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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타기인생 Oct 02. 2018

마케터의 이름을 단 사짜들

브런치의 그럴싸한 레이아웃이 날개를 달아준다.

 초반부터 브런치를 관심있게 지켜본 사람으로서 좋은 자료를 멋들어진 레이아웃으로 보여주는 이 플랫폼의 존재가 소중하지만, 한편으로는 사짜들의 그럴싸한 이야기들이 이 단정한 레이아웃으로 인해 힘을 얻는 것을 보기도 한다. 특히 내 생각에는 마케팅 쪽이 그게 심한 것 같은데, 마케팅 활동이란게 전문가랄게 없는 영역인지라 더더욱 그럴 테다. 그래서 생각난김에 써보는 내 나름의 업무 관련 콘텐츠들의 사짜 여부 구분 법.

1) 브랜딩 얘기는 1절만 합시다
 브랜딩 중요한 거 누가 모르나. 광고비 덜쓰고 이름만 걸어놔도 살 수 있는 상품, 우리의 타겟이 사랑하고 믿는 상표를 갖는 거야 모든 회사의 꿈이다. 브랜딩에 대한 고민은 분명 의미가 있다. 그러나 내 주변의 일 잘하는 사람들은 브랜딩에 대한 최소 정의 정도를 공유하고, 구체적으로 그것을 어떻게 구현할지, 어떻게 측정할지를 논하고 실천하느라 바쁘다. 사실 '약속의 지속적 실천'이라는 이상의 정의가 필요할까 싶기도 하다.

 그래서 브랜딩은 신뢰고 믿음이고 매출과 상관없이 해야 하는 활동이고, 결국 브랜딩이 목표고....이런 신입사원 수준의 어딜 가나 들을 수 있는 고민과 당위적인 선언을 그럴싸한 레이아웃으로 한편 내내 채우는 글들을 메인으로 밀고 있다면 그 사람의 업무능력을 신뢰할 수 있나? 차라리 일과 관련 없는 교양서적을 읽고 그 요점들을 업무에 붙여보는 작업이 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만. 브랜딩은 철학적 논의가 아니라 실천의 과정에서 계속 끊임없이 정의되는 개념에 가까울 것이다. 아이고 제가 또 브랜딩 이야기를....

2) 진정성 쩌는 당신은 누구신가요?
 이야기는 그럴싸하다. 진정성이 어쩌고 저쩌고 마케팅의 본질이 어쩌고 저쩌고...그러나 그래서 무엇을 하신 분인지 실적을 찾아보면? 없다. 정체가 불투명하다.

 자신의 회사나 실적을 밝히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는 처지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해한다. 그러나 그런 부분은 충분히 익명으로 처리하여 기재할 수 있다. 내가 여기서 말하는 실적이란 무슨 배민의 브랜딩활동이나 칸광고제 수상같은 거창한,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걸 말하는 게 아니다. 무조건 성공한 케이스만 말해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사람들이 들어보지 못한 회사나 업무일지라도, 실패한 일일지라도 구체적인 자신의 경험이 있는가 하는 문제다. 그런 실적이 있다고 해서 또 맞는 말만 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그건 기본 중의 기본 아닐까? 심지어 대기업과 같이 일했다고 적어놨는데 협력사랑 일한 경우도 수두룩. 실적에 강연실적만 있는 것도 수두룩. 그럼 당신은 연사인가요 마케터인가요?...

3) 드랍박스~~넷플릭스~~콘텐츠 마케팅~~짱
 케이스 스터디 중요하다. 근데 현업에서 다들 그 정도는 하고 있다. 그로스해킹이 어쩌고 빅데이터가 어쩌고...케이스 스터디를 제대로 활용한다는 건 예를 들자면 김소희의 데일리트렌드 같은 곳이나, 퍼블리 같은 곳처럼 엄청난 디테일을 같이 붙여주는 곳이다. 심지어 김소희 같은 분은 아예 선을 긋고 있다. 트렌드를 조사하고 인사이트를 제공해주는 거라고. 근데 통상 사짜들은 조~금 희귀한 사례를 갖다 붙여놓고 1)과 2)를 반복한다. 아~역시 브랜딩이 중요하군요. 아~역시 조직문화가 중요하군요...그치만 그의 실적은 무엇인지, 그 자신은 과연 어떤 사람인지는 또 보이지 않는다. 좋은 말을 하는 사람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게 실용적 지식의 화자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스피커의 퀄리터도 중요해진다.

 실제 업무에 도움이 되는 타인의 글이란, 기술적으로 디테일한 부분을 알려주는 게 아닌 이상에야 글쓴이가 직접 경험하고 도출한 인사이트가 있는 글이다. 요컨대 사짜들의 글보다는 알바생이 열받아서 새벽에 어느 커뮤니티에 올린 진상고객 후기가 마케팅에는 더 도움을 줄 지도 모른다.



 사실 길게 주절주절 늘어놨는데...업무 관련 글을 쓰는 사람들 중 도움이 되는 글의 기준은 명확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얼마나 구체적인가. 얼마나 본인의 경험이 녹아있나. 그리고 그 글을 쓴 사람의 실적을 알 수 있는가.


 성과를 낸 사람만 발언권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적어도 일을 가지고 남에게 영향을 끼치고 싶다면 그 정도는 갖춰야 하지 않을까. 조금 더 생각해보면 이런 류의 사짜들은 꼭 마케팅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미디어 관련해서도 많다.  그럴싸한 레이아웃과 문장력으로 현업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고민이나 기초 지식을 마치 엄청난 실력의 증거인 것처럼 포장해서 파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모든 분야가 그렇지만 글을 잘 쓰는게 일을 잘 한다는 증거는 아니다. 그런 행동들이 이 험난한 세상에 본인들 몸값을 높이는 나름의 방법인줄은 알겠고, 그런 사짜들을 또 누군가는 속아서 구매하지만 사람들은 사실 다 결국 알게 돼 있다. 일잘러들은 그런 글을 쓰고 있을 틈도 없거니와, 쓴다 해도 그런 하나마나한 뜬구름 잡는 글을 쓸 이유는 없다. 한동안 페이스북 피드와 브런치를 휩쓸다가 사라진 수많은 자들을 생각해보자. 이런 글을 쓰는 나는? 어느 회사의 일못러라서 욕은 잘 해도 일 이야기는 안쓴다 ㅎ_ㅎ

+) 이미 너무 좋은 글이 있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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