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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타기인생 Mar 07. 2017

프랜차이즈 카페만 없으면 되나?

익선동의 젊은 사업가들 이야기를 읽고 쓰다.

  익선동에 한옥 레스토랑을 내고 이를 기반으로 익선동 내 사업을 확정하고 있는 젊은 사업가들의 이야기. 이 기사를 보고 있으니 내 상상력이 얼마나 빈곤한지 깨달았다. 몇가지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보면 이들이야말로 완벽하게 젠트리피케이션에 반하고, 창의적인 젊은 사업가로 보인다. 자신들의 손으로 사업을 일구고, 기존의 동네를 사람들이 찾아와 노는 동네로 만들었고, '옛날 동네'를 시끌벅적하게 만들었다. 근데 이들은 재벌2세도 아니고, 스타벅스니 엔제리너스니 하는 것도 아니다. 내 보기에는 진짜 완벽하게 반 젠트리피케이션 모델이다. 그런데, 동네를 파괴하고 있다.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젠트리피케이션이 단순히 대형 자본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럼 젠트리피케이션이 없는 모습이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라고 물어본다면, 명확한 상을 그리기는 쉽지가 않다.


  어떤 이들은 이 기사를 보고 힙스터들,화전민들 가는 동네라고 욕하던데 내 생각에는 그들이 찾는 어떤 '낭만적 모습'조차도 결국 힙스터 그 끝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비슷한 모델로는 아마 장진우 거리 같은 게 있을테다. 그리고, 내 생각에는 대형 프랜차이즈들은 이런 곳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이제 대형 프랜차이즈들도 잘 안다. 녹사평에 왜 파스쿠치 말고 다른 프랜차이즈가 없겠는가? 그런 국지전투에서 그닥 유리하지 않다는 것 정도는 대형 브랜드들도 알고 있다.  


  결국 우리가 젠트리피케이션을 탈피하는 방법이 무엇인가에 대해 소비와 사업의 관점을 벗어나 다른 상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 큰 가게 vs 작은 가게 의 관점을 벗어나야 한다. 젠트리피케이션을 벗어난 동네라고 미디어에서 소개해주는 동네라는 건 항상 뻔하다. 기존의 거주자들이 있는 곳에 엄청 힙하거나 자신의 아이디어를 듬뿍 드러낸 공간들이 생기고 사람들의 삶을 보다 '풍족'하게 만드는 다양한 문화생활이 가능해지는 것. 낡아가는 건물의 외관을 그대로 살린 '힙한 카페와 바'가 생기는 것.


  그러니까 좀 더 거칠게 말하자면, 엔제리너스와 투썸과 스타벅스만 아니면 젠트리피케이션이 아닌 것으로 생각했던 건 아닌가. 젠트리피케이션의 여파로 사라져간 수많은 젊은 사업가들 중, 저들과 같은 꿈을 가지지 않았던 이들이 있었을까? 그런 생각을 문득 했다. 결국 자신이 살던 곳에서 사는 이들이 보다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정말로 젠트리피케이션을 벗어나는 방법일텐데. 심심한 동네는 심심한대로 놓아둬야 한다. 심심해보인다고 뭘 할려고 하고 그러면 안된다.(그런 의미에서 저들이 다른 인터뷰에서 '죽어있는 동네'라고 말한 것은 얼마나 지금 시대에 부합하면서도, 얼마나 골때리는 발상인가) 그럴려면 일단 '사업'은 아니다. 사업을 통해, 장사를 통해 젠트리피케이션을 극복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나는 생각한다. 장사를 하면 결국 돈을 벌어야 한다. 돈을 벌려면 인기가 있어야 하고 사람이 몰려야 한다. 거주지에서 사람이 몰린다는 것은 지대상승과 기존 거주자의 불편을 초래한다. 뻔한 이야기지만 결국은 공공정책이 아니면 젠트리피케이션을 극복할 방법은 없다. 그리고 그냥..독특한거, 새로운거, 나만의 것. 이딴 거를 찾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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