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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욱 Jan 07. 2018

메이지신궁∙明治神宮 / 가을∙秋

MEIJIJINGU SHRINE / AUTUMN


22 DEC 17


올해 새롭게 추진할 프로젝트의 시장조사를 위해 얼마 전 1박 2일 일본 출장을 다녀왔다. 비행기를 타면 두 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가까운 거리지만, 생각해보니 동경을 방문하는 건 2008년 이후 처음인지라 업무 출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 설레었다. 한국은 영하 10도에 가까운 한파가 찾아와 두꺼운 패딩을 입고 다녔는데 12월 말의 일본은 아직 가을이었다. 거리의 가로수에도 아직 단풍이 남아있어서 지나간 가을을 잠깐이나마 다시 느낄 수 있었다. 둘째 날 오전 시부야를 둘러보고 오모테산도힐즈에서 열한 시 반쯤 이른 점심식사를 했다. 식사를 하고 소화도 시킬 겸 요요기공원을 가로질러 하라주쿠로 이동하다가 이번 출장의 숨은 목적지 중 하나인 메이지신궁에 들렀다. 


9년 전 한번 들렀을 뿐인데 굉장히 신비한 장소라는 이미지가 지워지지 않아 출장 중 동선이 맞는다면 잠깐이라도 시간을 내서 둘러봐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이번에 다시 한번 방문하면서 왜 이 곳이 내 기억 속에 오랫동안 남아있었는지 비로소 알 수 있었다. 바로 1920년 신사 창건 당시 전국에서 헌상한 10만여 그루의 나무로 조성된 '숲'이었다. 메이지 신궁은 입구부터 울창한 나무들이 시선을 압도하는데 아마 나는 그때도 이 숲에 마음을 빼앗겼던 것 같다. 최근 몇 년간 창덕궁 후원과 종묘에 매료되어 사진을 찍은 것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오랜 시간을 머금은 숲은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밝고 어두움, 그리고 여러 가지 소리와 향기가 오감을 자극하면서 사고가 기존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하고 거기서부터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가 태어난다. 


계속 걸어야 하는 업무 출장이었기 때문에 무거운 DSLR 카메라를 따로 챙겨 오진 못해서 아이폰 Adobe Lightroom CC 어플로 사진을 찍었다. 최근 라이트룸이 클래식과 CC로 분리되었는 데 사용해보니 매우 편리하다.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사진이 클라우드를 통해서 동기화되면 바로 컴퓨터에서 작업을 이어갈 수도 있다. 게다가 DNG 포맷의 RAW 촬영을 지원하다 보니 최근 출시된 8이나 X 정도 되는 모델을 사용한다면 따로 카메라를 들고 다니지 않아도 일상을 기록하기엔 충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이 급해 어플의 설정을 세세히 신경 쓰지 못했는데 비율이 4:3 정도로 설정이 되어있었나 보다. 오래된 브라운관 TV 화면을 통해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나쁘지 않아서 그대로 작업했다.


도쿄의 메이지신궁을 둘러보니 서울의 창덕궁과 종묘가 더욱 그리워진다. 편한 복장으로 나와 지하철로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세계 최고 수준의 건축, 조경문화를 접할 수 있는 유적지가 있다는 사실에 괜히 마음이 뿌듯해진다. 벌써부터 4월의 봄이 기다려진다. 기다릴 수 있어 행복하다.    


    

도리이를 통해 울창한 숲으로 들어가는 느낌


여름에 비가 온 후의 모습이 보고 싶어진다


쭉 뻗은 길을 따라 양 옆으로 큰 나무들이 있어 산책하기 아주 좋다






창덕궁의 인정문 앞 회랑과 비슷한 느낌


신사 양 옆으로 큰 나무 두 그루가 있다. 모양을 예쁘게 잘 다듬어놨다.


울창한 나무가 계속해서 이어지는 느낌이 좋다


구름이 많은 날씨였는데 순간 하늘이 열려 빛내림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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