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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타기인생 Mar 13. 2017

다음 세상을 보고 싶다

87년 이야기를 생각하며 쓰다

  예전에 대학교에서 어떤 수업을 들을때 교수 한명이 지금 세대는 역사적 체험이 실종된 세대라는 이야기를 했었다. '니들은 87년 못봤지'라는 꼰대질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를 정치적 세력화 시킬수 있는 공통의 기억이 없거나. 있다 해도 기업의 상업적 이벤트에 사로잡힌 형태라는 이야기었는데 과연 이번 탄핵은 우리에게 역사적 체험으로서 남을 수 있을까?


  당시 수업에서 말한 87년의 역사적 경험. 묘사에 따르자면 손가락 사이로 역사의 순간들이 지나감을 느낄 수 있었던 공기. 그게 가능했던 건 무엇이었을까. 결국 공통의 기억과 지향을 기반으로 실제로 제도와 구조를 바꿔낸 경험이었기에 정말로 역사적 경험이라 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의 이 국면은 전환이라기보다는 정상화. 복고에 가까운 (그게 나쁘다는 게 아니다) 국면이 아닐까. 무언가 정의로운 일이 실행됐다는 감각은 있지만 변화의 감각은 느껴지지 않는다.


  복고를 넘어서 다음 단계로의 변화로. 엄밀한 의미에서 민주화 이후 이뤄진 전국 규모의 대규모 집회는 87년과 같이 거대한 변화를 요청하거나 끌어낸게 아니라 보수 세력의 그 불성실함과 수구성 때문에 항상 정상 체제로의 복귀를 요청하는 운동들이었다. 어제 유시민이 JTBC에서 성을 내며 했다는 말 '헌법에는 잘못이 없다'는 말은 이 성격을 정확히 드러낸다. 미우나 고우나 민주당은 다음 단계로의 변화를 추동할 힘이 있는 가장 현실적인 세력이지만 그들의 답은 언제나 복고였다. 7,80년대로의 복고도 답이 아니지만 90,2000년대의 복고도 답이 될 수는 없다. 내가 민주당을 찍지 않더라도 이 땅에 사는 사람으로서 그들의 정책과 방향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넥스트 스텝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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