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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타기인생 Jan 13. 2018

브랜딩은 고단한 과정

임태수 <날마다 브랜드>

 브랜드나 마케팅 같이 사짜가 쓴 책이 많은 분야도 없습니다.


 아무리 봐도 제대로 진행해본 마케팅 케이스가 없는 분들이 제작한 책이 듣기 좋은 이야기를  써놨다는 이유로 베스트셀러가 되거나, 페이스북에 오르내리다 사라지는 걸 보곤 합니다. 그런 걸 보고 있으면 원래 이 업이 기반이 없는 일이니 저런 현상은 숙명인가'싶기도 하죠.


 그러나 어딜 가나 사짜도 있고 진짜도 있는 법. 제 짧은 경험으로 사짜와 진짜를 가르는 기준은 크게 두가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자신의 주장에 대해 겸손한 것. 다른 하나는 이상론과 현실의 케이스가 적절히 배합돼 있는 것.



<날마다 브랜드>는 이 두 가지의 미덕을 다 갖추고 있는 책입니다. 손에 잡히지 않는 원리를 제안하고, 남의 사례들을 가져와 엮기 바쁜 대다수의 책과 달리 <날마다 브랜드>는 브랜딩이란 '오랜 시간 묵묵히 약속을 지키는 일'이라는 정의 아래 저자 자신이 진행했던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경험을 토대로 브랜딩에 대한 이야기를 펼칩니다.


 저자는 단기적인 성과 창출을 목표로 하는 마케팅과 브랜딩을 대척점에 놓고 '마케팅과 브랜딩을 구별하는 지점은 책임감이다' '브랜딩은 약속을 오랜 시간 지키는 고단함을 이겨낸 결과다'라는 식으로 브랜딩이 어쩌면 기약없는 긴 긴 밤 같은 활동이라는 이야기를 계속 던집니다. 그래서 저자가 실제로 진행했던 사례나 아이디어들을 읽고 있자면 우리가 브랜딩이라고 하면 그저 규모가 더 큰 마케팅 활동 정도로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느끼게 됩니다.


 예를 들면 CJ 대한통운 리뉴얼 과정에서 택배 노동자들의 편의성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던가, 전통주 브랜딩 작업에 있어서 상품별로 히스토리를 상세히 기재해서 상품이 가지고 있는 맥락을 실감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는 이야기. 호텔의 브랜딩을 위해서는 호텔 노동자 수를 늘리거나 노동환경을 개선하여 객실의 청결도를 높여 투숙객의 호감을 확대하는 게 진짜 브랜딩이라는 이야기 등은, 지금까지 브랜딩을 고민하는 많은 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상품이나 서비스가 추구하는 편익/가치를 접점에서 구체적으로 실현해나가고(약속) 그것을 묵묵히 오랜 시간 지속하는 것...물론 그 지속은 저자가 브랜딩의 대척점에서 이야기하는 공격적 마케팅 활동 등의 수익 추구 활동이 병행되어야 가능하겠지만요. 또  이 과정에서 브랜딩 전문가의 입장 뿐 아니라, 한사람의 소비자이자 시민으로서 좋은 브랜드를 이야기하는 부분들도 매력적입니다. 공격적인 상업활동이 난무하는 소비사회에서 어떤 브랜드가 의미가 있는 것인지. 광고-마케팅 대행사 시스템에 대해서는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한개의 상품을 알리고 판매하는 데 있어 그 일터의 구성원들은 어떻게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지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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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이 책은 브랜딩에 대한 현실적인 전략과 전술을 세우거나 일반원리를 도출할 수 있는 실용적인 책은 아닙니다. 그러나 생각의 힘을 길러주는 매력이 있습니다. 성공에 대한 확신을 주는 책이 아니라, 탐구에 대한 의욕을 불태우게 하는 책입니다. 꼭 마케팅/브랜딩 일을 하시는 분들이 아닐지라도 소비사회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들에게 소비자로서의 삶을 한번 돌아볼 수 있게 해줄 만한 책이니만큼, 한번 쯤 가볍게 읽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마케팅/브랜딩을 업으로 삼고 있거나 관심 있으신 분들
-브랜딩 브랜딩 하는데 도대체 그게 뭔데? 싶은 분들
-상사가 브랜딩 이야기는 하는데 감을 못잡고 있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 분들

-소비자 입장에서 좋은 제품에 대해 관심이 많은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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