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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타기인생 Jan 16. 2018

발길 닿는 곳에 죽음이 있어야 한다

기세호 <적당한 거리의 죽음>


주말에 픽사의 신작 애니메이션 <코코>를 봤습니다.

 뮤지션을 꿈꾸는 소년이 죽음의 세계에 우연한 기회에 발을 들이게 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는 이 작품. '죽음'이라는 연령 불문하고 쉽지 않은 무거운 주제를 픽사 특유의 창의력과 디테일로 잘 살려내고 있습니다. 때문에 영화를 보고 나서 저도 죽음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게 됐습니다. 제 곁을 떠난 분들. 그리고 언젠가는 찾아올 나 자신의 죽음...

영화 <코코>의 한 장면 ⓒ Disney


사실 죽음은 우리 모두가 언젠가는 겪게 될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후를 알 수 없는 진짜 마지막이기에 두렵기만 합니다. 필연임에도 불구하고 자꾸 죽음에 대한 생각을 미루고, 또 미루게 되죠. 그런데 이런 태도가 과연 건강한 삶일까요?


 

 기세호의 <적당한 거리의 죽음>은 우리가 죽음을 가까이 두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죽음에 대해서 항상 고민하라는 게 아니라, 삶과 죽음이 균형을 이루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러한 균형을 맞추기 위한 공간으로서 묘지를 제시합니다.

 도시 속 묘지에 대해 이야기하며 우리가 죽음을 대하는 태도를 짚어보는 이 책은 죽음이 필연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삶의 공간에서 죽음을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묘지'가 왜 사라졌는지,왜 묘지가 우리 주변에 있어야 하는지 서울과 파리를 비교하며 설명합니다. 서울은 삶의 공간만이 가득한 반면, 파리는 가까운 거리에 묘지가 공공장소로서 존재하고 이를 통해 산 사람들이 끊임없이 죽음을 되새기며 삶의 균형을 찾아가게 된다는 것이죠.


파리의 폐르 라세즈 묘지 (Père-Lachaise) ⓒATF/Istock/Bargot/Photography

 물론 죽음을 굳이 가까이하거나, 이를 숙고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이 책은 크게 와닿지 않는 내용이겠습니다. 심지어 인류가 200년 안에 죽음을 극복할 거라는 이야기도 나오는 세상이지요. 사실 근대 이후 인류의 역사는 죽음을 극복해나가는 역사이기도 합니다. 그러한 행보가 위대한 것 또한 사실이고, 언젠가는 죽음이 실제로 극복될 수도 있습니다. '삶과 죽음은 함께한다'라는 게, 어느 순간에는 그저 상상력 부족한 구 인류의 망상으로 치부되는 날이 올지도 모르죠.


저자는 묘지의 긍정적 사례로 동작 현충원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그런 날이 내일 바로 오지는 않습니다. 그때까지는 삶과 죽음은 함께 있을 수밖에 없고, 우리는 평생 이별을 하며 살아갑니다. 죽음을 피할 수 없다면 우리가 죽음에 대해 마음 한 구석을 열어놓아야 인생의 마지막 순간이 찾아왔을 때 우리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는 강건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무엇보다 그런 삶이 좀 더 좋은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저는 간직하고 있습니다. 묘지라는 공간을 통해 죽음의 의미를 환기시키는 책. <적당한 거리의 죽음>을 덮으며 생각해봅니다.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죽음의 문제에 대해 관심 있는 분

-유럽이나 일본에서 묘지가 공원으로서 역할을 하는 것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으셨던 분들
-생각의 여지를 던져주지만 2~3일 내에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얇은 텍스트를 찾는 분들
-애니메이션 <코코>를 재밌게 보신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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