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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욱 May 19. 2017

천연기념물 232호
남양주 양지리 향나무

경기 남양주시 오남읍 양지리 530번지

500년 된 향나무


요즘은 풍경사진을 찍고 있지만 좀 더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면 나는 나무를 주제로 작업을 하게 될 것 같다. 


이른 새벽, 가벼운 차림으로 손에 익은 카메라와 꼭 필요한 렌즈 한두 개만 챙겨서 집을 나선다. 전국의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오래된 나무들과 각 지역의 보호수를 찾아다니며 모양이 상하거나 수명이 다하기 전 그 나무의 가장 멋진 순간을 영원의 기록으로 남긴다. 그리고 그 사진을 통해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과 미래의 후손들에게 이런 멋진 나무가 있다는, 있었다는 그런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다.


주말이 지나가기 전에 오래된 나무를 한그루 보고 싶었다. 인터넷과 내비게이션의 조합은 참 대단하다. 이전에는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공유되던 고급 정보를 누구나 정말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고 그곳까지 가는 최단거리를 알 수 있게 되었다. 구글에서 천연기념물 목록을 검색해보니 집에서 차로 45분 거리에 500년 된 향나무가 한그루 있었다. 실행에 옮기는 추진력만 있다면 짧은 시간에 참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요즘이다.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아무리 찾아도 나무가 보이지 않아 차를 세우고 근처에 계신 어르신께 길을 물었다. 인터넷과 내비게이션으로 모든 걸 다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결국 사람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이었다. 어르신께서 알려주신 골목으로 들어가니 왼쪽으로 커다란 향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크고 잘생긴 나무여서 가슴이 설레었다. 해가 질 무렵이었는데 좋은 방향에서 햇빛이 부드럽게 떨어져 바라보기에도 편했다. 


문화재청의 기록에 따르면 남양주 양지리의 향나무는 나이가 약 500살 정도로 추정되며, 높이 12.2m, 가슴높이 둘레 3.65m이다. 나무의 모습은 원줄기가 2m 정도 올라가서 7개로 갈라져 사방으로 퍼졌다. 이 향나무는 연산군의 부인 신씨가 조부인 신전이 화를 당해 이곳으로 피신해 살다 하직하자, 거창 신씨의 선조를 모신 비 옆에 심었던 나무가 자란 것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향나무의 바로 옆에는 신씨의 내력에 관한 비석이 있었고 근처에 거창 신씨의 재실도 있었다. 


인천 장수동의 은행나무를 봤을 때도 비슷한 기분이었다. 500년이란 시간을 머금은 나무의 주변에는 제대로 된 진입로 조차 없었으며 비닐하우스와 공장, 그리고 버려진 쓰레기가 있었다. 분명 이 나무에 얽힌 스토리가 있을 텐데 그 내용을 더 다듬고 개발한다면 충분히 이 주변을 활성화시키는 거점이 될 수 있는 콘텐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각 지역마다 이런 콘텐츠를 더 개발해서 그 각각의 콘텐츠들을 연결시켜 준다면 더 큰 이야기와 관광의 재미를 만들어 낼 수도 있지 않을까. 이렇게 훌륭한 관광자원이 너무 방치되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과연 우리는 언제쯤 철이 들까. 그 시기가 너무 늦지 않길 바랄 뿐이다.  


거창 신씨 재실쪽에서 바라본 향나무


나무 밑동이 깔끔하고 선이 예쁘다



해가 질 무렵이라 향나무 잎의 색이 약간 금빛을 띄었다


외과수술을 한 부위 





다음에는 아침일찍 찾아가 푸른 잎을 보고 싶다


광각으로 담아본 향나무





양산제 맞은편 방향에서 바라보는 모습이 가장 단정하고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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