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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타기인생 Apr 30. 2018

약한 이들에게 질문할 자격을 묻지 마라

이소희 및 7인 공저 <나도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참 고민을 많이 했던 책입니다. 성판매업에 종사하는 저자 이소희 씨는 페이스북 페이지 <성판매 여성 안녕들 하십니까>를 통해 성판매 여성에게 가해지는 사회의 편견과 폭력을 생생한 목소리로 전달해왔고, 그 글들과 이소희씨의 문제의식과 활동에 동의한 필자들의 글을 엮은 결과물이 바로 이 책입니다.

이소희 씨의 글들은 많은 이들에게 자신의 생생한 결험을 통해 성판매, 성매매를 넘어서 인권과 사회 변화에 대해 쉽게 답할 수 없는 질문을 던져왔습니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해당 페이지를 음란물로 규정해 통째로 삭제하기도 하고, '걸레가 물 흐리지 마라' '창녀의 인권까지 챙겨줘야 하냐' 는 등의 수많은 인신공격에 시달려 오기도 했습니다. 왜 그렇게까지 사람들은 공격적이고, 폭력적이었을까요.

아마 우리 대다수가 성판매 여성이란, 질문할 자격이 없는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겁니다. 생각 없이 몸을 함부로 굴리는 사람. 몸 편하자고 성을 판매하는 사람. 쉽게 번 돈으로 비싼 소비생활을 즐기는 여성. 남성을 꼬시는 마녀. 나는 죽어도 하지 않을 짓을 스스럼없이 하는 사람. 사회에서 부정하게 돈을 버는 자...그런 이들이 어떤 질문을 던진다는 것 자체가 우리에겐 불편했던 겁니다.

이런 생각들 속에서 '니가 선택한 일'이라는 이유만으로 폭력적인 대접을 받아도 괜찮은 것인지, 정작 그게 선택이기조차 한 것인지, 왜 룸싸롱을 가고 성매매를 하는 남성들은 우리의 동료, 대리, 과장, 부장으로 멀쩡히 살아가고 심지어 그걸 자랑하기조차 하는지는 부차적인 질문이 되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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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성판매 여성 안녕들 하십니까>와 <나도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를 둘러싼 수많은 공격들을 보면서 그 공격들과 닮아 있는 수많은 공격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봤어요. 어떤 대기업 노동자들에게 너희는 임금을 많이 받으니 혹사당해도 된다고 했던 말들. 너희는 선진국의 여성이니 아프리카에 태어나지 않은 걸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말들. 너희는 가난하니까 비싼 피자나 이쁜 운동화를 신어서는 안된다고 했던 말들...'너는 000하니까, 000해서는 안돼' 라는 말을 약한 이들에게 사용하면서 우리는 그걸 윤리니 도덕이니 정의니 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진 않나요.

이 책은 그런 생각들을 흔들고, 우리 마음 속에 있던 배제의 논리를 다시 돌아보게 만듭니다. 책을 끝까지 읽어나가기는 정말로 쉽지 않습니다. 이소희 씨는 읽는 이에게 끊임없이 질문합니다. 성판매 여성이라고 해서 이런 험한 꼴들을 당하는 게 맞나? 그렇다면 인권이란 과연 무엇인가. 너희가 말하는 여성 속에 나와 같은 성판매 여성도 포함되나? 대중 일반이 생각하듯, '성판매'가 정말 그저 몸 편하고 쉬운 일인가? 성판매가 근절되야 하는 일이라면, 성매매 여성의 다른 삶을 지원하기 위해서 정말 필요한 건 무엇인가...


이 질문들에 대해서 이 책이 모든 답을 주지도 않고, 그럴 수도 없겠습니다만 저는 보다 많은 이들이 이소희 씨의 글을 읽고 풀 수 없는 질문과 고민들을 가졌으면 합니다.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세상에 '말하면 안되는 사람'은 없으며 우리는 '들을 수 있는 사람' 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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