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무용지물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줄타기인생 Mar 20. 2023

인생이 계속된다는 걸 알면서도.

피지컬100에서 추성훈이 탈락 후 인스타그램에 남긴 말을 종종 생각해보게 된다. “어떤 결과가 나와도 인생은 계속 이어갑니다" 참 멋진 말인데, 한편으로는 life goes on이라는 걸 인지하면서도 매 순간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건 어디서 나오는 걸까 생각해보게 된다. 너무 비근한 사례에 큰 말을 갖다붙이는 것 같지만 요즘 읽는 키르케고르의 <죽음에 이르는 병>에도 현재 안에서 영원성을 살아야 한다던가, 영원한 현재를 살아야 한다는 말 같은 게 나온다. 이런 말을 볼 때마다 나는 우리 삶에 가득한 모순을 항상 생각하게 된다. 


최선을 다한다는 건 말로는 항상 쉽지만 정말 어려운 일이다. 나는 최선을 다하는 부류의 사람들은 승부욕이 강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내 눈앞의 승부에서 지기 싫은 사람들. 그게 타인과의 승부건 자기 기준과의 승부건 무엇이건 간에 패배를 싫어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정말 최선을 다 한다. 그런데 승부욕이 없는 사람들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정말 아주 많이 어렵다. 이들이 능력의 유무와는 별개의 문제다. 왜냐면 이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life goes on이 계속 또아리를 틀고 있기 때문에 삶의 다양한 가능성과, 내 개인의 시공간에서 해야 할 일들의 밸런스가 중요하다. 그래서 지금 최선을 다해야 할 것에 에너지를 쏟는 것이 쉽지가 않다. 


또 한편으로는 그런 거리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성취할 수 있는 것들도 존재한다. 조금 더 상황을 널찍하게 볼 수 있고 냉정을 유지할 수 있지만 이들에게 상황이란 항상 언제든 돌아나갈 수 있는 결국은 남의 이야기가 되고 마는 것이다. 운이 좋다면 좋은 성취를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다는 보장은 없다. “인생에서 이것만큼은 내가 정말 절박하게 이루고 싶다"라는 게 단 한번도 없었던 나는 항상 그런 부분이 참 어렵다. 


승부욕을 가진 사람들은 그 나름대로 힘들다. 나는 마이클 조던 다큐에서 스텝들과의 작은 도박에서도 이길려고 몰입하던 마이클 조던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이런 사람들은 또 이대로 ‘삶은 계속된다'는 생각을 잘 못한다. 하더라도 그 계속되는 삶 속에서 자신이 승자가 아니라면 무슨 의미가 있나 생각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주변 사람을 잃기도 하고, 건강을 잃기도 한다. 선을 넘기도 하고 다치기도 한다. 그치만 인생을 관조모드로 사는 사람들보다는 확실히 많은 걸 얻을 수도 있도, 정말 삶을 풀타임으로 살았다는 생각도 들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 내게 이런 순간이 올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는 인연이 없다. 또 그런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요즘은 정말 간혹가다가 만날 수 있는 사람들. 인생은 계속된다는 걸 항상 염두에 두면서도 지금 닥친 일에 최선을 다해 불사르는 이들을 존경하게 됐다. 그들이야말로 현실적인 의미에서 “영원한 현재"를 사는 사람들일 것이다. 삶은 계속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고 뒤가 없는 것 처럼 불사르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렇게 자신이 원치 않는 결과가 나오더라도 이어지는 삶을 받아들이고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의 삶이란 어떤 느낌일까. 인생을 더 살아가고 좀 더 어려운 일들에 맞부딪히게 되면 그런 힘이 길러지는 것일까. 내게는 아직 더 시간이 필요한 걸까. 아니면 기질이 결국 허락하지 않는 걸까. 슬램덩크에서 말한 “단호한 결의"가 필요한 시점들이 인생에서 정말 많았었는데 그런 각오를 하지 않고서도 여차저차 운이 좋아 여기까지 흘러왔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면 불현듯 등골이 서늘해진다. 물론 그 결의를 했다고 해서 잘 풀리는 것도 아니지만...뭔가 인생을 100%로 살고 있지 않다는 이 애매한 감각은 언제쯤 사라질런지.


확실한 것은 그 어떤 경우에도 곁에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같이 해야 life goes on이지. 그건 가족일 수도 친구일 수도 연인일 수도 있겠다. 추성훈의 저 글의 마지막처럼.



“그리고 어떤 일이든 혼자서는 절대 못합니다. 힘들때마다 소중한 사람을 생각해주시고 같이 이겨내십시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