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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타기인생 Aug 17. 2019

쓸모가 없으니까 취미지

나름의 취미론

 취미란 무엇인가. 취미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깊고, 생업이라고 하기엔 돈이나 명성에 대해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는 취미생활을 20년간 해온 입장에서, 취미를 일종의 자기계발 처럼 말하는 이들을 보고 있자면  뭔가 마음이 복잡하다.

 이런 분들은 취미활동을 목적있는 활동으로 규정하곤 한다. 미래투자라던가, 자기계발이라던가 등등. 하지만 목적이 있는 활동을 과연 취미라고 할 수 있을까. 내가 생각할때 취미의 핵심이자 오묘함은 '무익한 활동'이라는 데에 있다. 아무런 생산성도, 건설적인 것도 기대할 수 없이, 시간을 죽여서 즐거움을 만드는 것...그게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취미'이다.

 그래서 헬조선 환경 상 대한민국 부모님들은 거의 본능적으로 취미에 대해서 어떤 거부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을 생산성에 맞춰서 준비해도 모자를 10대 때 무익한 취미를?...그런데 취미의 매력과, 우리 삶의 밸런스가 바로 그 무익함에서 나오는 건데 어찌하리. 또 그렇기 때문에 10대때 취미를 만드는 게 좋다. 왜냐면 성인 되서 만들려면 이런저런 앞뒤를 재게 되니까.
 

 취미는 목적을 띄는 순간 즐거움을 잃는다. 이게 딜레마이다. 취미를 계속 즐기기 위해서 끊임없이 목적을 어떻게든 가져야 하는데, 목적지향은 취미를 고통스럽게 만든다. 대다수가 하는 게임을 생각해보면 명확하다. 게임의 목적을 생산(돈/인정)에 두고 하는 순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계획과 성과를 염두에 둬야 하고 그것이 취미가 가져야 할 어떤 즐거움들을 다 잡아먹기 시작한다.


 심지어 만약 이를 업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면, 구조상 취미의 생업화는 매우 소수만 달성 가능한 목표라는 데 그 문제가 있다. 둘 중의 하나다. 취미의 극에 달한 자로서 돈을 벌거나, 취미시장의 업자로서 돈을 벌거나. 근데 어느쪽을 택하건 대다수의 취미활동은 종류 불문 생업의 경지로 가기에는 너무나 시장이 치열하거나, 작다.

 대한민국에서 액티브한 요요인구가 1천명을 넘었을텐데 요요로 먹고 사는 사람은 5명 내외다. 비율로 치면 0.5%일 것이다. 다른 시장도 마찬가지다. 많아야 1% 정도만 그걸로 먹고 산다. 엘리트 스포츠 같은 구조인 경우가 많은 것이다. 유튜브 시대다 뭐다 하면서 마치 모두가 취미의 생업화가 가능한 것처럼 꼬시는 사람들도 늘었지만, 내가 볼때 그냥 콘텐츠를 제작하는 평균 비용이 내려간 것이지, 사람들의 제한된 관심과 될놈될이라는 근본적인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

 그렇다고 단순 자아실현만을 목적으로 하기에는 어느 취미나 괴수와 천재가 많으니...결국 생산이니 미래계획이니 이런 저런 것들을 따지다가는 취미에 몰입함으로서 얻는 즐거움들이 아예 물건너가는 것이다.

 때문에 자신의 취미를 이제 생산성을 갖춘 (즉 돈과 관심을 만들어내는) 활동으로 만들어내겠다는 결심은 두가지 사이의 줄타기일 가능성이 높다. 하나는 정말로 대단한 용기. 다른 하나는 현실을 모르는 치기. 취미의 마인드로 생업을? 그것은 정말로 팥으로 메주를 쑤는 일이다. 절대 다른 영역인 것이다. 직장인들이 부업으로 유튜브한다고 하는게 이런 부분들을 간과해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종종 한다.


 취미가 가장 좋을 때는 언제일까? 방학에, 연차를 내서, 시험이 끝난 후, 오늘 하루 일과가 끝난 후 남은 내 기력과 리소스를 모아서 그 활동을 하고 그 활동의 순수한 즐거움을 느끼는 것. 내 생업과는 전혀 무관한 스스로가 세운 목표를 스스로 달성하는 것...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때의 불행함. 그 다음을 기다리는 설레임. 이런 것들이 묶여서 워라벨이나 취미가 있는 삶 등을 만들어 내는 것일테다. 그리고 우리가 취미를 하면서 꿈꿨던 '매력적 인간'이라는 모습은 취미생활 여부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게 또 함정인데, 이건 또 다른 긴 이야기이니 나중에.


 취미를 내 생의 직업이나 부업으로 삼겠다고 한다면 정말로 다른 종류의 경지와 지옥, 혹은 천국이 펼쳐지는 것 같다. 엔간한 각오와 투자로는 불가능하다는 얘기. 인간사의 오묘함이 여기에도 적용되는 거라 의도하면 망하고 순수하면 풀리는 것일까. 어설픈 부업보다는 무익함의 즐거움을 느끼는 게 더 삶에 도움이 되는 건 아닐까요? 취미활동에서도 어떤 생산성을 찾는 거 같아서 슬픈 요즘이다. 내 삶의 일정 부분 정도는 무익해도 괜찮은 삶이 좋은 삶이 아닐까. 물론 이렇게 말하는 나도, 주말에 아무것도 안하면 불안에 시달리며 월요일을 맞는 한심한 인간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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