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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욱 Dec 23. 2020

시그마 아트 85mm F1.4 DG DN

테이스팅 위크 미니 체험단 2회차 / 20.12.16 - 20.12.21


이 글은 세기P&C(주)로부터 소정의 수수료를 지급받고 작성된 글입니다




Sigma Art Lens

인연



처음으로 시그마 아트 렌즈를 구매한 건 15년 가을이었다. 당시 렌즈를 여러 개 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어떤 렌즈를 살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SIGMA Art 24-35mm F2 DG HSM'를 구매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건 일종의 초심자에게 오는 행운이 아니었나 싶다. 렌즈가 하나밖에 없다 보니 뭘로 찍을지 고민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뭘 찍을지 생각하는 시간이 늘었다. 현장에서도 화각에 대한 불필요한 고민 없이 눈 앞의 풍경과 아름다운 순간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었다. 덕분에 카메라 가방도 가벼워 이곳저곳 부담 없이 많이 돌아다니며 좋은 사진을 많이 남길 수 있었다.  


오늘 리뷰의 대상은 아니지만 'SIGMA Art 24-35mm F2 DG HSM'는 정말 좋은 렌즈다. 줌 구간이 넓지 않아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실제로 사용해보면 24mm와 35mm, 그 11mm 거리에 피사체를 바라보는 꽤 많은 방법이 숨겨져 있었다. 광각과 표준을 빠르게 전환하면서도 밝은 F2.0 고정조리개값을 사용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신선한 경험이었다. 렌즈의 만듦새도 뛰어났는데 특히 줌링을 돌릴 때의 그 부드러운 느낌은 다른 퍼스트 파티 렌즈나 심지어 시그마에서 출시된 다른 아트 렌즈와 비교해봐도 독보적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나는 그 후 시그마 렌즈의 팬이 되어 계속해서 시그마 아트 렌즈를 사용했다. 그림에 맞는 붓을 사용해야 된다는 핑계로 해마다 렌즈가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아내의 잔소리도 늘었지만, 운 좋게 공모전에서 수상을 해 상금을 받는 날도 있었고 주말에는 국민 렌즈라 불리는 아트 50mm 단렌즈로 찍은 아이들 사진을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올해 DSLR에서 미러리스 카메라로 시스템을 바꾸면서 아쉽게도 기존에 갖고 있던 아트 렌즈를 처분하고 지금은 40mm와 24-70mm 두 개의 렌즈만 사용하고 있다.



SIGMA Art 12-24mm F4 DG HSM

SIGMA Art 24-35mm F2 DG HSM

SIGMA Art 24-105mm F4 DG OS HSM

SIGMA Art 50mm F1.4 DG HSM

SIGMA Art 40mm F1.4 DG HSM

SIGMA Art 24-70mm F2.8 DG DN



사용한 렌즈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나는 그렇게 멀리 떨어진 피사체를 즐기는 스타일이 아니다. 여행용 렌즈로 SIGMA Art 24-105mm F4 DG OS HSM 렌즈를 하나 갖고 있었지만 망원렌즈는 나에게 그다지 친숙하지 않은 화각이었다. 지방 출장 중 회사일로 지친 어느 날 밤, 인스타그램을 보다 새로운 렌즈에 대한 돌발적인 호기심으로 이번 테이스팅 위크 미니 체험단에 지원했는데 운 좋게 선정되어 85mm 신형 아트 렌즈를 사용해 볼 수 있었다.  



 


85mm

좋았던 것과 불편했던 것




요즘 집에서 Art 40mm 렌즈로 아이들을 많이 찍어줬는데 신형 Art 85mm 렌즈를 마운트하니 우선 정말 가볍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2018년 시그마에서 발매되었던 SIGMA Art 85mm F1.4 DG HSM 렌즈의 경우 같은 85mm 아트 렌즈지만 무게가 약 1kg이 넘는 육중한 렌즈였는데 이번에 미러리스용 설계를 반영한 85mm 렌즈의 경우 광학적 성능은 더 뛰어나면서도 무게가 630g 정도로 거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세기P&C에서 '고화질 데일리 망원렌즈'로 마케팅 포인트를 잡은 건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F1.4의 밝은 조리개 값을 가진 대구경 렌즈가 가볍고 콤팩트하니 카메라 가방 한편에 매일 넣고 다녀도 부담이 없을 것 같다.


토요일 오후, 거실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찍어봤는데 왜 사람들이 이 렌즈를 최고의 포트레이트 렌즈라고 칭송하는지 조금 알 것 같았다. 결과물을 보니 최대 개방에서도 초점이 맞은 눈의 눈동자, 속눈썹 그리고 눈 주변의 솜털까지도 한 올 한 올 묘사해주고 있다. 부드러운 아웃포커싱 덕분에 자연스럽게 사진에 담긴 인물이 부각되는 느낌이 좋았다. 그리고 현재 사용하고 있는 소니 A7R4 미러리스 바디 기준, 리얼타임 트랙킹이나 EYE-AF 기능에 전혀 버벅거림 없이 잘 대응하면서 정숙하게 초점을 빨리 잡아 아이들 사진을 찍기에 편했다. 신형 렌즈답게 전체적인 디자인도 이전 아트 렌즈와 비교해봤을 때 더 세련되고 만듦새도 단단해서 마음에 들었다.


사실 기계적인 완성도에 대해선 이미 제조사 홈페이지나 수많은 테크 유튜버들의 리뷰 영상을 통해 많이 공유된 내용일지라 자세히 언급하지 않고 넘어가려고 한다. 렌즈 하단부에 조리개 조작링이 추가되고 상황에 따라 무단조리개를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준건 사진, 비디오 양쪽 필드를 위한 작지만 큰 배려라고 생각한다. 미러리스용 설계를 적용한 DG DN 렌즈가 2019년부터 출시되고 있는데 앞서 발매된 24-70mm F2.8 렌즈에는 조리개링이 없고 35mm F1.2 렌즈는 조리개링이 있으나 조리개링 락스위치가 빠져있고 조리개링 클릭 유무의 선택이 불가능하다. 렌즈의 용도나 화각에 따라 불필요한 기능일 수도 있지만, 기왕이면 DG DN 라인 전체에 일관된 수준의 디자인과 기능적 옵션이 적용되면 좋았을 텐데 브랜드의 팬으로서 그 부분은 조금 아쉽다.


사진을 찍기 시작한 이후로 85mm 화각을 써보는 건 처음이라 피사체와의 거리가 조금 어색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는 찍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의 심리적 거리가 중요한 것 같다. 솔직히 집에서, 특히 실내에서, 아이들을 찍어주기에 85mm는 적당한 화각이 아닌 것 같다. 아이들과 1미터 이내의 거리를 두고 같이 앉아 놀아주고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으려는 아빠진사에게는 오히려 시그마 아트 24-35mm, 35mm, 40mm(강추), 50mm 렌즈를 추천해주고 싶다. 그쪽이 훨씬 더 프레임을 편안하게 구성할 수 있다. 85mm 화각을 사용할 경우 대략 2-3미터 정도의 거리를 둬야 배경과 함께 아이들의 전신, 또는 상반신을 담을 수 있는데 생각보다 그 물리적, 심적 간격이 크다. 갑자기 가깝게 지내던 아이들과 조금 멀어진 느낌이랄까. 하지만 이는 사용자의 촬영 스타일에 따라 개인차가 큰 부분이고, 평소에 살짝 떨어져서 조용히 인물 사진을 찍는 스타일이라면 전혀 문제 되지 않을 것이다. 야외 웨딩 스냅이나 스튜디오 촬영과 같은 상업사진의 경우에는 두말할 것 없이 바로 추천하고 싶은 렌즈다. 특히 카메라 제조사, 소위 퍼스트 파티의 85mm 단렌즈와 비교해봤을 때 시그마 아트 렌즈는 그들과 비슷하거나 어쩌면 더 뛰어난 광학성능을 합리적인 비용에 사용할 수 있다는 확실한 메리트가 있다.













추억

with Sigma Art Lens



금요일에 렌즈를 수령해 주말 이틀을 체험하고 월요일에 렌즈를 택배로 반납해야 되는 프로그램이라 그렇게 많은 사진을 찍지는 못했다. 다수의 팔로워를 거느린 전문 리뷰어가 아닌 나 같은 일반 사용자에게 체험단 참여의 기회를 준 세기P&C 마케팅팀의 새로운 시도가 고마울 따름이다. 덕분에 주말 동안 아이들과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스마트폰 카메라가 무서운 속도로 진화하는 시대에 이런 고성능 광학 장비의 포지션은 어디쯤일까. 얼마 전에 핸드폰을 아이폰12 프로맥스로 바꿨는데 사진을 찍어보고 그 퀄리티에 깜짝 놀랐다. 소프트웨어 후처리로 이미 촬영이 끝난 사진의 심도를 조절하는 기능은 직접 사용해보니 정말 신기했다. 하지만 DSLR, 미러리스 카메라와 결과물을 비교했을 때 아직은 넘을 수 없는 벽이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가족이 함께하는 특별한 날에는 시그마 아트 렌즈와 같은 특별한 렌즈를 써보면 어떨까. 시간이 지나고 온 가족이 모여 다시 꺼내어 볼 수 있는 좋은 사진은 조금 번거로워도 무거운 카메라와 렌즈를 들고 다닌 아빠진사에게 충분한 보상이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 그렇게 사진이 쌓이면서 소중한 우리의 추억도 쌓인다.   




- 덧 -


즐겨보는 일본 카메라 판매 사이트인 '요도바시 카메라'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사진 잡지 ‘포토 요도바시’ 의 시그마 아트 렌즈 리뷰 링크를 몇 개 모아봤다. 내 산만한 리뷰보다는 훨씬 더 전문성 있는 내용이 잘 정리되어 있다. 구글 크롬브라우저에서 일본어 자동번역 기능을 활용하면 대략 80~90% 정도의 내용은 이해하면서 읽을 수 있다. 리뷰 사이사이에 일본식 표현의 애매함이 있지만 리뷰 사진도 예쁘게 잘 찍고 무엇보다 리뷰어들의 카메라와 렌즈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 읽다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SIGMA Art 85mm F1.4 DG DN

http://photo.yodobashi.com/sony/lens/85_f14dgdn_art/ 


SIGMA Art 24-35mm F2.0 DG HSM

http://photo.yodobashi.com/canon/lens/24-35_f2dghsm_a/


SIGMA Art 35mm F1.2 DG DN

http://photo.yodobashi.com/sony/lens/35_f12art/


SIGMA Art 40mm F1.4 DG HSM

http://photo.yodobashi.com/canon/lens/40_f14dghsm/


SIGMA Art 50mm F1.4 DG HSM

http://photo.yodobashi.com/sony/lens/50_f14art/ 


SIGMA Art 24-70mm F2.8 DG DN

http://photo.yodobashi.com/sony/lens/24-70_f28dgdn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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