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Love Affair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동욱 Sep 04. 2017

일본 고베
즈이호지 공원 / 가을∙秋

Zuihoji Park of Kobe, Japan / Autumn

2016.11.10


아침 출근길, 문을 나서서 숨을 크게 들이쉬면 차가운 공기가 사각사각 폐로 들어온다.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는 실감이 든다. 그래도 서울의 고궁에서 제대로 된 단풍을 보려면 10월 말은 되어야 한다. 아직 만나려면 두 달도 더 남은 단풍이 그리워 작년 가을에 찍는 사진을 뒤적이다가 일본 고베, 아리마 온천 마을에서 찍은 단풍 사진을 꺼내 보았다.    


아리마 온천 마을은 작년 11월 초 가족들과 함께 일본 여행을 갔을 때 들렀던 곳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온천으로 유명한 마을인데, 료칸에서 아침 일찍 온천을 하고 혼자 주변을 산책하다가 우연히 즈이호지 공원을 발견했다. 마을 어귀에 세워진 여행객을 위한 안내판에 예쁜 단풍나무잎 그림이 그려져 있길래 큰 기대 없이 찾아가 봤는데, 생각보다 훨씬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그냥 어느 동네에나 흔히 있는 공원이라고 하기엔 그 풍광이 너무 빼어나 한국에 돌아와서 검색해 보니 효고현에서도 손꼽히는 단풍 명소였다. 메이지 초기에 폐허가 된 호센지 사찰터를 1951년에 공원으로 정비했다고 한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언제 봐도 싫증이 나지 않는다며 즈이호지의 단풍을 마음에 들어 해 '시간의 흐름도 잊어버리게 하는 정원'이란 별칭이 붙었고, 공원 안에는 그가 애용했던 돌바둑판이 남아 있다.


사진을 보다가 한국과 일본에서 찍은 가을 사진을 비교해 보니 같은 단풍이지만 느낌이 좀 달랐다. 이게 소위 말하는 일본 감성이라는 걸까. 과연 그 감성이란 어디에서 나오는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아마 사진을 찍을 때 프레임 안에 담기는 모든 요소가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독특한 아우라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잘 디자인된 건축물의 디테일과 색, 인근에서 자라는 나무의 종과 형태, 그리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패션과 행동. 물론 디스플레이나 간판 또는 각종 인쇄물을 통해 전해지는 일러스트와 타이포그래피는 두말할 나위 없이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심지어 공기 중에 떠다니며 빛에 반사되는 작은 티끌까지…. 그리고 그 날 그 지역에 햇빛이 어떤 각도에서 어느 정도의 강도로 비추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총체적인 분위기. 관광객들은 그 공간에만 존재하는 수많은 요소의 총합을 만끽하기 위해 기꺼이 비용과 시간을 들여 먼 길을 떠나게 되는 것 아닐까.




어느 각도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숲의 색 배합이 크게 달라진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저분이 찍고 있었던 돌이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사용했던 돌바둑판이었다 



여러 색의 단풍나무들이 겹겹이 중첩되면서 만들어내는 느낌이 독특했다 


그라데이션을 만들기 위해 일부러 이렇게 심어 놓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축제가 있으면 이곳에서 음식을 팔거나 하는 것 같았다


지붕 위로 드리운 단풍나무 커튼


가운데 예쁜 글씨를 세로로 쓰고 싶은 구도


같은 기와 지붕이지만 한국의 지붕과 느낌이 다르다 


은행나무가 아닌 같은 단풍나무로 노란색이 채워지니 조화롭다




곳곳에 이끼가 자라고 있어서 떨어진 낙엽을 위한 좋은 배경이 되어 준다


빨리 만나고 싶은 계절

매거진의 이전글 스페인 세비야 / 알카사르 / 여름∙夏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