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브랜드를 운영 하다 보면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정리가 필요한 상황이 온다. 이때 어떤 기준과 기대값을 가지고 태산같이 많은 일들을 정리해야 하나 고민이 되기 마련이다.
2. 계획적으로 움직인다는 것과 거리가 먼 타입이지만, 회사를 다닐때 같은 이슈들이 있어 브랜드 운영에 관해서 나름대로 프레임을 짜서 접근을 했었다. 엄청 특별한 방식은 아니지만 공유 차 회고를 써본다.
내가 회사를 다닐때 소속된 팀들은 디자이너/마케터/기획자가 다 같이 있는 종합 팀이었다. 그래서 팀이 해야 하는 액션이 다양했는데, 이를 일관된 프레임 내에서 정리를 해야 분기별로 대략의 계획과 투두리스트를 정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나름 정리한 접근법을 당시 팀장이 흔쾌히 받아들여줬고, 이대로 팀이 또 한동안 운영되며 나름 좋은 성과를 내는 데 기여할 수 있었다.
3. 당시에 적용했던 분류는 크게 3가지였다. 1. 신제품 출시 / 2. 운영 / 3. 브랜딩. 이에 대한 각각의 분류는 아래 기준과 발상에 따라 이뤄졌다.
4. 신제품 출시는 루틴한 업무와는 다른 종류의 타임라인과 집중도를 요한다. 아이템이 결정되고 목표 일정이 있더라도 어느 시점에 출시가 될지까지 변수가 많다. 생산이 정리되고 촬영용 샘플이 나온 시점엔 루틴 업무를 병행하면서 런칭준비의 업무량이 피크를 찍어야 하는 상황이 많았다.
5. 상품기획자에게는 매일 피를 말리며 신경써야 하는 업무지만 세일즈(마케팅/엠디)에게는 어떤 면에서는 출시 전에는 업무의 루틴이 형성되기 어려운 영역이다. 특히 제품 출시는 성장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변수였으므로 이 부분은 항상 최중요도를 가지고 별도 관리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이 영역에서의 중요점은 최종 납기 시점의 통제, 런칭 전까지 끊임없이 수정하되 집중력있게 일관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 생각했다.
6.운영 업무의 경우 많은 부분을 포괄하는데, 내가 세운 기준은 다음과 같았다.
a. 매출의 유지와 상향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백엔드/프론트엔드의 활동들
b. 루틴하게 유지되는 형태의 업무
퍼포먼스 마케터의 활동, 콘텐츠 마케터의 소재제작, MD의 프로모션 진행, CRM 관리, CS활동, SCM에서의 재고관리와 물류 관리 등은 모두 주기의 차이는 있지만 패턴을 만들 수 있는 활동이고 매일 들여다 볼 수밖에 없는 활동이다. 커머스에서 대부분의 수익 창출은 이 운영에서 나온다.
또, 새로운 광고/마케팅 채널을 오픈하여 운영하는 것은 커머스 회사에서는 결국 '매출'을 목표로 하는 것이고. 오픈 후 루틴이 형성되기 때문에 운영에 포함되는 것이 맞다. 이 영역에서의 중요점은 '그래서 돈을 벌고 있느냐?'이고. 매일의 모니터링, 개선, 테스트, 원인-결과의 파악, 비용 조정을 확인해야 한다. 목표를 짜는 것도 제일 쉬운 영역이다. 이들은 항상 같이 모여서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7.마지막으로 브랜딩. 여기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기준을 가지고 분류했다.
a. 당장의 매출목표를 기대할 수 없으나 여러 이유에서 진행해야 하는.
b. 여웃돈 일부를 가지고 트래픽/화제성을 만들어볼 수 있는.
c. 팀원들이 시도하고 싶어하는 액션들.
매출과의 1:1 대응이 불투명하지만, 구성원들이 막연하게 '결국 브랜드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믿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활동을 브랜딩으로 묶었다. 분기의 캠페인을 한다던지, 공식몰 콘텐츠를 보강한다던지, 화제성을 위한 이벤트를 연다던지, 콜라보레이션을 한다던지 등.
여기에 대해서는 후순위로 뒀지만 그래도 분기에 2~3개의 프로젝트를 작건 크건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활동은 앞서 말했듯 매출에 직결되진 않더라도 시장에서 제품/브랜드에 대한 긍정적 심상을 쌓아가는 것이고. 내부에서도 이런 활동을 진행하는 것이 업무 몰입도에 기여하는 바가 있었다.
8. 특히 나는 후자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시장에서 매출로 직결되지 않는 행위를 쌓아가는 것은 정말로 오래 걸리고, 당장의 효과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액션의 단기적 효과는 오히려 내부에서 나타난다. 일을 잘 하고 재밌게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루틴한 업무의 수행 속에서 새로운 방향성을 찾고 싶어한다. 이러한 여지를 팀이 만들어내지 못하면 사람들의 반짝임은 금방 시들해지고 만다. 그리고 이런 액션도 시도하는 브랜드에 속한다는 감각은 브랜드에 대한 몰입도를 늘려준다.
단, 브랜드가 쓸수 있는 돈의 범위를 명확하게 정해야 하고. 이 액션들에 대해서는 매출로 판정해서는 안된다. 화제성이 있었는지? 유의미한 지표변화가 매출 말고 있었는지? 진행하면서 구성원들은 어떤 생각이었는지 등등. 실제로 이 범위에서 동료분들이 진행한 몇가지 이벤트와 캠페인이 내/외부에서 괜찮은 결과들이 있었다.
9. 이 분류가 무조건 맞는 것은 아니다. 얼마든지 다른 분류 방식도 있겠다. 마케팅 전문 조직이라면 다른 프레임이 필요할 것이다.
요지는 달라보이더라도 결국 목표나 업무의 방식이 같은 일들이 있고. 이것을 묶어서 관리하는 것이 브랜드의 운영 효율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구성원들이 내가 지금 하는 액션이 어떤 일을 위해서인지를 구체적으로 인지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일이지만 돈을 따지지 않는 액션이 일정 범위내에서 있어야 내부 구성원들의 몰입/효율도 좋아진다는 것이다.루틴은 중요하지만 그것만 해서는 사실 효율을 내기는 쉽지 않다. 여분을 항상 만들어내야 한다.
10. 당시 팀장님은 많이 열려있는 분이었고, 내가 제안드린 방식이 부담스러우셨을 수도 있는데 기꺼이 받아서 적용하고 또 아쉬운 점들을 피드백 잘 해줬던 분이다. 좀 더 같이 이 운영 방식을 디벨롭 하고 싶었고, 사실 더 정리할 부분도 많다고 생각이 드는데…이후 내가 팀장을 하면서도 같은 프레임을 적용했었고, 회사를 나온 이후에는 사실 더 디벨롭을 하지 못했다. 업무의 특성이 있으니 클라이언트 분들께도 아직은 별도로 더 제안 드리지 않은 부분이기도 하다. 좀 더 발전시킬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