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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타기인생 Oct 14. 2018

옳게 살면 무언가는 분명히 바뀐다

<연의 편지> 완결을 맞이하며.


 지난 10주간 네이버 웹툰에서 가장 핫했던 작품이었던 <연의 편지>가 드디어 완결. 애시당초 10부작이라는 사실을 공지하고 시작한 작품이지만, 그만큼 아쉬움도 크다. 하지만 아예 회차가 정해져있어서인지 이야기가 엄청나게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이 끝났다. 그리고 중요한건...이 만화가 주는 메세지가 우리가 그간 잊고 있던 사실들을 되새기게 한다는 점에 있다.

 학교폭력 피해학생을 위해 목소리를 냈던 주인공 이소리는, 이후 그 자신이 피해학생이 되고 결국 견디다 못해 고향에 있는 고등학교로 전학을 간다. 괜한 정의감으로 인생이 꼬인게 아닐까, 새 학교에서도 왕따를 당하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 속에 주인공을 맞이한 건 그 공포가 무색할 정도의 호의와 친절함. 그리고 용기를 내게 만들어준 '호연'이라는 학생이 남긴 편지인데, 이 편지는 한통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이어지며 주인공에게 학교의 중요한 정보들을 전달해준다. 같은 반 친구들의 이름은 무엇인지, 학교에서 중요한 시설과 어른들은 누가 있는지 등등...'연의 편지'를 찾아다니며 벌어지는 작은 에피소드와 주인공의 심경 변화가 펼쳐지는 내용.


이 만화가 당초 화제가 됐던 건, 지역의 학교라는 작은 스테이지를 소재로 전학생이 연속된 편지를 찾아서 정보를 획득한다는 독특한 형식. 그러나 그 내용이 결코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점과 이를 만끽하게 해주는 수려한 그림체에 있다. 그러나 10회를 다 보면 볼 수록...이 작품의 진짜 힘은 더 깊은 곳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나는 <연의 편지>가 주는 울림이 우리가 행한 정의로운 행동, 혹은 호의가 반드시 어디선가 꽃을 피운다는 전개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물론...이렇게 적어놓으니 너무 고루하게 느껴지지만 이 작품은 결코 고루한 작품이 아니다. 좋은 연출이란 결국 뻔한 이야기를 새롭게 만드는 걸 의미하니까.  


  소리의 용기있는 행동은 결국 또 누군가를 정의롭고 강하게 만들고, 그가 어린 시절 '숨쉬듯 베풀었던' 호의는 결국 그 자신에게 돌아온다. 어른들은 어린 아이들의 안위를 걱정하고, 각자는 응당 책임져야 하는 일을 책임지고 좋은 것은 나누며, 나쁜 것은 같이 고민한다. 그러나 호의도 정의감도 쉽사리 베풀기 힘든 세상에서 우리는 선뜻 용기를 낸 행동들이 자기만족 외에는 아무 열매도 맺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빠지곤 한다. 그렇게 살다 보면, 내가 했던 행동들의 영향을 일일히 따지는 것 조차 귀찮아지는 순간들이 오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그런 일 자체를 등한시 하고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작품도 이와 매한가지라서 어떤 작품들은 그냥 현실의 리얼한 묘사에만 골몰하여 아무런 상도, 세계도 제시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현실을 정당화 하기도 한다. 


  물론 나는 모든 작품들이 어떤 이상을 제시해야 하거나, 계몽을 목적으로 달려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작품이 <송곳> 같을 수도 없고, <복학왕>의 순기능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간절함조차 냉소의 대상이 되는 세계에서 타인에 대한 호의의 중요성과 옳지 않은 일을 옳지 않다고 느끼는 정의감에 관한 이야기가 너무 적은 것 또한 사실이다. 사실 그런 이야기들을 더 세련된 화법으로 만나보고 싶은데, <연의 편지>가 그런 가려운 부분들을 긁어준 건 아닐까. 세계가 바뀌건 바뀌지 않건, 우리는 타인과 함께 윤리적으로 살아가야 한다. 그렇게 살다보면 세계까진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그리고 우리 자신은 분명히 바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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