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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타기인생 Oct 01. 2018

청도군 관광객 30만명은 무슨 의미일까

전유성과 청도군청 갈등에 관한 기사를 보며


"전씨는 2007년 전원생활을 하려고 청도에 내려왔다가 사단법인 '코미디 시장'을 만들었다. 재능 기부 형태로 농촌 활성화를 해보자는 주변의 권유에서였다. 2009년부터 주말마다 반려견과 함께 하는 '개나 소나 콘서트'를 열었다. 2011년 5월 개관한 철가방 극장은 풍각면 성수월마을이 댐 건설로 수몰되면서 농촌종합개발사업에 따라 청도군과 농림수산식품부가 예산 12억원을 지원해 건립됐다. 개관 이후 4400여 회의 공연을 선보여 20만명이 극장을 찾았다"


  청도군에서 10년간 지역 관광 활성화에 기여한 전유성씨가, 청도군 행정의 문제로 떠났다는 기사. 다른 사항들의 사실관계는 정확히 모르겠고, 청도군의 대표관광상품이라고 불리는 코메디쇼 공연장인 철가방 극장에 대해 찾아봤다. 객석은 70석 정도이다. 기사에 나온 것 처럼 4,400회 동안 20만명이 찾았다면 회당 45명 정도, 객석점유율은 65%인 셈이다. 찾아보니 심지어 유료 관람이란다.

  지방의 소극장이 매 회 객석 유료점유율이 60% 이상이라면 분명 성과다. 서울에서 올라오는 대학로 공연들 중 60% 이상이 얼마나 되려나?...그러나 이는 역으로 지방의 관광상품 규모라는 게 얼마나 열악한지도 실감나는 숫자다. 화제가 될 만한 관광상품의 실적이, 매일 50명이 찾는 수준이라는 거다. (심지어 운영난으로  문을 닫았다!)

 이 열악한 수치가 우수사례가 되는 심각한 지역사회 상황을 뒤로 해도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럼 이 숫자는 정말 유효한 숫자인가? 바꿔 말하면 정말 청도군을 드라마틱하게 변화시킬 만큼 엄청나게 큰 관광객수인가? 청도군에 매일 외지인 50명이 왔다갔다 하면 지역경제가 부흥하고 청도군은 관광명소가 되는 것인가?...대학로에서도 볼 수 있는 공연을 청도까지 가서 봐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등의물음표만 머릿속에 가득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전유성이 진행했던 코아페 페스티벌 이야기를 하면서, 해외의 아비뇽이니 에딘버러니 하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그거는 너무 급이 다르다...거기에 갖다 대려면 안산국제거리극이나 서울거리극축제 정도는 가져와야겠지.


 추가로 궁금한 건 전유성의 기획력과 네트워크를 통해 청도군은 거주민의 몇배나 되는 관광객이 찾아오는 도시로 거듭났다는 부분이다. 근데 그 효과가 도대체 어느정도인지 찾기가 어렵다. 관광수입은 어느정도 상승했나. 청도군민 삶의 질은 어떻게 나아졌나?  물론 지역소멸을 걱정하는 한국의 상황에서 이런 아이템들이 아예 없는 것보단 나을 것이다. 그리고 그 효과의 규모와 상관 없이 전유성씨가 지역사회에 기여한 질적인 면이 분명 있을 것이며,나는 이 해프닝에서 청도군이 기사의 지적처럼 헛짓거리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사건을 바라보는 틀이 너무 전형적이어서 흥미롭기도 하다.

한국에서 지방을 부흥시키는 방법으로 관광을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일 안하고 부정부패에만 찌든 공무원이라는 시선. 이런 것들이 너무 정확히 반영돼 있는데, 이게 다시 한번 사람들의 그런 냉소를 입증하는 증거일 뿐인지, 아니면 그런 틀로만 바라봐서인지...근데 이 와중에 이외수가 또 숟가락 얹는게 넘 웃기기도 하고, 그 극장의 심난한 디자인과, 거기서 올라갔을 공연의 수준을 추측했을때 헬조선 특유의 개그공연이 생각나서 맘이 복잡하기도 하고...(코메디언들이 유튜브 옮기는 주요 이유가 '방송은 너무 제약이 많아서' 라고 했던가. 그런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전유성 덕에 컬투나 웃찾사 팀이 '무보수로' 와서 공연했다는 게 무슨 엄청난 미담인 것처럼 같이 회자되는 것도 골때린다. 그 자신들의 선의야 충분히 대단하고 이해하지만 그런 게 미담이 될 시대는 이제 접어야 하지 않을까. 업계의 메이져들이 자신의 여유를 사용해서 무보수를 받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업계 종사자들이 입는다. 하여간 기사를 보는 내내 복잡한 마음이다.

 참고로 나는 어딜 가나 비슷비슷하고, 제값주고 뭘 먹기 힘들다는 저신뢰+서울 따라가기 바쁜 남한에서 지역이 무슨 '관광'으로 돈을 벌고 이런 게 지속가능한 모델이라는 상상을 잘 못하는 사람이기도 한데. 이와 관련해서는 <골목의 전쟁> 저자인 김영준씨가 페이스북에서 한차례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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