 요구되던 인지구조(구매의 순간에 우리를 선택하도록 하는)를 덜어낸 것. 그리고 초기 단계였기 때문에 광고효과가 바로 매출과 직결될 수 있었던 것.


8.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은 그렇게 구매하는 이들, 즉 온라인 광고->구매가 익숙한 이들을 대상으로 했을 때 뿐이다. 어느정도 성장을 하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인지구조를 바꾸는 작업이 요구된다. 이 단계에서 많은 브랜드/마케터들이 애를 먹는 게 이유가 있다. 책의 논리대로 생각해보자면 그 단계에서의 대규모 광고집행은 일종의 인프라 투자와 같아서 우리가 언제나 직감했듯 '단기매출'외의 다른 지표를 찾아서 봐야 하는 것이다.


9.그리고 그런 압축 경로라 하더라도 책이 말하는 몇가지 가정이 크게 바뀌는 것은 아니다. 세상엔 언제나 우리를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더 많고, 사람들은 브랜드를 좋아하지만 뭐 그렇게까지 죽고 못사는 건 아니다. 일단 나도 그렇잖은가? 앞으로 일 하면서 두고두고 곱씹어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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