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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타기인생 Sep 21. 2023

조직 내에서 정치질 하면 안되나요?

뭐가 정치질이고 뭐가 일인지 누가 판단할 것인가.

1. 조직은 하나의 목표로 달려가야 하니 정치를 하지 말라, 조직 이기주의를 타파하라는 글을 읽었다. 흔한 얘기다. 좋은 얘기고. 회사 다닐때도 비슷한 글 참 많이 읽었다. 그런 글을 보고 있으면 마치 정치를 하는 이들이 어떤 사리사욕을 가지고 정치를 하고 있어서 그들을 식별할 수 있는 것 처럼 얘기하지만 전혀 그렇지가 않다.대부분의 불순한 의도는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식별 가능한 무엇이 아니라 그냥 상대에 대한 내 의심 속에만 있는 것이다.


2. 물론 너무너무 적나라하게 조직 이기주의가 발동하는 순간도 있다. 횡령범도 세상엔 무수히 많지. 그러나 조직의 화합 내지는 유기성이 깨지는 순간 중 하나는 각자의 대의명분이 너무 공고할 때다. 나에겐 명분. 상대가 볼땐 합리화.


3. 서로 각자가 자신은 조직에 제일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상대는 일을 방해한다고 생각하고 나는 일을 잘 한다고 생각한다. 이 사업의 본질을 나는 아는데 나머지는 바보라고 생각한다. 우리팀 사람들이야말로 회사를 위기에서 구할 수 있으니 우리팀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런 상황들을 종종 관찰하면서 느낀 것은, 그들 스스로도 그 '진실'을 믿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4. 이전 직장에서 동료와 도저히 소통이 되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 사람들이 그를 붙들고 이렇게 일을 하면 안된다고 해도 요지부동이었다. 차라리 자기 이익을 위해서 그런 거라면 그정도까지는 아니었겠지만 그의 답변은 한결같았다. "이게 조직을 위해서 좋은 방법이다" 그렇게 망친 프로젝트와 발생한 스트레스가 한두개가 아니다. 근데 대표가 비슷한 얘기와 비슷한 행동을 할 때는 리더십이 되고, 실무자가 그럴 때는 이기주의가 된다면, 정말 본질적으로 조직 내 이기주의를 분별할 방법은 무엇일까? 


5. 조직이 큰 변동을 겪으면서 리더가 바뀌고. 그렇게 하다 보면 리더는 자기 사람을 꽂아넣기 마련이다. 근데 그 상황에서 정치질/친목질과 결과를 내기 위한 효율적 인적 구성의 경계는 상당히 모호하다. 결국 결과가 말해준다. 내가 겪었던 사례 중 하나는, 리더들이 정말 엉망진창인 사람들을 데려와서 조직을 다 박살내놨는데 그들은 진심으로 자신들이 이 조직의 구원자라고 믿고 있었다. 혹은 믿을려고 무던히도 애를 쓰고 있었다. 그들이 봤을때는 조직이 이렇게 되서는 안된다고 저항하는 사람들이야말로 구습에 쩔어있던 사람들이고, 우리가 그들을 봤을때는 그야말로 기회주의자들이었는데. 과연 그 사이에서 누가 이기주의자였을까? 

6. 그 생각들이 진짜 맞고 틀리고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그들 각자에게 그게 현실로 작용하고 있고 행동의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갈등이 불거지는 순간이야말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 그 갈등을 더 드러내고, 싸우고, 서로의 입장을 명료히 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구성원들이 판단할 수 있다. 갈등을 다루는 일련의 과정이 곧 정치다. 때문에 다투고 정리하고 또 다음 갈등을 예비하는 조직이 항상 건강한 조직이었던 것 같다.


7. 내가 살면서 계속 절감하는 것 중 하나는 대부분의 문제가 결국 갈등을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난다는 것이다. 갈등을 일부러 조장할 필요도 없고. 갈등이 만드는 비효율도 분명 있지만 갈등의 존재 자체를 적대시할 필요는 없다. 아무리 같은 목표를 가진 조직이라도 조직 구성원들은 각자의 이유에서 명함을 받아들였다. 누군가는 돈. 누군가는 경험. 누군가는 사람. 잘 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도 백가쟁명이다. 느리게 가자. 빠르게 가자. 내일 가자. 이미 늦었다. 이런 것들은 분출되어야 하고 다퉈져야 하고 갈등해야 한다. 결정권자가 방향을 명확히 하는 것은 좋으나 그건 갈등이 명백히 온 천하에 드러나는 과정을 통해서여야만 한다.


8. 그냥 맘 맞는 사람 둘셋넷이서 할게 아니라면 더 그렇다. 그런 것 없이 원팀이다. 정치는 퇴출되어야 한다. 조직 이기주의는 사라져야 한다 해 봤자 남는 것은 원한 뿐이다. 다들 상대는 이기주의자라고 생각하지 자기가 그렇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강력한 카리스마로 통합(이라고 써놓고 곤죽)을 만들어 봤자 사람들은 그 원한을 잊지 않는다. 갈등을 직면하고 푸는 것이 최고로 빠른 길이다. 풀지 못한 갈등은 그게 개인이건 조직이건 반드시 빚을 치르러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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