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접촉사고
5월에 내 부주의로 가벼운 접촉사고가 났다. 내 과실이 90%다. 우회전 진입하다가 뒤에서 오던 트럭이랑 접촉사고가 난 사건이다. 10km 진입과 40km 직진이라 다행히 크게 파손되지 않았다. 사람 상한 것도 마찬가지고. 그런데 대인접수가 아직도 합의가 안됐다고 문자가 왔다.
이게 뭔가 하고 연락을 해보니..상해급수 14급은 11급으로 올라가있고 당사자분은 뇌진탕과 하지마비를 주장하시며 여전히 병원 다니시는 중. 내 부주의로 난 사고이긴 하지만 정말 가벼운 접촉이었고 트럭이 내 옆을 긁고 간 거라 때문에 부상이 있다 해도 클 수가 없는 사고였다.
상대방이 처음에는 100:0을 주장하셨던 걸 보면 아마도 합의금도 염두에 두셨던 것 같은데, 나는 그냥 대인접수 받겠다고 했다. 어차피 보험금도 적게 냈고 할증 비율이 높아도 절대금액이 감수할만한 것이니…그리고 그럴려고 보험 쓰는 것이지. 그런데 보험사도 이걸 받아주고 있네.
황당함에 잠시 머리가 띵해졌으나 그냥 말도 섞기가 싫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정말 전형적인 회피형이다. 내 시간과 마음이 너무나 아깝다.
보험금 인상이야 어차피 확정이니 그냥 내년에 내면 그만인데 왜 이랬냐 이게 뭐냐 붙들고 따지고 싶지도 고치고 싶지도 않다. 그래서 처음에 병원 가거나 렌트카 신청하거나 이런 것도 안했다. 당연히 나한테 해당도 없고. 나는 다치지도 않았고. 내 과실이 더 크니까. 무엇보다 그거 오고가는 시간과 과정도 너무 아까워서. 그때 잃는 내 마음. 내 평화. 내 시간은 돈으로 회수가 안되는 것이다.
이래저래 빨리 정리하고 그 분도 얼른 치료받고 오래된 지병들 있으시면 훌훌 털어버리시기를…가만히 생각하니 그냥 앞으로 운전 항상 조심하라는 가르침 아니었나 싶고. 그냥 내가 좀 더 조심했으면 애시당초 없었을 일. 편찮으신 어르신 병원비 기부했다 생각해야지.
아까 머리가 띵할때 보상 관련 이래저래 자료를 찾아보니 다 억울한 사람들 뿐이다. 그걸 보고 있으니 문득 정신이 들었다. 상대가 나이롱 환자 같아서 억울한 사람. 보험사가 나 나이롱 취급하는 거 같아 억울한 사람. 수급자가 사기치는 거 아닌가 해서 억울한 보험사. 왜 우리한테만 과잉진료 하냐고 억울해하는 한방병원. 지금 이 보상건 담당자들이나 상대방은 어떤 억울함이 있을까.
이 크고 작은 억울함과 본전뽑기의 강 속에서 나까지 억울함과 화를 보태서 무엇하리…이 작은 일 따위에는 신경 끄고 이만하길 다행이라 생각하며 정신 챙겨 살아야겠다 생각했다. 앞으로도 정말 어떻게든 본전게임에 참여하고 싶지 않다. 세상에는 정말 복장터지고 하늘 무너지게 억울한 일들이 많지 않은가. 다짐하는 차원에서 다시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