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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타기인생 Oct 09. 2022

3요가 당황스럽다면 매니져가 문제

당연히 해야 할 질문까지 이런 식으로 취급하지는 맙시다


최근 대기업 임원들 사이에서 이른바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자)의 ‘3요’ 주의보가 확산하고 있다. 상사의 업무 지시에 ‘이걸요?’ ‘제가요?’ ‘왜요?’라고 되묻는 젊은 직원들의 반응을 3종 세트로 묶은 신조어다. 군소리 없이 지시를 따르던 기성세대와 확연히 구분되는 MZ세대의 반발에 각 기업 간부들은 새 기업 문화 조성을 두고 머리를 싸매는 분위기다. 일부 대기업은 아예 사내 임원 교육으로 3요에 적절히 대응하는 방식을 전파하고 나섰다.


1. MZ세대에게 업무 지시를 했을 때 나오는 '이걸요' '제가요' '왜요'라는 소위 '3요' 질문에 대기업 리더급들이 당황해 한다는 기사입니다. 이 기사의 작성 주체와 소비 주체의 연령대가 꽤 시니어급이라는 가정을 하더라도, 다소 악의적이다 싶을 정도의 워딩이지요. 실제로도 제 주변과, 제 SNS 타임라인에서는 이 기사를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입니다. 


2.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3요는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기존에 해야 하는 것들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는 반증입니다. 어떤 업무가 주어졌을 때 정말 말 그대로의 '왜요 이걸요 제가요'로 물어보는 사람은 아마 그리 많지는 않을 겁니다. 기사 본문에도 나옵니다. '방향성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내 업무도 아닌데 이걸 왜 해야 하는가' 등의 질문은 사실 실무 일선에서는 옛날부터 생각해오던 질문입니다. 


3.다만 이제는 그런 질문들을 적극적으로 해도 되는 시대가 왔고, 그런 환경들이 도처에 존재하면서 기존 기업들도 압박을 받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기사만 봤을 때는 마치 3요가 일을 잘 하기 위한 고민이나 응당 제공되야 하는 정보가 아닌, MZ세대의 독특함으로 인한 낯선 현상인 것처럼 얘기되고 있는 점이 아쉽습니다. 과연 지금의 시니어들이 실무자나 주니어일 때는 속 마음에 '3요'가 없었겠습니까? 


4. 실제로도 동료들의 업무능력을 최대한 끌어내고 알아서 할 일을 하게 하기 위해서는 위의 세가지를 어느정도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업무의 목적성과 기대치가 무엇인가? 이 일을 당신이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등등. 그래야 사람들도 납득하고 알아서 할 일들을 찾아가겠지요. 또, 이 정도까지는 맥락을 제대로 제공해줘야 매니져도 실무자의 강점/약점을 파악할 수 있고 적격/결격 사유를 파악하여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정말 살다보면 '왜요? 전 하기싫은데요?'라는 사람들이 있기도 하지만, 그런 이들을 제대로 매니지먼트 하기 위해서도 3요의 해소는 필수적입니다. 


5. 툭하면 MZ세대의 특성이라고 보통 언론에서 이야기되는 많은 일들이, 사실 그닥 이상한 일들도 아니고 90년대 초에 '신세대'라며 희한하게 여겨졌던 행동이기도 해요. 야근을 싫어한다. 회식을 싫어한다. 일의 이유를 찾는다...등등. 그때의 그 '신세대'들이 이제는 시니어가 돼 '3요가 당황스럽다'고 하고 있는 판국입니다. 


6. 그렇게 본다면 3요에 대한 당황이 기사로까지 다뤄진다는 건, 어떤 의미에서는 한국의 조직문화가 좋은 매니지먼트를 길러내는 데 실패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아직도 많은 분들이 매니지먼트나 리더십을 그냥 '전투적으로 목표를 달성하는 리딩' 이나 '실무자는 알 수 없고 알아서도 안되는 정보를 가지고 고뇌하며 결정하는 자' '중간에서 악역을 맡아주는 자'로 정의하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또 리더란 '다른 존재'라고 주입하며 특권적 행동을 장려하는 경우도 많고요. 


7. 물론 모든 업무 상황을 저렇게 일일히 설명해야 한다면 이 또한 비효율이겠죠. 그럴 땐 큰 맥락들이 제대로 동료들에게 제공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하겠습니다. 조직이나 목표의 이유나 큰 방향성, 맥락등을 풍부하게 제공해주는 노력들이 매니지먼트 단계에서 이뤄지지 않는다면 실무자들은 모든 상황에 왜요 제가요 이걸요를 물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러한 정보와 맥락 제공이야 말로 매니져가 그 자리에 앉아있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요. 우리가 좋은 리더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그 '3요'를 이야기 나오기 전에 해소해주는 이들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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