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두리 Apr 06. 2016

선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보낸 총선 공보물을 읽었다. 우리 동네 국회의원 선거에는 여당과 제1야당 후보자만 출마해서 1대1 구도가 만들어졌다. 다른 지역에는 제2야당이나 군소정당, 무소속 후보도 출마하고 야권단일화도 되지 않아 말도 많던데 말이다.


우리 동네는 '을' 선거구다. 지난 총선 때는 선거구가 갑과 을로 나뉘지 않고 시 단위로 획정되었다. 지난 4년 동안 유입인구가 늘어나 이번에 분할되었다. 특히 우리 가족이 사는 동네에 젊은 사람들이 많이 들어왔다. 신혼부부와 판교, 분당, 성남으로 출근하는 독신 직장인이 흔하다. 지난 총선 승자인 현역 국회의원이 이번에 을 선거구에 출마했고 패자였던 야당 후보는 갑 선거구에 나갔다. 리턴 매치는 성사되지 않았다.


우리 동네를 포함한 을 선거구는 수도권 도농복합도시에 보수적인 분위기라고 한다. 그동안 외지인보다 지역 토박이, 유지가 힘을 쓰는 곳이었다. 여당 소속 정치인이 총선, 지방선거에서 승리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새로 이사 와서 사는 젊은 사람들의 표심과 투표율에 따라 기존 구도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

 

비례대표 선거용 정당 공보물도 모두 훑었다. 소신 있는 정책을 내세우는 진보정당이 있는 반면, 적어도 내 기준으로는 또라이 같은 인간이 모인 급조정당도 있었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살고 있다는 점을 새삼 다시 깨달았다. 나와 전혀 다른 의견을 지닌 사람이 많다는 걸 받아들여야겠다고 생각했다.   


투표는 내 이익을 적절히 대변할 사람에게 할 것이다. 물론 사익을 앞세워 공익을 해쳐서는 안 된다. 둘을 적절히 조화할 수 있을 만한 정치인, 정당을 찍으련다. 찍을 놈이 없다는 둥, 그놈이 그놈이라는 둥 투덜거리고 싶은 마음은 없다. 제 탓이오, 제 탓이오, 저의 큰 탓이옵니다. 내가 더 관심 갖고 견제하고 잘 따져야지. 정치학자 토크빌의 말마따나 모든 국민은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 이번 선거는 정부가 아닌 입법부 의원을 뽑는 자리다. 하지만 토크빌의 말에서 정부를 국회로 바꾸어도 크게 어긋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지지정당은 없지만 목에 칼이 들어와도, 광화문 앞에 십자가를 세워 날 못 박는다 하더라도, 강남역 한복판에 날 벗겨두고 채찍질 하더라도 절대 찍지 않을 정당은 있다. 그리고 이번 총선에서 내가 찍을 지역구 후보의 소속정당과 비례대표 정당은 일치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마음을 정했다.

작가의 이전글 문득 내 나이가 느껴질 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