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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타기인생 Sep 11. 2018

남녀 중 누가 더 공연을 많이 보느냐가 문제일까?

쪼그라든 시장. 호감가지 않는 콘텐츠들.

 본문의 가정이 가슴아프다. 작가는 세상에 대한 감각의 다양화, 해석의 힘 등이 공연 콘텐츠를 포함한 여러 형태의 콘텐츠를 소비해야 하는 이유라고 써놓았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런 능력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그것이 가장 필요한 사람일수록 더더욱 그렇다. (비평가들에게 쏟아지는 저 냉소들을 보라!)

 그러나 이 기사와는 별개로 드는 생각 하나. 예전 뮤지컬 쪽 일을 했던 경험을 생각해보면 남자들은 분명 오프라인 콘텐츠에 돈을 쓰지 않는다. 그러나 그와 별개로, 나는 오프라인 콘텐츠들이 과연 얼마나 높은 수준을 구가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많은 의문을 가지고 있다. 더 나아가 여성들이 남성보다 공연/책 등의 콘텐츠 소비를 많이하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지만 전체 인구에서 공연/책 콘텐츠 소비 인구가 어느정도 되는가 생각해보면 도통 낙관적이기가 어렵다

 요컨대 성비를 이야기하기 전에 이미 이 시장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신규모객에 실패하고 있다. 본문이 언급하는 공연들의 유료 객석점유율은 과연 몇%일까? 50%내외일 것이다. (그럼 대박이지. 유료좌석이 50%라니!) 그 50% 내외에서 여자가 많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 어차피 여성의 대다수도 안보고 있을텐데?


 훌륭하다는 공연 콘텐츠들이 과연 다양성을 갖추고 있는가? 내가 보기에는 전혀 그렇지 않다. 시장규모가 쪼그라드니 샘플이 없다. 주제를 떠나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장르적 특성이나 곤조로 인해 대중의 정서나 트렌드와는 괴리된 콘텐츠들이 한두개가 아니다. 대중적이고 가격이 낮은 작품들은 도통 한번 이상 볼만한 것들이 아니다. 과연 한국의 뮤지컬이나 연극의 문법과 구성을 매니아가 아닌 일반 여성/남성이 부담감 없이 이해하거나 볼 수 있을까? 나는 부정적이다. 온라인은? 가성비가 너무나 좋다. 월 만원 내외를 내면 무제한으로 웰메이드 콘텐츠를 볼 수 있다. 훨씬 다양하고, 훨씬 깊이있는 이야기들을 하는 서비스도 많다. CGV보다 불편하면서 10배 비싼 좌석에서 꼼지락거릴 필요도 없다.


 이런 구도. 그러니까 시장 바깥의 경제상황이 녹록하지 않고, 취향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어찌어찌 택한 공연이나 책들이 개떡같을때, 그 소비자는 더 이상 비싼 돈을 콘텐츠에 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나는 이런 상황들을 이야기하지 않고 지금의 규모 내에서 여자가 더 보네, 남자는 안보네..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그저 지엽적인 이야기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요컨대 한국의 좌파들의 분파가 누가누가 있는지를 이야기하는 걸 듣는 것 같은 기분인 것이다. 한줌의 한줌 중 무엇이 더 나은가를 따지는. 안타깝게도 지금 가장 뒤떨어진 콘텐츠는 공연이지 온라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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