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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타기인생 Feb 09. 2017

이해하고 또 이해하려는 노력

율라 비스의 <면역에 관하여>를 읽고 쓰다.

  SNS에서 허튼 주장을 들으면 (ex.태극기 집회가 100만명이다. 물은 답을 알고 있다.) 그냥 욕을 하고 말지만, 내 가까운 사람이 그런 주장을 하면 맥이 풀리고 어이가 없어지는 경험이 다들 있을 것이다. 상대의 주장이 아무리 비상식적이어도 그런 주장을 하게 된 이유와, 그의 목적을 최대한 호의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말을 인생의 금과옥조로 삼고 살자고 다짐하건만 '채식만 해도 암이 낫는다' 라던가 '백신은 면역을 저하시킨다'라는 말을 가까운 이들이 진지하게 할 때면 그 금과옥조는 저 멀리 사라져버리고 얼굴엔 어이없는 표정이, 입에서는 한숨이 나오는 것이다.


  이런 나에게 <면역에 관하여>는 호의적 해석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내가 사람들과 이야기 할때 너무 게을렀던 건 아닌지 돌아보게 해주는 작품이다. 일단 이 책은 기본적으로는 면역과 백신에 대한 사람들의 미신과 몰이해를 반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테면 백신은 다국적 제약회사의 음모이며 면역 형성에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던가. 자연적으로 형성된 면역만이 건강한 몸을 만들어 준다던가 하는 주장 말이다.  


 이 책이 만약 숫자와 과학 이론을 기반으로 이를 반박하는 책이었다면 그저 그런 연구서 중 하나였을테다. 그러나 저자인 율라 비스는 아이를 키우는 자신의 입장에서 시작해 다양한 문학작품과 과학적 연구 결과를 통해 백신을 통한 면역증대의 효용성을 이야기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점은 그 과정에서 저자가 보여주는 태도다.


 그는 글 속에서 사람들의 백신에 대한 공포를 무작정 '반지성적이다'라고 매도하지 않는다. 이해하고 또 이해하려고 한다. 백신과 현대 의학에 대한 공포를 가지게 된 연원이 무엇인지를 같이 이야기하고, 그것을 자기 자신도 부모된 입장에서 이해하려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백신이 유효한지를 문학적으로 풀어내고자 하는 노력이 책 곳곳에 묻어있다. 더 나아가 우리의 삶이 결코 홀로일 수 없음을, 미시부터 거시까지 끊임없이 다른 존재들과 섞이고 더럽혀지고 상호작용하며 사는 삶임을 이야기한다. 면역에 대한 몰랐던 사실부터 저자의 태도까지, 많은 부분들이 기분 좋고 인상적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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