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줄타기인생 Jan 08. 2018

일본의 근대화는 한방에 이뤄진 게 아니다

신상목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



  저는 일본을 정말로 좋아합니다.

  여러가지 매력 포인트가 있지만, 무엇보다 일본의 고도화된 산업과 풍부한 물산, 다채로운 문화는 일본을 싫어할 수 없게 만드는 중요 요인입니다. 근데 저도 어쩔수 없는 한국인이기 때문에 일본을 좋아하다 보면 한국 사회를 일본에 대입해서 생각해 보게 되는 무의식적인 습관이 있습니다. 한국도 근대화에 성공했다면? 하는 질문을 종종 해보게 되는 것이죠. 저와 같은 생각을 종종 하고 계신 분이라면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를 읽는 시간은 즐거운 경험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전직 외교관이자 현재는 우동 전문점을 하고 있는 신상목 씨가 쓴 이 책의 주제는 이렇습니다. 우리가 현대 일본의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다양한 문화와 성숙함, 풍부한 물산 등은 흔히 생각해왔듯이 메이지 유신과 개항을 통한 근대화 한방으로 달성된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미 당대에도 조선을 앞질렀던 생산력과 문화를 갖춘 에도 시대부터 형성된 몇백년간의 자원과 문화의 누적분이 있기에 일본의 성공적 근대화가 가능했다는 거죠. 책은 그러한 성장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에도 막부의 정책과 민간의 욕망을 기반으로 한 시장원리, 두 축의 충돌과 조화를 통해서 제시합니다.


  에도 막부가 전국통일 이후 다이묘들을 통제하기 위한 시행했던 정책들은 전국의 인프라를 정비하는 쪽으로 흘러갔고, 평화의 시대에 정비된 인프라를 기반으로 상업이 발달하고 문화가 발달합니다. 이미 임진왜란 전에도 일본의 생산량이 조선을 앞지른 상태였다는 연구결과가 있기도 하죠. 이를 통해 일본은 이후 닥치게 될 근대화에 대한 면역체계를 형성해왔던 셈입니다.


  그 면역체계의 형성을 저자는 미소 된장, 염색기술, 여행, 인쇄물 등 지금도, 당대에도 일상을 구성했던 여러 상품과 행동들을 통해서 설명해 나갑니다. 그 과정 자체가 몹시 흥미롭고, 역사의 복잡함에 대해서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됩니다.




다만 이 책이 은연 중 드러내는 가치들 중 가장 불편하게 와닿는 부분이 있다면 그건 저자가 걱정하듯 일본을 직시하는 데서 오는 게 아니라 ‘현실의 구조를 바꿀 수 없으니 그 일단 그 구조 내에서 성공을 거두자’라는 인식에서 옵니다. 그리고 근대화에 성공한 일본은 그 가장 좋은 케이스가 되지요. 이를 통해 저자는 당대의 질서였던 우승열패의 논리를 비판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바뀌는 것은 없으며 일단은 구조 내에서의 승인을 획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아주 익숙한 보수주의의 논지를 펼칩니다.

  저는 이 현실주의적 인식, 한국사회를 지배해온 이 냉철한 ‘일단 되고 보자’는 생각이 나름 타당하고 효과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비판과 대항의 누적이 또다른 역사의 분기점이나 현실의 선택지를 만들어 온 것도 또다른 사실입니다. 물론 한국 대다수의 일본에 대한 감정이나 대응이 과연 건설적이고, 인류 보편적인 가치에 호소하는 방향이었는가..하는 점에서는 저 또한 부정적입니다.


 

  저자가 이야기 하듯,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일이  발전을 위한 생산적인 일이어야 한다면. 서세동점의 폭력적인 역사 속에서 일본이 취한 자세들에서 우리가 배울 것이  우리도 강력한 선진국이 되서 설욕하자거나 구조 내에서 우위를 점하자는 방향은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제가 너무 철없는 생각을 하는 것일까요? 한 시대를 휩쓸었던 폭력의 본질에 대한 고찰과 재발 방지를 위한 평화를 위해 우리가 이 귀한 역사적 사실들에서 얻어야 할 것은 무엇일지 고민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일본에 대한 양가감정이 더 깊어지는 요즘, 이런 지적 노력들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평등은 완전한 파괴 위에서 온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