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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타기인생 Aug 10. 2023

내가 뭐라고 사람을 뽑니 (1)

이제 막 면접관이 되는 실무자들을 위한 이야기

 조직생활을 계속 하다보면 언젠가는 본인이 면접관이 되야 하는 날이 온다. 보통은 참관자나 보조 면접관 역할로 들어가서 면접 후 같이 평가를 하는 역할로 시작할 때도 있고, 작은 조직이라면 사람을 빨리 뽑아야 하니 바로 면접관에 투입되는 경우도 많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기업이라면 면접관 교육을 통해 면접관의 애티튜드나 주의사항, 질문의 유형들을 가르쳐주기도 하고, 조직에 맞는 인재상을 뽑는 절차가 마련돼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조직이 그게 가능한 것이 아니다. 또, 그러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해도, 나와 같이 일할 사람을 뽑을 때 어떤 질문을 하고 어떻게 판단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해결해주지 않는다.


 인터넷에 찾아봐도 면접관을 위한 구체적인 팁들은 면접자를 위한 정보보다 상대적으로 적다.  면접관을 처음 시작하는 분들은 보통 바쁜 실무 속에서도 조직의 별다른 서포트 없이 면접 전반을 준비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그런 상황이 부담스러울 것이다. 면접관은 회사의 얼굴이라는데 내가 어떻게 면접을 끌어가야 하는거지? 내가 사람을 잘못 뽑으면 어떡하지? 할 일도 바쁜데 언제 이 사람을 무슨 기준으로 판단하지?


근데 평가...는 어떻게 하죠?




 내가 조직에서 적극적으로 면접 참가를 시작했던 것은 2019년 경으로, 직장생활 8년차가 되가던 무렵이었다. 당시 팀이 독립하면서 팀장과 함께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을 뽑아야 했는데, 이 과정에서 JD의 작성 -> 서류검토 -> 1차 면접 ->리뷰까지 수십개의 면접을 진행했다. 

그 뒤로 옮긴 직장도 사업 초기 단계에 팀 구축이 필요한 시기였기에 면접 및 인력선발은 여전히 중요한 업무로 계속됐다. 결과적으로는 1년~1년 반 동안 100번에 가까운 면접을 지금까지 봐왔다.당시 내 직군은 마케터였지만 회사의 상황상 상품기획 / SCM / CS / 디자인 / PD 등 커머스에 필요한 대부분의 직군에 대한 면접을 진행하게 됐다.

이 글은 그러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이제 막 면접관을 하셔야 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경험을 공유하는 글이다. 당연히 나는 인사 전문가가 아니고, 마케터와 브랜드매니져 정도만 진행을 해본 사람이기에 전문적인 지식을 베이스로 쓴 글이 아니다. 그냥 참고만 해주셔도 충분할 듯 하다.


크게 세가지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려고 한다.
1. 채용공고 (JD) 2.서류 검토 3.면접 질문과 커뮤니케이션




1. Job description / 채용공고 작성부터 해보자


 사람이 모자라서건, 아니면 누군가 갑자기 나가서 공석이 생겼건. 조직에서 여러 이슈로 충원을 해야 하게 될 때, 모든 시작은 채용공고에서부터 시작한다. 내가 몸담았던 첫 직장은 대기업에 공채 채용 중심인지라 실무자들이 JD를 쓸 필요는 없었지만, 스타트업으로 옮기고 나니 TO를 할당받은 팀은 실무자와 팀장이 함께 JD를 작성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걸 인사팀의 일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직접 작성해보는 것을 꼭 권한다.


 우리가 구직활동을 할 때를 돌이켜보면 잘 쓰여진 JD의 위력이 얼마나 큰 지 되새겨 볼 수 있다. 마케터 입장에서 얘기하자면 JD는 광고물이다. 누군가의 노동력과 전문성을 구매하고자 하는 광고물인데, 설명이 대충 돼 있다면 어떻겠는가? 회사에서 JD를 제일 잘 쓸 수 있는 것은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좋은 JD를 쓰기 위해서는 아래와 같은 정보가 먼저 정리되어야 한다. 제품을 팔기 위한 카피를 쓸 때 제품의 상세 스펙이 먼저 정리되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회사가 지원자에게 필요로 하는 건 무엇인가?


1-1).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업무가 무엇인가? 뭐라고 정의할 수 있는가? 모든 업무를 다 하는 사람은 없다. 마케팅이라면 어떤 마케팅이 필요한가? 기획이라면 어떤 카테고리의 어떤 단계에서의 역할을 원하는가? 디자이너라면 웹인가, 패키지인가? 전문적인 용어로 정리가 되지 않아도 된다. 나중에 검색해서 살을 붙이면 된다. 어떤 문제를 해결해줬으면 하는지 정리해보자.


1-2). 이 업무를 진행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지녀야 할 경력/스킬은 무엇인가? 어떤 업계에서 일을 했어야 했나? 어떤 프로젝트 경험이 있었으면 좋겠나? 어떤 기술을 필수적으로 갖췄으면 하는가? 


1-3). 필수적이진 않지만 갖고 있다면 플러스 요인이 될 경력/스킬은 무엇일까? 이 부분은 사실 갖고 있으면 너무나 좋지만 지원자에게 필수적으로 요구하기 모호한 것들을 정리해보면 좋다. 이를 테면 진행해본 프로젝트의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이었으면 좋겠다던가. 해당 직군의 메인스킬은 아니지만 서브스킬로서 갖췄다면 더 원활하게 업무가 가능할 거라 생각되는 걸 정리해보자.


1-4). 업무 외적인 부분에서 어떤 성향의 사람이 오길 바라는가? 강하게 추진해줄 사람? 조율에 능한 사람? 지금 조직의 분위기나 방향성, 기존 인력과의 구성에 있어서 어떤 유형이 왔으면 좋겠는지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 '핏이 맞는 사람'이라는 말은 너무나 모호하다. 개인적으로는 회사에서 주로 발생했던 병목이나 갈등을 다시 되새겨보면서 지원자가 그 상황에 놓였을때 어떤 행동을 하길 바라는가를 생각해보고, 이것을 토대로 정리했었다. 이 부분은 JD에 보통 '커뮤니케이션에 능한 분' 같은 식으로 뭉뚱그려 기술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꼭 구체적으로 기재할 필요는 없고 면접에서 구체적 질문들을 통해 이야기 나눠도 충분하다.




그 다음 생각해보면 좋은 것. 이 부분은 JD에 반영할 필요는 없지만 담당자가 계속 정리해보는 것이 좋다.

바로 회사가 지원자에게 줄 수 있는 건 무엇인가?


연봉문제는 실무자나 담당 팀장이 고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아마 대표나 인사팀에서, 혹은 협의를 통해서 정해진 연봉의 범위가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돈' 말고 무엇을 줄 수 있는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즉,  회사에 오면 입사자는 어떤 경험을 기대할 수 있는가? 성장 혹은 심리적 이득은 무엇이 있는가?

우리가 하는 카테고리가 가망성이 있는가? / 새로운 방식으로 이 시장에 접근하고 있나? / 안정적인가? / 배울 것이 많은가? / 도전적인가? 우리랑 같이 일을 하고 나면 이 사람은 어떤 능력이 늘어날 것인가. 이 역시 내 경험을 바탕으로 상상해보면 좋다.

가령 전 직장에서 내가 내세웠던 부분은 사업의 특성에 대한 부분이었다. 스몰 브랜드를 인수하여 육성하는 사업이었기 때문에 다양한 브랜드를 카테고리 제한없이 초기 단계에서부터 분석하고 키워볼 수 있다. 속도감 있게 단기 육성을 하는 것이 1차 목표기 때문에 잘 파는 방법에 대해 직군 제한 없이 고민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등.

 참고로 이런 부분을 꽤 잘하는 게 대기업의 채용사이트들이라, 이런 부분을 참고해봐도 좋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이 회사에서 '실질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냐일 것이다. 단순해도 좋다. 



CJ 제일제당의 이커머스 세일즈 직무정보. 당연히 모두가 이렇게 쓸 순 없다. 하지만 이 정도 고민은 해야 한다.


 물론 인사팀 시스템과 조직문화가 어느정도 갖춰져 있다면, JD템플릿이 정리가 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여기에 맞춰서 쓰면 된다. 그게 아니라면? 위의 질문들에 대해서 스스로 답변을 해봄과 동시에, 기존에 채용을 진행하고 있는 회사들의 채용공고를 참고하는 것도 좋다.|

가장 잘 썼다고 생각되는 채용공고를 참고하여 우리만의 JD를 만들어보자. 단, 여기서 주의할 점은 기발한 JD보다는 정확하고 성의있는 JD가 더 좋다는 것이다. 그리고 너무 구구절절 쓸 필요도 없다. 필요한 핵심 정보만 딱 정리해서, 지원자가 감을 잡을 수 있도록 쓰자.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이 작업은 일종의 기획서이자 광고물의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이 과정을 거쳐야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을 좀 더 명확하게 그려볼 수 있다. 지원자도 구체적으로 내가 무엇을 하면 되겠구나-하고 상상하고 좋은 답변을 준비할 수 있다.

내가 썼던 jd 예시를 하나 첨부하자면 이렇다. 기발하거나 새로운 것은 없다. 그냥 최대한 정확하게 공개 가능한 부분에서 기술하려고 했다. 그런데도 지원자나 합격자 분들 중에서 JD가 구체적이라서 좋았다는 분들이 많았다. 어쩔 수 없이 면접에서만 드릴 수 있는 정보가 있어 숨겼는데도 그렇다. 이 jd를 베이스로 해서 앞 뒤로 회사의 문화나 비전, 제안사항 등을 붙이면 채용공고가 완성된다.



예시 1) 상품기획자 JD


상황

-브랜드의 상품기획자가 공석인 상태. 제품의 방향성은 규정된 상태

-신상품 개발이 1순위, 기존 제품의 리뉴얼이 2순위.

-현재 회사가 보유한 공장 네트워크로는 해결이 어려워 해당 카테고리 공장과의 협업 경험이 필요.

-광고콘텐츠를 통한 판매가 메인 루트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기획자 본인이 시장 기회를 파악하여 상품기획을 진행할 수 있어야 함.
-공장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경험이 있어 무산되거나 변경되거나 밀리기 일쑤인 제품 런칭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도와 인내력이 높아야 함.
-제품 기획->상세페이지 원고 작성까지 가능한 실무급.


작성 JD 예시

주요업무
 

B의 상품기획자는 B가 인수한 브랜드의 신상품 기획부터 런칭까지 주도하는 역할입니다. 브랜드의 신상품 개발을 최우선으로 진행하고 필요할 경우 인수한 브랜드가 기존 보유한 제품을 리뉴얼하는 역할도 진행합니다. 이 과정에서 B사 내의 마케팅/생산/디자인과 협업을 해당 상품의 PM으로서 끌어갑니다.

구체적인 업무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신제품 개발을 위한 시장조사 및 기획
-기획 완료 후 개발 과정에서 제조사와의 커뮤니케이션
-런칭까지의 일정 관리
-판매를 위한 상세페이지 원고 작성 

-판매 데이터를 토대로 한 상품의 개선과 보완

-기존 제품의 히스토리를 토대로 한 제품 리뉴얼 (이슈 발생시)

필수 자격요건

-학력 무관 

-이커머스 브랜드사의 상품기획 경력 3년 이상 

-00 카테고리에서의 상품기획 경력 1년 이상

-제품 기획부터 출시까지의 전반적인 프로세스 경험 보유자 

-상세페이지 작성 경험

-영업팀이나 유통채널을 통한 요청을 기반으로 한 제품 기획이 아닌, 기획자 주도로 시장 트렌드나 고객 니즈에 맞춘 제품기획 유경험자.


우대조건

-월매출 00원 이상의 상품 런칭 경험.

-봉제 제품 생산 공장이나 중국 공장 연결이 가능한 벤더 네트워크 협업 경험.

-상품기획 외 직군과의 협업 경험




다음 편에서는 서류검토와 면접에 관해서 적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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