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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타기인생 Oct 03. 2018

누군가는 댓글로 설득당한다.

가짜뉴스와 <모두 거짓말을 한다> 


"문제는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가짜뉴스의 확산을 돕는다는 점에 있다. ‘정규재티브이’를 보면 추천 영상으로 ‘신의 한수’를 권하고, ‘태블릿피시 조작설’을 보면 ‘노회찬 타살설’ 동영상을 관련 영상으로 제시하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이 알고리즘이 ‘가짜뉴스’의 확장성에 보탬이 된다고 지적한다. 문화평론가 최태섭씨는 “유튜브는 세상의 모든 정보가 아닌 유저가 이미 봤던 영상과 유사한 영상을 계속 추천한다. 보다 보면 보던 것 위주의 협소한 이용 경험이 누적되는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한겨레가 요즘 공을 들여서 연재하고 있는 가짜뉴스 심층분석 기획기사. 처음에 이 뉴스를 보고 내가 든 생각은 "극우파들 리타겟팅 실력이 ㄷㄷ하네" 였다. 근데 얼마전 읽은 <모두 거짓말을 한다>라는 구글/페이스북 데이터 연구에 관한 책은 이런 행태에 대해 좀 다른 이야기를 한다.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 처럼 우파는 우파 언론/콘텐츠만 보고, 좌파는 좌파 언론/콘텐츠만 보는 게 아니라는 거다. 데이터를 막상 열어보니 다른 성향의 콘텐츠를 소비하는 경향이 일반적이었다는 것. 
실제로 끼리끼리 모이는 것은 오프라인이 더 강력하고, 온라인에서는 사람들은 2명에 1명 꼴 (정확하진 않다, 여튼 생각보다 많은)로 다른 사람을 마주치고 의견을 나눌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것이 적을 공격하기 위해서건 뭐건 간에.

 왜일까. 저자는 미국도 한국처럼 뉴스를 공급하는 사업자들이 대형 회사 몇군데로 집중되어있어 원하건, 원치 않건 뉴스소비가 다양하게 이뤄진다는 점을 꼽았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사가 지적하는 성향별 확증편향은 존재한다. 정규재 티비를 보는 사람도 한겨레 기사를 열어는 볼 것이다. 그러나 그 기사를 보고 욕을 하겠지.

 하지만 생각보다는 섞여있고, 실제 돌아가고 있는 세상은 우리의 비관보다는 좀 더 낙관적이라면? 언제나 목소리 큰 사람은 다수인 것처럼 보인다면. 우리가 어떤 테두리라고 생각했던 것 또한 지나치게 작은 범주였고, 조금 다른 관점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 테두리가 우리의 기대만큼 진보적이진 않겠지만, 상상하는 것보다는 상식적일 순 있을 테다. 


 참고로 요 근래 봤던 글 중 흥미로웠던 리서치와 기사들. 온라인 여론이 시민에게 끼치는 영향을 조사한 몇가지 연구들이다 포털 뉴스 댓글이 여론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언론진흥재단의 연구와, 4명중 1명은 댓글로 의견을 바꾼다는 연세대 ICT의 연구결과. 그리고 한겨레의 난민 이슈를 다룬 숙의형 웹조사. 

 이 연구들을 보면 생각했던 것 보다 여론 지형이란 복잡하다는 걸 알게 된다. 희망적인 사실은 그리고 온라인의 여론과 의견에 영향을 받는 사람은 분명 존재한다는 것. 누군가는 분명히 설득당한다. 그게 더 나은 사회를 꿈꾸는 이들이 불특정 다수를 설득할 땐, 사회에 대한 통합된 모델과 전망을 기반으로 좋은 언어를 써야 하는 이유일테다. 마치 민주노총의 이런 커뮤니케이션 처럼.

+) 유튜브는 국내에서 할건 다 하면서, 이런 가짜뉴스의 문제들에 대해서는 도통 해법을 내놓지 않는다고 한다. 시민 입장에서 보면 이보다 더 무책임한 회사도 없다. 이런 면에서는 차라리 네이버가 낫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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