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우리들 마음이었으니까

연상호 <염력>

욕을 하도 많이 먹었던 영화라 사실 마음을 비우고 봤다. 근데 보는 내내 참 많이 울수밖에 없었던 영화. 아마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마음으로 이 영화를 보지 않았을까. 현실과 아무런 접점도 없는 영화였다면 정말 참 못만들었다-하고 말았을 영화였을텐데 우리 현실이 그렇지가 않지...왜 사람들이 싫어했는지도 너무 잘 알겠어서 그것도 마음이 좋지 않지만.

그래서 나는...그냥 이게 연상호 감독의 동화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어느 평행 우주에는 남일당의 철거민과 경찰들이 어찌됐건 다 살아서, 혹은 쌍용차 해고자들이 다 복직되서 나름 자기 삶도 살아가고 모여서 회포도 풀면서 살아가는 그런 우주가 있겠지. 그런 우주를 생각하면서 이 영화를 만든 건 아닐까?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유독 가슴을 쥐고 흔들었던 장면들이 있었는데 변호사 정현이 루미에게 전화해서 '이제 다 틀렸어요 도망가요' 라고 말하는 장면. 석헌이 도망가는 철거민들을 초능력으로 다른 건물로 옮겨주는 장면. 석방 후 석헌과 철거민들이 모여서 회포를 푸는 장면. 그런 장면들이 유난히 마음에 와서 남았다.

그런 구성들이 너무 노골적인 비유들이라 마음에 안맞을 수도 있겠지만, 아마 그날 새벽, 진보신당 컬러tv를 통해 모니터에 떠오른 철거장면을 보고 어떤 식으로든 뒤에 그 상황에 한 손을 보태고자 했던 안타까운 마음들이 생각했던 게 다 그런 것이었을 테니까. 돌아가신 분들이 잘 피신하셨더라면, 그래서 어쨌든 살아남으셔서 다른 분들과 회포도 풀고 그러셨으면 좋을텐데. 하고. 무슨 자본주의의 폐해 이런 거창한게 아니라 어쨌든 살아남아서 잘 살아갔으면 하는 그런 마음들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