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과 책임 사이에서

"기댓값 높은 업무를 해야 한다" 

 일을 하면서 아마 가장 많이 들은 문장 중 하나다. 근데 내가 해왔던 일들이 그다지 하이레벨의 일이 아니어서 그런지 이 문장을 들을 때마다 나는 의문이 있었다. 

기댓값과 책임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무수히 많이 발생한다. 그때의 기준은 무엇인가? 많은 이들이 기댓값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효율적인 리소스 사용과 업무배분을 무시하자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일들은 효율을 떠나 수행해야만 하는 일들이 있고, 그런 비효율적 과정을 통해서 관계, 팀워크, 성장이 이뤄지기도 하는 것이다. 물론 상황별로 책임/마무리/성실함과 효율을 찾는 기민함의 비중이 달라질 것이다. 

동료들과 모든 일을 다 같이해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당연히 잘하는 사람에게 잘하는 일을 맡겨야지. 하지만 또 그러다 보면 어차피 안될 것임에도 불구하고 똥밭에 굴러야 하는 상황도 오는 것이다. 그런게 아니라면 세상에 왜 수명업무니 정무적 판단이니 하는 말 같은게 있겠는가. 

 그래서 역으로 효율,기댓값을 유난히도 따졌던 사람 중에서 업무의 마무리나 책임을 잘 지는 경우를 잘 못봤던 것도 같다. 안되겠다 싶으면 더 잘될 거 같은 쪽으로 가기 바쁘니까…그게 어떤 국면에서는 기민함이고 일잘이지만 어떤 국면에서는 간사함이기도 하다. 당연히 그런 면이 내게도 많이 있고, 부끄럽게도 바로 전 직장에서 그런 태도로 군 적도 많다. 

 기댓값 높은 업무를 모두가 할 수는 없다. 일이라는 것이 불면 사라지는 연기가 아닌 이상 누군가는 남은 업무의 마무리를 해야 한다. 폐지를 결정했더라도 그것에 시간을 써야 하는 상황이 온다. '이건 000가 할 일이 아니야'라고 할 지라도 상황 상 그것을 하는 것이 타인의 생산성을 높여주는 경우가 있다. 일의 효율과 기댓값이란게 그렇게 기계적으로 나눠지지가 않는다. 

누군가는 설거지를 해줘야 요리도 해먹고 잠도 자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항상 운영을 담당하는 사람들의 사기진작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회가 가사노동을 노동이 아닌 것 처럼 취급하는 모습이 회사에서는 운영업무들을 대하는 모습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많이 생각했다. 매니져는 의사결정을 잘해주면 그만인 사람일까? 매니져의 시간은 중요하니까 실무나 궂은일은 그냥 다 넘기면 그만일까. 나는 그런 매니져랑 일 하고 싶나? 일 하고 싶지 않다. 매니지먼트라는 것은 결국 사람의 감정과 관계를 다루는 일이라서 정보를 수집하고 의사결정만 잘한다고 되는 거 같진 않다. 나는 사회가 의사결정이라는 행위에 지나치게 많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어떤 의미에서는 반노동적인 세태라고 보는 사람이라 더 그렇다. 

궂은 일을 같이 해주고 비효율적인 일도 함께 하고 해야 결국은 서로에 대한 미안함과 제 몫에 대한 각오와 그런 것들이 생기는 것도 같다. 그런 게 또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내는 과정이기도 하고…당연히 매니져는 모든 걸 잘 할수도 다 알 수도 없다. 그렇다면 내가 모르고 내가 잘 하지 못하는 일을 남에게 요구하기 위해서 단순히 ‘회사가 나에게 권한을 줬다’라는 알리바이 외에 많은 것들이 필요할 것이다. 또 언제 해볼지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