春6

하루6

by 이동욱
DSC07134.jpg


지난주에 걸었던 그 길을 다시 한번 걸었다, 아들이 종이접기를 배우는 동안. 일주일 사이에 세상에는 꽃이 더 많아져서 이번에는 조금 더 본격적으로 찍어보고자 Minolta MD 35-70mm F3.5 렌즈를 챙겨갔다. 이 렌즈에는 제법 흥미로운 이야기가 따라붙는다.


1970년대 후반, 독일의 라이카가 전자식 SLR의 물결 앞에서 흔들리던 시기가 있었다. 라이카는 살아남기 위해 일본 회사와 손을 잡는데 그게 바로 미놀타였다. 라이카와 미놀타는 카메라 바디뿐만 아니라 렌즈를 개발하는 데 있어서도 협업을 이어나갔다. Minolta MD Zoom 35-70mm f3.5는 8군 7매 구성으로, 라이카는 이 광학 설계를 그대로 채택해 Vario-Elmar-R 35-70mm f3.5라는 이름으로 판매했다. 사실상 미놀타가 라이카를 위해 이 렌즈를 만든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


라이카 R마운트 버전은 중고 시장에서 40만~90만 원에 거래되는 반면, 미놀타 MD 버전은 10만 원 안팎이면 구할 수 있다. 광학 설계가 동일한 렌즈가 브랜드 하나 차이로 열 배 가격 차이가 나는 것 — 이게 이 렌즈가 빈티지 렌즈 커뮤니티에서 "숨겨진 보물"로 불리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실제로 사용해 보면 현행 렌즈 못지않은 선예도와 필름 시대 렌즈 특유의 부드럽지만 묵직한 렌더링이 마음에 든다. 산책을 할 때 가볍게 들고나가 눈에 들어오는 풍경을 툭툭 잘라내어 담아 오기에 딱 맞는 렌즈다.

매거진의 이전글春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