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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타기인생 Oct 12. 2018

노잼 시기, 7년차 초보.

 요즘 사실 뭘 해도 노잼인 시기다. 그 좋아하는 요요도 세계대회 시즌 종료 후에는 손에 쥐고 있지 않아, 얼마전 있었던 대회도 참가신청을 해놓고 나가지조차 않았다. 추석 전후로 빠졌던 건 오래 묵혀뒀던 닌텐도 스위치 타이틀, 젤다의 전설: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인데, 그것도 추석이 끝나고 나니 잠깐 흥미가 떨어져서 엔딩 직전까지 가 놓고 손을 놨다. (다시 잡기야 하겠지) 책은 꾸준히 읽고, 여전히 소중한 안식처이지만 생각을 정리하고 리뷰를 쓰는 일을 놓은지는 꽤 됐다.

 직장에선 나 스스로가 제일 문제다. 이런 분야에서 일을 했던 사람이 아니라서 연차만 7년차이지 사실상 입사 반년차의 신입사원이나 다름없다. 역으로 말하면, 이 회사에서 나랑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내 선배이자 스승이다. 이 상황은 좋기도 하지만, 조금 슬프기도 하고, 조바심 나기도 한다. 배우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배움이 언제까지일 지 모르고, 그래봤자 아직 젊기 때문에 희망차지만 정말로 신입은 아니고, 내가 누군가에게 줄 게 없다는 생각이 들면 조금 답답하기도 하고...짬밥이 있으니 언제까지 '모른다'고 할 순 없다.


 물론 전 직장 때와는 다르다. 적어도 지금 직장에서는 정말 나이스하고 일을 잘 하는 사람들이 많고, 내가 어렵게 생각하는 업무의 단계들을 지나고 나면 내가 더 레벨업 할 거라는 전망이 있다. 그리고 그 레벨업은 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피와 살이 될 거라는 믿음도...  


 그러나 이런 문제들을 내가 해결할 역량이 없다는 사실이 점점 명확해지는 건 아닌가 싶을 때도 있고, 맘이 좀 이래저래 복잡하다. 내가 기대했던 것 보다 내 사고의 전개가 단순할 때, 혹은 그저 민망함을 피하기 위해 적극적인 의견을 피력하지 못했음을 깨달았을때 (뒤집어 말하자면 책임감 없을 때) 성실함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알고보면 불필요한 자원낭비라는 걸 깨달았을 때 많은 생각이 든다. 성장은 하고 싶은데 어쩌면 성장할 역량조차 없는 게 아닌가? 타인에게 빚을 계속 쌓아가는 것은 아닌가.


 스스로 속부끄러운 일이 계속 쌓여가는데, 협업과정에서 또 초보적인 사항들을 내가 놓치거나, 담당자로서 좀 더 숙고해보지 않아 다른 동료들의 리소스를 낭비하는 결과를 계속 보게 된다. 재고라는 것과 원가라는 것을 고민해보게 됐다. 민망하고 골치가 아픈 일이다. 전 직장에서 내가 배운 것은 그냥 사람 좋아보이는 웃음과, 하나마나한 문서 작성과 뭐 그런 것들 뿐인가!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조직이 내게 기대하는 부분이 있는데 내가 그걸 도외시하고 그냥 회사를 내 개인 수련의 장으로 삼고 있나 싶을 때도 많다. 

 그러나 어쨌건...짧은 직장생활 동안 몸에 밴 도움이 된 습관은 결국 장기적인 생각,목표를 미분해서 일단 지금 눈앞의 과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일단은 또 내일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 부터 시작된다. 나만 잘하면 오케이다. 각자도생의 의미가 아니라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그렇다. 생각해보면 내가 학생시절부터 직장인, 좋은 사회인이 되고 싶었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결국 그것 아니었었나!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내 손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삶....남 욕하기는 쉽고, 뭐 하나 직접 하기는 이렇게 어렵다. 공부를 더 많이 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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