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받은 북행거(book hanger)
몇년 전 동료가 선물해준 책 행거를 이제서야 제대로 쓰고 있다. 책을 읽을 시간이 많아지니 자연스레 필요해진 덕이다. 좋은 나무로 만들었는지 단단하고. 시간이 3년 가량 흘렀는데도 전혀 손상이 없다. 살짝 나무향이 나는 것도 좋다.
처음에 받았을 때는 어찌 쓰는지 몰라 몇분을 헤맸다. 책을 껴놓는건가? 얹어놓는 건가? 북행거라는 이름을 다시 되새기고서야 두번째 사진처럼 쓰는 거라는 걸 알았다. 이런 걸 보면 다 물건 쓰는 것에도 때가 있다. 샀다고 해서 능사가 아닌 것이다. 거실에서 하루종일 책을 끼고 살 일이 지난 3년간 없었으니 이 좋은 물건도 받아놓고 쓰질 못했다. 그렇게 쌓이고 버려진 물건이 몇이나 될까. 핀번호를 입력하기 전 적절한 시기와 장소를 판단할 줄 알았다면 그 많은 물건을 살 필요도 없었겠지.
물건도 그러한데 사람은 오죽할까? 사람도 때와 장소가 맞아야 한다. 송나라 시절 여몽정이라는 재상이 쓴 <파요부>라는 시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滿腹經綸白髮不第 才疏學淺少年登科
경륜 가득 백발이 되도록 급제를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재능 없고 학문이 깊지 못해도 소년에 등과 하는 사람도 있다.
有先富而後貧 有先貧而後富
처음에는 부유하다 나중에 가난해지는가 하면 처음에는 가난하다가도 나중에는 부하게 되기도 한다.
蛟龍未遇潛身於魚蝦之間
교룡이 때를 얻지 못하면 물고기나 새우들이 노는 물속에 몸을 잠기며
君子失時拱手於小人之下
군자도 시운을 얻지 못하면 소인의 아래에서 몸을 굽힌다.
그러하니 타인의 평가에 겸손할 일이다. 쉽진 않지만…책 행거를 보면서 두고두고 되새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