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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타기인생 Feb 08. 2019

미국만 가능하다

<국경없는 코난 투어 (Conan without borders)>

넷플릭스에 올라온 <국경없는 코난 투어>를 매우 재밌게 정주행 하고 있다. 나온지 좀 된 쇼로 알고 있는데 넷플릭스에는 최근에 업데이트 된 건지 클립으로만 틈틈히 보던 것을 통으로 보고 있다. 

이래저래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생각을 되짚어 보게 되는 콘텐츠임에는 틀림 없다. 코난 오브라이언이라는 스마트한 엔터테이너의 매력과 별개로 쇼의 지향 자체가 상당히 미국적인데, 미국이 가지고 있는 세계의 행/불행에 대한 영향력 + 미국의 높은 문화적 성취 + 상업성 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코난 오브라이언은 멕시코에 가서 '트럼프가 국경 장벽 설치 금액을 멕시코에서 내기로 했다는데 기부하실래여?'라고 비꼬다가, 아이티에 가서 트럼프의 아이티 비하 발언을 가지고 시민들의 반응으로 하나의 시사코메디를 만든 다음, 이스라엘에 가서는 팔레스타인 난민캠프에 1/3 이상을 소요하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쇼를 보는 이들에게 이런 일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이라고 말을 한다. 

물론 이것은 트럼프 시대의 풍경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동의할텐데, 나는 트럼프 시대가 아니라 할 지라도 미국은 이런 쇼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국가일 것이다. 항상. 

일국의 대통령이 끼치는 영향이 전 세계적인 나라. 자국의 문제가 곧 세계의 문제가 되는 나라. 정확하게 말하면 국민국가의 문제가 어떻게 세계의 문제와 연결돼있고 모순을 겪고 있는지를 가장 노골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나라. 그런데 이를 하나의 상업적 쇼로 엮어낼 수 있는 문화적 수준과 자본을 갖춘 나라. 어떻게 보면 자의식 과잉에 가까운 '깨어있는 미국 시민'의 어떤 오글거리는 PC 혹은 책임감...세계시민으로서 세계의 문제에 연대하는 느낌이라기 보단, 한 국가(미국)의 시민으로서 내 나라가 일으킨 평지풍파에 대해서 민망해하고 책임지고자 한다는 그 독특한 자세. 

조선반도 같은 나라에게 그런 류의 의식은 사실 상당히 거추장스럽거나 불가능한 것이라 더더욱 낯설면서도, 신기하기도 하다. 그런 것들이 참 이래저래 참 미국이란 나라의 무서움이랄까, 위상이랄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쇼. 그러한 어떤 미국스러운 '연대의식'이 과연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세계적 문제들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을까? 쇼를 보고 있자면, 잘 모르겠다는 기분이 되는 것도 이 쇼의 재밌는 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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